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조 업계는 다 사기라고?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6호
혹시, 이 광고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딱 봐도 믿음직스럽고 벌써부터 마음 든든한 그런 기분이 드는데요. 이게 다 속임수였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 뉴스와이어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문화, 장례. 조문객으로서 방문할 때도 속상하지만, 갑자기 내 일이 되어 닥치면 그 상황의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슬픔을 추스르기도 부족한데, 앞으로 3일간 이어질 장례까지 치르려니 머리가 깨질 것 같거든요.
장례, 사전적 의미는 ‘장사(葬事)를 지내는 일 또는 예식’입니다. 같은 말로 ‘장의’가 있고, 이를 치르는 절차를 장례식이라고 하죠. 그 식을 요즘은 보통 3일장을 기준으로 진행하는데, 그 안에 장례식장 섭외부터 운구, 식대와 빈소 마련, 입관 일정, 수의와 관, 장식용 꽃까지 결정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모든 것들은 돈. 결국 돈 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상황이 갑작스럽다 보면 슬퍼할 시간도 없이 비용부터 챙겨야 하거든요. 개인이 죽음을 미리 대비해서 관이나 수의를 준비해두는 경우도 드물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입해두는 게 바로 상조 서비스입니다.
이미 가입하신 분도 계실 테고, 광고만 본 분들도 있을 거예요. 상조란 장례를 도와주는 전문 서비스인데요. 월 3만원 정도를 대략 150회 정도 납부하면 장례를 도와준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가격으로 10년 후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물가 상승율’에 기반하는 건데, 어차피 나갈 비용을 큰 돈 들이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해둘 수 있는 좋은 서비스죠. 심지어 완납 후에도 아직 쌩쌩한(?) 분들을 위해 상조가 아닌 크루즈나 웨딩, 어학연수부터 돌잔치와 가발까지 맞출 수 있도록 결합이나 전환 상품까지 운영 중인 알짜 계약들이 많아요.

ⓒ 크루즈포유
그런데 최근 이 상조 업계, 심상치 않습니다. 가입했는데 회사가 갑자기 폐업하며 환불조차 어렵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거든요. 최근 3년간 문을 닫은 상조회사만 해도 케이비라이프, 한강라이프, 한효라이프 등 8곳에 달하고, 이들이 소비자에게 받은 금액은 약 5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보상은 반도 못 받는다고 해요. 소비자 입장에선 수년간 돈을 꼬박꼬박 갖다 바친 경우가 생기고 있는 거죠. 아니, 돈은 돈 대로 다 받아 놓고 갑자기 폐업을 한다니 이상한데요.
그런데 조사해보니, 의심은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상조 업계, 그 이면입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dFqUm_5I1H8?si=IcRAPbUPLaJsnfuk
상조, 왜 가입하나요?
상조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는, 일정 금액을 10년 가까이 장기간 납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오해가 생겨요. 왜냐하면 이 상품이 얼핏 보면 만기 적금이나 보험과 꽤 닮아 있거든요. 매달 돈을 붓고, 언젠가 그에 대한 혜택을 받는 구조니까요.
쉽게 말해서, 앞으로 언젠가 필요하게 될 장례 서비스를 미리 돈을 내고 예약해두는 구조라는 거죠.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적금처럼 ‘만기 되면 돈이 돌아오는 상품’으로 생각하는 건데요. 상조는 돌려받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그냥 결제만 할부로 미리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선불식 할부거래업’라고 불러요.

ⓒ 상조보증공제조합
그런데 이 업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업에 비해 고객의 돈을 지켜줄 의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건데요.
상조회사가 고객에게 받은 돈은 ‘선수금’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에 예치된 돈은 ‘예금’이라고 하죠. 이 둘은 각각 할부거래법과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예금자 1인당 5천만 원까지 법으로 보장이 됩니다. 최근엔 이게 1억으로 상향 조정되는 개정안이 통과됐고요. 즉, 은행은 망해도 1억까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상조회사가 받은 선수금이라는 건 보호가 아니라 ‘보전’ 개념이라 얘기가 다릅니다.
현재 법적으로 상조회사는 고객의 선수금 중 50%만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하면 됩니다. 이 50%라는 수치를 ‘선수금 보전비율’이라고 하는데, 매달 납부한 금액의 절반은 보전하되, 나머지 절반은 마케팅, 인건비, 투자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그 50%를 불려서 물가상승율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게 회사 측에서 할 일인 거고요.
그리고 만약 상조회사가 폐업한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보전된 절반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절반 만큼이 보장된다는 얘기도 아니에요. 그나마도 폐업 시기나 해지 조건, 보전 기관의 처리 방식에 따라 실제 환불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금액도 줄어들 수 있고요.
