태국 광고는 왜 유독 재미있을까요?
혹시 광고 보겠다고 일부러 TV 켜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보통은 없으실 텐데요. 당장 유튜브만 봐도 광고 나왔다 하면 건너뛰기만 기다리고, 심지어 광고를 안 보기 위해서 돈까지 내고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니다. 그런데요. 오히려 찾아 보는 광고가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유독 재미있는 이 광고들, 모두 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원래 태국 광고는 유명하죠. 광고를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고, 새로운 광고를 볼 때면 도대체 이번엔 어떤 제품 광고를 하는 건지 기대하죠. 웃기다가도 눈시울을 붉히고, 심각하다가도 병맛을 보여줍니다. 보통 앞쪽은 후킹, 상품은 마지막에 나오거든요. 그런데 태국은 이런 광고가 한둘이 아닙니다. ‘광고를 가장 잘 즐기는 나라,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만드는 나라’라는 인식이 아예 자리 잡혔을 정도니까요. 그러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점 하나. 태국 광고가 단순한 재미나 감동을 넘어 세계 광고 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유독 재미있어 찾아보게 되는 태국 광고입니다.
아래 영상으로도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https://youtu.be/OEjKKY1X2-A?si=7RiOUyj1IH_GlNtf
태국 광고의 첫 기록은 1845년입니다. 미국인 선교사 댄 비치 브래들리가 발행한 〈방콕 레코더〉라는 신문에 퀴닌 약 광고가 실린 것이 출발점인데요. 당시 퀴닌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필수였으나 가정에서는 자급할 수 없던 귀한 상품이었습니다. 즉, 이 광고를 통해 필수 약품이 대중화되는 첫걸음을 간 거죠.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어떠한 지식과 무역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고 할까요.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그리고 1930년대에 들어서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됩니다. 광고는 이때 한번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요. 신문으로 광고가 시작됐다곤 하지만요. 1930년대 당시 태국 남성의 문맹률은 53%에 달하고, 여성의 경우엔 85%를 웃돌았거든요? 읽고 쓰기 어려운 대중들이 많으니 광고는 멜로디와 후렴을 반복하는 CM송의 형태로 다가갔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빠빠라빠빠라빠 삐삐리빠삐코~ 같은 노래를 떠올리시면 좋을 듯 해요. 상품 정보는 곧 노래로 전해졌고, 광고는 점점 정보 전달을 넘어 오락으로 흡수되었습니다.
그러다 1955년 태국 최초의 방송사 채널 HSATV Channel 4가 개국하면서 태국은 텔레비전 광고 시대를 열었습니다. 초기 광고는 단순한 정지화면과 멘트에 불과했지만요. 점차 영상적 실험이 도입되면서 광고는 독립적인 미디어 장르로 자리잡았어요.
특히 1960~70년대는 태국 광고의 전환기였습니다. 이 시기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이 본격적으로 태국에 진출했기 때문인데요. 베트남 전쟁 시기에 태국이 공산주의 확산이 우려돼서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단 말이에요? 자국 공군 기지까지 사용할 수 있게 협조할 정도로요.
전통적으로 미군이 주둔한 국가는 미국의 문화를 상당 부분 흡수합니다. 한국의 경우엔 콘플레이크가 처음 들어오게 됐고,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도 미국풍이 강하죠. 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 광고 파트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1965년 레오버넷, 오길비는 1973년. 그리고 맥캔 등 여러 미국의 광고회사가 태국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웃음과 눈물, 극단의 정체성
당연히 이때부터 태국의 광고 산업은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동시에, 근현대 태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기가 찾아와요. 지금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건 1980년대 이후인데요. 1984년 태국 중앙은행의 바트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바로 이어서 85년에는 플라자 합의가 연달아 일어나며 태국 돈의 가치는 급락합니다.