여기에 더 큰 문제는 2022년 이전에 가입한 ‘비상조 상품’들인데요. 크루즈나 어학연수 패키지 등 전통 상조가 아닌 서비스들에는 원래 선수금 보전 의무가 없었다는 거예요. 2022년 들어 공정위가 비상조 상품에 대한 보전 의무도 신설했지만 소급 적용하진 않아서 피해자들이 구제되진 못했죠.
보람상조
그리고 오늘의 진짜 주인공, 보람상조입니다. 1992년 설립돼 국내 상조 업계 규모로는 2위지만, 인지도로는 1위 업체죠. 보람상조에선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보람상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좌측 상단에 있는 보람그룹을 보자면요. 하단에 그룹계열사로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애니콜, 보람상조피플,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실로암, 보람상조플러스 등 ‘상조’ 키워드가 들어간 계열사만 7개에 달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모든 계열사의 홈페이지가 거기서 거기인 모습입니다.

ⓒ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실제로 보람상조는 여러 계열사로 상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혹시 보람상조 가입하신 분들은 계약서 한 번 살펴 보시면 단순 보람상조가 아니라 저 계열사들의 이름 중 하나가 적혀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로 계약하셨을 테고요.
뭐 신경 안 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계열사가 많다는 게요. 좋게 보자면 사업의 다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계열사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사실 의심할 여지가 굉장히 많단 말이죠?
돌려막기
그래서 전자공시를 한 번 살펴보자면 충격적입니다. 계열사끼리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고, 다시 돌려받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실제 보람상조라이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보람상조플러스에 6억 9천만 원을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농업법인 보람바이오텍과 부동산 개발 목적의 비알시티100에는 총 107억 원의 장기대여금을 빌려주고 있고요. 보람상조개발은 심각한데요. 비알시티100, 다온21, 보람정보산업, 보람바이오 등 계열사에 80억 가량을 빌려주고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으로 돌려 막기 해서 내부에 돈이 흐르도록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객 A가 매달 3만원씩 상조 상품에 가입합니다. 그러면 50%인 1만 5천원이 선수금으로 누적되겠죠. 그리고 나머지 절반으로 돈을 잘 불려내는 게 상조회사가 할 일이라고 했잖아요? 이 돈을 외부에서 벌어오는 게 정상인데, 계열사인 보람상조플러스나 보람상조개발 등에 대여금, 투자금 명목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식도 잘 돌아가면 문제는 없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잘’ 돌아갈 때 말이죠. 여기엔 두 가지 근본적인 위험이 있어요.
첫째, 세탁 가능성입니다. 애초에 옳게 불려져야 할 돈이 내부에서 돌고 돌면서 어떻게 세탁될지 모르는 일이고, 혹시나 이미 엄한 데로 돈이 새면서 그저 부족한 선수금을 메꾸는 중인 거라면요. 신규 소비자가 낸 돈으로 기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 다단계 폰지사기와 다를 게 없게 되죠. 이렇게 보면 국민연금 개혁안도 폰지처럼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둘째는 도미노입니다. A계열사가 적자를 내면, 그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B계열사도 함께 위험해지겠죠? 이 리스크가 내부에서 터진다면 단계별로 하나씩 무너져 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어요.
보람상조 킹리적 갓심
실제로 세탁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 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본총계는 -580억에 달합니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데요. 이상하게 큰 자산 항목이 있어요. 토지와 건물. 부동산입니다. 토지가 575억, 건물이 70억, 건설 중인 자산은 200억으로, 800억에 달하죠.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심지어 보람상조에서 돈을 대주고 있는 다온21, 비알시티100 이 회사들을 보면 부동산 업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부동산 업체가 무슨 돈을 이렇게나 받아 가나 하는 수상한 점도 있지만요. 이 두 회사 주소지를 살펴보면 같은 건물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상조 회사는 자본잠식이면서 부동산은 넘치도록 많고, 그 부동산 개발 명목으로 수억 수십억씩 자금을 지원받는 두 회사의 건물이 같다는 사실.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금산분리
그래서 사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되어 있는 법률이 있는데요. ‘금산분리’라는 말 혹시 들어 보신 적 있나요? 금산분리란, 말 그대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라는 원칙으로, 목적이 분명합니다.

ⓒ 데일리임팩트
첫째, 금융회사가 산업 자회사를 소유하면, 대출을 몰아주거나 위험을 키울 수 있고 둘째, 산업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면, 소비자 돈으로 자기 사업을 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조는 금융업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잖아요? 이 금산분리 법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 돈을 엄한 데 쓸 수 있다는 거죠.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도입에 따른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존재가 가능하나, 그럼에도 금산분리 문제로 인해 한국투자 측이 카카오와 동일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더 의심 가는 정황이 많이 포착되고, 소비자 입장에선 예의주시 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서는 상조 업계가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아마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뱅크런 사태처럼 집단 해약이 벌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오해가 있을까 한 마디 더 하자면요. 오늘 다뤘던 보람상조가 유독 더 특이한 케이스이고 유명한 브랜드라 그렇지 이미 폐업한 업체들이나 지금은 믿음직스러운 브랜드들 역시 어디로 돈을 돌려서 한탕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당장 믿을만한 상조 회사를 찾고 싶다고 하신다면 그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인지, 선수금은 어떻게 보전하고 있는지, 자금 흐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 꼼꼼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무엇보다 상조 업계 특성과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해서 관련 법이나 규제가 등장하면 좋을 텐데요. 여러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아예 금융기업이 대출 상품과 엮어서 상조 상품을 판매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상조’라는 서비스 자체가 안 좋은 건 아니니까요.
그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상조 업계는 다 사기라고?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6호
혹시, 이 광고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딱 봐도 믿음직스럽고 벌써부터 마음 든든한 그런 기분이 드는데요. 이게 다 속임수였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 뉴스와이어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문화, 장례. 조문객으로서 방문할 때도 속상하지만, 갑자기 내 일이 되어 닥치면 그 상황의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슬픔을 추스르기도 부족한데, 앞으로 3일간 이어질 장례까지 치르려니 머리가 깨질 것 같거든요.
장례, 사전적 의미는 ‘장사(葬事)를 지내는 일 또는 예식’입니다. 같은 말로 ‘장의’가 있고, 이를 치르는 절차를 장례식이라고 하죠. 그 식을 요즘은 보통 3일장을 기준으로 진행하는데, 그 안에 장례식장 섭외부터 운구, 식대와 빈소 마련, 입관 일정, 수의와 관, 장식용 꽃까지 결정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모든 것들은 돈. 결국 돈 문제와 맞닿아 있어요. 상황이 갑작스럽다 보면 슬퍼할 시간도 없이 비용부터 챙겨야 하거든요. 개인이 죽음을 미리 대비해서 관이나 수의를 준비해두는 경우도 드물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입해두는 게 바로 상조 서비스입니다.
이미 가입하신 분도 계실 테고, 광고만 본 분들도 있을 거예요. 상조란 장례를 도와주는 전문 서비스인데요. 월 3만원 정도를 대략 150회 정도 납부하면 장례를 도와준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가격으로 10년 후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물가 상승율’에 기반하는 건데, 어차피 나갈 비용을 큰 돈 들이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해둘 수 있는 좋은 서비스죠. 심지어 완납 후에도 아직 쌩쌩한(?) 분들을 위해 상조가 아닌 크루즈나 웨딩, 어학연수부터 돌잔치와 가발까지 맞출 수 있도록 결합이나 전환 상품까지 운영 중인 알짜 계약들이 많아요.
ⓒ 크루즈포유
그런데 최근 이 상조 업계, 심상치 않습니다. 가입했는데 회사가 갑자기 폐업하며 환불조차 어렵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거든요. 최근 3년간 문을 닫은 상조회사만 해도 케이비라이프, 한강라이프, 한효라이프 등 8곳에 달하고, 이들이 소비자에게 받은 금액은 약 5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보상은 반도 못 받는다고 해요. 소비자 입장에선 수년간 돈을 꼬박꼬박 갖다 바친 경우가 생기고 있는 거죠. 아니, 돈은 돈 대로 다 받아 놓고 갑자기 폐업을 한다니 이상한데요.
그런데 조사해보니, 의심은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상조 업계, 그 이면입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dFqUm_5I1H8?si=IcRAPbUPLaJsnfuk
상조, 왜 가입하나요?
상조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는, 일정 금액을 10년 가까이 장기간 납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오해가 생겨요. 왜냐하면 이 상품이 얼핏 보면 만기 적금이나 보험과 꽤 닮아 있거든요. 매달 돈을 붓고, 언젠가 그에 대한 혜택을 받는 구조니까요.
쉽게 말해서, 앞으로 언젠가 필요하게 될 장례 서비스를 미리 돈을 내고 예약해두는 구조라는 거죠.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적금처럼 ‘만기 되면 돈이 돌아오는 상품’으로 생각하는 건데요. 상조는 돌려받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그냥 결제만 할부로 미리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선불식 할부거래업’라고 불러요.
ⓒ 상조보증공제조합
그런데 이 업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업에 비해 고객의 돈을 지켜줄 의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건데요.
상조회사가 고객에게 받은 돈은 ‘선수금’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에 예치된 돈은 ‘예금’이라고 하죠. 이 둘은 각각 할부거래법과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예금자 1인당 5천만 원까지 법으로 보장이 됩니다. 최근엔 이게 1억으로 상향 조정되는 개정안이 통과됐고요. 즉, 은행은 망해도 1억까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상조회사가 받은 선수금이라는 건 보호가 아니라 ‘보전’ 개념이라 얘기가 다릅니다.