이게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말로는 안 좋아 보이지만요. 사실 그만큼 외국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물건이 저렴하다는 뜻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무역흑자가 발생하게 되는, 수출강국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플라자 합의로 인해 돈의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르게 된 일본 입장에서는 태국의 인건비와 환율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게 되는데요.
그렇게 일본은 역대 태국 국내외 총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두 국가의 관계는 너무나도 우호적이죠.
아무튼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던 전성기 일본의 투자를 받을 대로 받은 태국은 1987년부터 96년도까지 10년간 평균 GDP 성장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내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실제로 GDP 대비 가계소비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자면요. GDP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50선을 깨지 않죠.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그리고 이렇게 소비 심리가 강할 때 호황을 누리는 산업군이 있죠. 광고입니다. 이맘때쯤 태국에선 돈 쓰겠다는 소비자들 잡으려고 광고가 수십 수백 개 쏟아져 나오게 되고, 과잉 경쟁 상태에 이르는데요. 사람들이 단순 제품 설명은 그냥 넘어가버리니까 점점 후킹에 신경 쓰게되고 어떻게든 우리 제품만은 기억에 남게 하고자 갖가지 수를 고안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 등장한 게 바로 스토리텔링. 웃기거나 울리거나, 두 극단의 감정을 30초 남짓한 시간 안에서 오가게 만드는 거였어요. 코미디 광고에서는 과장된 몸개그, 불합리한 상황, 황당한 반전이 난무합니다.
재미있는 이유: 문화
또 이러한 정체성은 태국인의 문화적 기질과 연관도 깊습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20회에 달하는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인데요. 즉,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이 항상 우려됐고 국민들은 항상 불안한 삶을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정면충돌보다는 웃음과 농담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문화가 생겼고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태국 여행을 갈 때도 주의사항이 화가 나지 않았는데 무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웃음이 완전한 일상적 표현이에요.
뭐 이게 문제 회피, 부정적인 현실을 덮는다는 시선도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태국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유쾌한 마인드를 가진 국가라는 겁니다.
이런 문화가 태국 사회에는 산욱(Sanuk), 즉 무엇을 하든 재미를 추구하는 생활 철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사바이 사바이’. 좋다고 하는 말처럼 여유롭고 편안함을 중시합니다. 웬만한 일은 ‘마이펜라이(괜찮아, 별일 아냐)’라고 웃어넘기는 낙천성도 강하죠.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이렇게 웃음을 사랑하는 문화. 광고의 병맛 코드와 황당한 설정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태국의 전통 공연예술인 라이켄(likay)이나 코미디 영화 전통은 과장과 풍자를 일찍부터 받아들였고, 이는 현대 광고의 토대가 됐고요. 태국 광고의 ‘극단적 감정 전환’은 국가 자체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 거겠죠.
산업 구조와 창작의 자유
그리고 가장 많이 알고 계실 부분. 태국 광고가 창의적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산업적 구조에 있습니다. 아마 ‘태국 광고가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이 이거였을 거예요. ‘태국 광고업계는 광고주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다’ 라고요.
그런데 이 내용은 사실 맞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브랜딩 인 아시아가 진행한 인터뷰. 태국의 광고대행사 Sour Bangko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마콘의 발언 내용을 보자면요.
“사람들은 태국 광고주에게 유머러스한 광고를 제시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다. 그 어떤 브랜드도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라고 하죠. 재미있는 광고가 가능한 건 타겟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죠.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인데, 웃긴 광고가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걸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광고주가 있진 않을 겁니다. 적어도 태국에선 그런 형태가 팔리기 때문에 용인이 된다는 거죠.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오길비의 방콕 지사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코미디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마다 다르긴 한데, 가장 중요한 건 제품 판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여부다.” 라고요. 광고 대행사는 재밌는 영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광고’를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문화 자체가 재미를 추구하니까 코미디 장르로 향하는 장벽이 낮은 것이고 대행사들은 재미와 판매를 모두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특성 상 기획안도 보다 명확하겠죠. 뭐 적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방영되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배경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확장
자 그런데 최근 광고업계는 TV보다 SNS로 많이 이동한 상태인데요. 태국 광고는 여기서도 그대로 잘 나갈까요?
최근 몇 년간 사용 빈도가 가장 많아진 단어가 있습니다. ‘콘텐츠’라고 하죠. 사실 한 2년 전만 해도 컨텐츠가 맞네, 콘텐츠가 맞네 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컨텐츠파였는데 결국 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것 같죠.
아무튼 지금은 전 세계가 콘텐츠에 빠져 있습니다. 뭐 사실 이것도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휴대폰 사용량이 많아졌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여기서 태국 광고업계가 한번 더 자극을 받게 됩니다.
원래는 TV송수신 채널에 따라, 자국 내에서만 그 특유의 광고가 소비됐다면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재미있는 걸 공유하게 됐거든요. 태국 광고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롱폼으로, 숏폼으로, 캡쳐본으로 등등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됐어요. 당장 지금 여러분들이 이 영상을 통해 태국의 광고에 대해 역사부터 해서 알게 되신 것도 그런 일환이겠죠.
이게 태국의 내수 소비에 영향을 미칩니다. 뭐 우리 영상이 그쪽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 게 아니라요. 쉽게 말해 세계적으로 우리 콘텐츠가 흥행하면 소위 국뽕이 차오르고 국내에서 관심도가 높아져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는 건데요. 사회정체성이론이라고 합니다.
사회정체성이론에는 3단계의 주요 과정이 있어요. 1) 범주화 2) 동일시 3) 비교입니다.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첫번째 범주화 단계에서는 세상을 이해하기 쉽게 사람들을 ‘범주’로 나눕니다.
두번째 동일시 단계에서는 자신을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동일시하고 소속감을 가지게 되고요.
세번째 비교 단계에서는 자신의 집단과 타 집단을 비교하여 우월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유지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국뽕인 거죠.
이 지점에서 태국 광고는 선순환 구조를 보이게 됩니다. 해외에서 재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휩쓰는 모습을 SNS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되면, 자국 문화와 산업, 제품에까지 긍정적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사회정체성이론의 ‘비교’ 단계에서 우월감을 통한 긍정적 자아가 생기게 될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소비 행동의 촉진으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분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 전망과 비판적 고찰
개인적으로는 이 다음 스텝이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한데요. 저는 요즘 유튜브 광고 보면 굉장히 그럴싸하게 무슨 의사, 박사 전문가인 것처럼 최x식 의사 이런 식으로 절묘한 AI 생성 영상과 음성으로 홍보하는 광고가 많이 나오거든요. 아마 여러분들도 다양한 형태의 AI 광고 영상을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AI 광고의 장점은 내가 소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초 저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겠는데요. 거의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버리는 태국 광고와는 꽤 반대되는 면이 있죠. 그래서 앞으로 태국 광고는 기술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과제에 직면할 텐데요. 저비용 고효율의 AI 광고에 대응하려면, 앞으로 기획은 고비용 초 고효율을 이뤄내야 할 겁니다. 그걸 못 해낸다면 아무리 유머에 관대한 광고주들도 가만 두고 보진 않을테니까요.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AI로 가짜 전문가를 만들어 내면서 사실상 기망행위를 하는 모습. 개인적으로는 참 매스꺼운데요. 적어도 태국의 광고 업계만큼은 기존의 문화가 꼭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태국 광고가 전하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광고는 상품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웃길 때 가장 강력해진다는 것. 매체와 기술은 변해도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보편의 언어라는 것. 태국 광고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누구보다 능숙하게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다음 광고, 그 짧은 30초 안에 무엇을 담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태국처럼 특이한 광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I로 만들어내는 광고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정말 큰 공부가 되니 꼭 부탁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브랜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 영상 어떠셨나요? 즐겁게 보셨다면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 업로드 되니,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국 광고는 왜 유독 재미있을까요?
혹시 광고 보겠다고 일부러 TV 켜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보통은 없으실 텐데요. 당장 유튜브만 봐도 광고 나왔다 하면 건너뛰기만 기다리고, 심지어 광고를 안 보기 위해서 돈까지 내고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니다. 그런데요. 오히려 찾아 보는 광고가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유독 재미있는 이 광고들, 모두 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원래 태국 광고는 유명하죠. 광고를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되고, 새로운 광고를 볼 때면 도대체 이번엔 어떤 제품 광고를 하는 건지 기대하죠. 웃기다가도 눈시울을 붉히고, 심각하다가도 병맛을 보여줍니다. 보통 앞쪽은 후킹, 상품은 마지막에 나오거든요. 그런데 태국은 이런 광고가 한둘이 아닙니다. ‘광고를 가장 잘 즐기는 나라,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만드는 나라’라는 인식이 아예 자리 잡혔을 정도니까요. 그러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점 하나. 태국 광고가 단순한 재미나 감동을 넘어 세계 광고 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유독 재미있어 찾아보게 되는 태국 광고입니다.
아래 영상으로도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https://youtu.be/OEjKKY1X2-A?si=7RiOUyj1IH_GlNtf
태국 광고의 첫 기록은 1845년입니다. 미국인 선교사 댄 비치 브래들리가 발행한 〈방콕 레코더〉라는 신문에 퀴닌 약 광고가 실린 것이 출발점인데요. 당시 퀴닌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필수였으나 가정에서는 자급할 수 없던 귀한 상품이었습니다. 즉, 이 광고를 통해 필수 약품이 대중화되는 첫걸음을 간 거죠.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어떠한 지식과 무역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1930년대에 들어서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됩니다. 광고는 이때 한번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요. 신문으로 광고가 시작됐다곤 하지만요. 1930년대 당시 태국 남성의 문맹률은 53%에 달하고, 여성의 경우엔 85%를 웃돌았거든요? 읽고 쓰기 어려운 대중들이 많으니 광고는 멜로디와 후렴을 반복하는 CM송의 형태로 다가갔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빠빠라빠빠라빠 삐삐리빠삐코~ 같은 노래를 떠올리시면 좋을 듯 해요. 상품 정보는 곧 노래로 전해졌고, 광고는 점점 정보 전달을 넘어 오락으로 흡수되었습니다.
그러다 1955년 태국 최초의 방송사 채널 HSATV Channel 4가 개국하면서 태국은 텔레비전 광고 시대를 열었습니다. 초기 광고는 단순한 정지화면과 멘트에 불과했지만요. 점차 영상적 실험이 도입되면서 광고는 독립적인 미디어 장르로 자리잡았어요.
특히 1960~70년대는 태국 광고의 전환기였습니다. 이 시기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이 본격적으로 태국에 진출했기 때문인데요. 베트남 전쟁 시기에 태국이 공산주의 확산이 우려돼서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단 말이에요? 자국 공군 기지까지 사용할 수 있게 협조할 정도로요.
전통적으로 미군이 주둔한 국가는 미국의 문화를 상당 부분 흡수합니다. 한국의 경우엔 콘플레이크가 처음 들어오게 됐고,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도 미국풍이 강하죠. 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 광고 파트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1965년 레오버넷, 오길비는 1973년. 그리고 맥캔 등 여러 미국의 광고회사가 태국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웃음과 눈물, 극단의 정체성
당연히 이때부터 태국의 광고 산업은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동시에, 근현대 태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기가 찾아와요. 지금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건 1980년대 이후인데요. 1984년 태국 중앙은행의 바트 평가절하가 이뤄지고 바로 이어서 85년에는 플라자 합의가 연달아 일어나며 태국 돈의 가치는 급락합니다.
이게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말로는 안 좋아 보이지만요. 사실 그만큼 외국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물건이 저렴하다는 뜻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무역흑자가 발생하게 되는, 수출강국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플라자 합의로 인해 돈의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르게 된 일본 입장에서는 태국의 인건비와 환율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이게 되는데요.
그렇게 일본은 역대 태국 국내외 총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두 국가의 관계는 너무나도 우호적이죠.
아무튼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던 전성기 일본의 투자를 받을 대로 받은 태국은 1987년부터 96년도까지 10년간 평균 GDP 성장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내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실제로 GDP 대비 가계소비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자면요. GDP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50선을 깨지 않죠.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그리고 이렇게 소비 심리가 강할 때 호황을 누리는 산업군이 있죠. 광고입니다. 이맘때쯤 태국에선 돈 쓰겠다는 소비자들 잡으려고 광고가 수십 수백 개 쏟아져 나오게 되고, 과잉 경쟁 상태에 이르는데요. 사람들이 단순 제품 설명은 그냥 넘어가버리니까 점점 후킹에 신경 쓰게되고 어떻게든 우리 제품만은 기억에 남게 하고자 갖가지 수를 고안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 등장한 게 바로 스토리텔링. 웃기거나 울리거나, 두 극단의 감정을 30초 남짓한 시간 안에서 오가게 만드는 거였어요. 코미디 광고에서는 과장된 몸개그, 불합리한 상황, 황당한 반전이 난무합니다.
재미있는 이유: 문화
또 이러한 정체성은 태국인의 문화적 기질과 연관도 깊습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20회에 달하는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인데요. 즉,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이 항상 우려됐고 국민들은 항상 불안한 삶을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정면충돌보다는 웃음과 농담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문화가 생겼고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태국 여행을 갈 때도 주의사항이 화가 나지 않았는데 무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웃음이 완전한 일상적 표현이에요.
뭐 이게 문제 회피, 부정적인 현실을 덮는다는 시선도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태국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유쾌한 마인드를 가진 국가라는 겁니다.
이런 문화가 태국 사회에는 산욱(Sanuk), 즉 무엇을 하든 재미를 추구하는 생활 철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사바이 사바이’. 좋다고 하는 말처럼 여유롭고 편안함을 중시합니다. 웬만한 일은 ‘마이펜라이(괜찮아, 별일 아냐)’라고 웃어넘기는 낙천성도 강하죠.
이렇게 웃음을 사랑하는 문화. 광고의 병맛 코드와 황당한 설정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태국의 전통 공연예술인 라이켄(likay)이나 코미디 영화 전통은 과장과 풍자를 일찍부터 받아들였고, 이는 현대 광고의 토대가 됐고요. 태국 광고의 ‘극단적 감정 전환’은 국가 자체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 거겠죠.
산업 구조와 창작의 자유
그리고 가장 많이 알고 계실 부분. 태국 광고가 창의적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산업적 구조에 있습니다. 아마 ‘태국 광고가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이 이거였을 거예요. ‘태국 광고업계는 광고주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다’ 라고요.
그런데 이 내용은 사실 맞다고 보기 어려운데요.
브랜딩 인 아시아가 진행한 인터뷰. 태국의 광고대행사 Sour Bangko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마콘의 발언 내용을 보자면요.
“사람들은 태국 광고주에게 유머러스한 광고를 제시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다. 그 어떤 브랜드도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라고 하죠. 재미있는 광고가 가능한 건 타겟 고객을 진정으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죠.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인데, 웃긴 광고가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걸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광고주가 있진 않을 겁니다. 적어도 태국에선 그런 형태가 팔리기 때문에 용인이 된다는 거죠.
글로벌 광고대행사인 오길비의 방콕 지사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코미디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마다 다르긴 한데, 가장 중요한 건 제품 판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여부다.” 라고요. 광고 대행사는 재밌는 영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광고’를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문화 자체가 재미를 추구하니까 코미디 장르로 향하는 장벽이 낮은 것이고 대행사들은 재미와 판매를 모두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특성 상 기획안도 보다 명확하겠죠. 뭐 적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방영되지 못했을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배경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확장
자 그런데 최근 광고업계는 TV보다 SNS로 많이 이동한 상태인데요. 태국 광고는 여기서도 그대로 잘 나갈까요?
최근 몇 년간 사용 빈도가 가장 많아진 단어가 있습니다. ‘콘텐츠’라고 하죠. 사실 한 2년 전만 해도 컨텐츠가 맞네, 콘텐츠가 맞네 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컨텐츠파였는데 결국 콘텐츠로 자리를 잡은 것 같죠.
아무튼 지금은 전 세계가 콘텐츠에 빠져 있습니다. 뭐 사실 이것도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휴대폰 사용량이 많아졌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여기서 태국 광고업계가 한번 더 자극을 받게 됩니다.
원래는 TV송수신 채널에 따라, 자국 내에서만 그 특유의 광고가 소비됐다면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재미있는 걸 공유하게 됐거든요. 태국 광고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롱폼으로, 숏폼으로, 캡쳐본으로 등등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됐어요. 당장 지금 여러분들이 이 영상을 통해 태국의 광고에 대해 역사부터 해서 알게 되신 것도 그런 일환이겠죠.
이게 태국의 내수 소비에 영향을 미칩니다. 뭐 우리 영상이 그쪽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 게 아니라요. 쉽게 말해 세계적으로 우리 콘텐츠가 흥행하면 소위 국뽕이 차오르고 국내에서 관심도가 높아져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는 건데요. 사회정체성이론이라고 합니다.
사회정체성이론에는 3단계의 주요 과정이 있어요. 1) 범주화 2) 동일시 3) 비교입니다.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첫번째 범주화 단계에서는 세상을 이해하기 쉽게 사람들을 ‘범주’로 나눕니다.
두번째 동일시 단계에서는 자신을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동일시하고 소속감을 가지게 되고요.
세번째 비교 단계에서는 자신의 집단과 타 집단을 비교하여 우월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유지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국뽕인 거죠.
이 지점에서 태국 광고는 선순환 구조를 보이게 됩니다. 해외에서 재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휩쓰는 모습을 SNS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되면, 자국 문화와 산업, 제품에까지 긍정적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사회정체성이론의 ‘비교’ 단계에서 우월감을 통한 긍정적 자아가 생기게 될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소비 행동의 촉진으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분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 전망과 비판적 고찰
개인적으로는 이 다음 스텝이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한데요. 저는 요즘 유튜브 광고 보면 굉장히 그럴싸하게 무슨 의사, 박사 전문가인 것처럼 최x식 의사 이런 식으로 절묘한 AI 생성 영상과 음성으로 홍보하는 광고가 많이 나오거든요. 아마 여러분들도 다양한 형태의 AI 광고 영상을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AI 광고의 장점은 내가 소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초 저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겠는데요. 거의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버리는 태국 광고와는 꽤 반대되는 면이 있죠. 그래서 앞으로 태국 광고는 기술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과제에 직면할 텐데요. 저비용 고효율의 AI 광고에 대응하려면, 앞으로 기획은 고비용 초 고효율을 이뤄내야 할 겁니다. 그걸 못 해낸다면 아무리 유머에 관대한 광고주들도 가만 두고 보진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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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가짜 전문가를 만들어 내면서 사실상 기망행위를 하는 모습. 개인적으로는 참 매스꺼운데요. 적어도 태국의 광고 업계만큼은 기존의 문화가 꼭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태국 광고가 전하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광고는 상품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웃길 때 가장 강력해진다는 것. 매체와 기술은 변해도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보편의 언어라는 것. 태국 광고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누구보다 능숙하게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다음 광고, 그 짧은 30초 안에 무엇을 담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태국처럼 특이한 광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I로 만들어내는 광고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정말 큰 공부가 되니 꼭 부탁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브랜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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