현재 법적으로 상조회사는 고객의 선수금 중 50%만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하면 됩니다. 이 50%라는 수치를 ‘선수금 보전비율’이라고 하는데, 매달 납부한 금액의 절반은 보전하되, 나머지 절반은 마케팅, 인건비, 투자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그 50%를 불려서 물가상승율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게 회사 측에서 할 일인 거고요.
그리고 만약 상조회사가 폐업한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보전된 절반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절반 만큼이 보장된다는 얘기도 아니에요. 그나마도 폐업 시기나 해지 조건, 보전 기관의 처리 방식에 따라 실제 환불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금액도 줄어들 수 있고요.
여기에 더 큰 문제는 2022년 이전에 가입한 ‘비상조 상품’들인데요. 크루즈나 어학연수 패키지 등 전통 상조가 아닌 서비스들에는 원래 선수금 보전 의무가 없었다는 거예요. 2022년 들어 공정위가 비상조 상품에 대한 보전 의무도 신설했지만 소급 적용하진 않아서 피해자들이 구제되진 못했죠.
보람상조
그리고 오늘의 진짜 주인공, 보람상조입니다. 1992년 설립돼 국내 상조 업계 규모로는 2위지만, 인지도로는 1위 업체죠. 보람상조에선 상당히 특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보람상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좌측 상단에 있는 보람그룹을 보자면요. 하단에 그룹계열사로 보람상조개발,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애니콜, 보람상조피플, 보람상조리더스, 보람상조실로암, 보람상조플러스 등 ‘상조’ 키워드가 들어간 계열사만 7개에 달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모든 계열사의 홈페이지가 거기서 거기인 모습입니다.
ⓒ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실제로 보람상조는 여러 계열사로 상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혹시 보람상조 가입하신 분들은 계약서 한 번 살펴 보시면 단순 보람상조가 아니라 저 계열사들의 이름 중 하나가 적혀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로 계약하셨을 테고요.
뭐 신경 안 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계열사가 많다는 게요. 좋게 보자면 사업의 다각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계열사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사실 의심할 여지가 굉장히 많단 말이죠?
돌려막기
그래서 전자공시를 한 번 살펴보자면 충격적입니다. 계열사끼리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고, 다시 돌려받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실제 보람상조라이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보람상조플러스에 6억 9천만 원을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농업법인 보람바이오텍과 부동산 개발 목적의 비알시티100에는 총 107억 원의 장기대여금을 빌려주고 있고요. 보람상조개발은 심각한데요. 비알시티100, 다온21, 보람정보산업, 보람바이오 등 계열사에 80억 가량을 빌려주고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으로 돌려 막기 해서 내부에 돈이 흐르도록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객 A가 매달 3만원씩 상조 상품에 가입합니다. 그러면 50%인 1만 5천원이 선수금으로 누적되겠죠. 그리고 나머지 절반으로 돈을 잘 불려내는 게 상조회사가 할 일이라고 했잖아요? 이 돈을 외부에서 벌어오는 게 정상인데, 계열사인 보람상조플러스나 보람상조개발 등에 대여금, 투자금 명목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식도 잘 돌아가면 문제는 없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잘’ 돌아갈 때 말이죠. 여기엔 두 가지 근본적인 위험이 있어요.
첫째, 세탁 가능성입니다. 애초에 옳게 불려져야 할 돈이 내부에서 돌고 돌면서 어떻게 세탁될지 모르는 일이고, 혹시나 이미 엄한 데로 돈이 새면서 그저 부족한 선수금을 메꾸는 중인 거라면요. 신규 소비자가 낸 돈으로 기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 다단계 폰지사기와 다를 게 없게 되죠. 이렇게 보면 국민연금 개혁안도 폰지처럼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둘째는 도미노입니다. A계열사가 적자를 내면, 그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B계열사도 함께 위험해지겠죠? 이 리스크가 내부에서 터진다면 단계별로 하나씩 무너져 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어요.
보람상조 킹리적 갓심
실제로 세탁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 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본총계는 -580억에 달합니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데요. 이상하게 큰 자산 항목이 있어요. 토지와 건물. 부동산입니다. 토지가 575억, 건물이 70억, 건설 중인 자산은 200억으로, 800억에 달하죠.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심지어 보람상조에서 돈을 대주고 있는 다온21, 비알시티100 이 회사들을 보면 부동산 업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부동산 업체가 무슨 돈을 이렇게나 받아 가나 하는 수상한 점도 있지만요. 이 두 회사 주소지를 살펴보면 같은 건물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상조 회사는 자본잠식이면서 부동산은 넘치도록 많고, 그 부동산 개발 명목으로 수억 수십억씩 자금을 지원받는 두 회사의 건물이 같다는 사실.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금산분리
그래서 사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되어 있는 법률이 있는데요. ‘금산분리’라는 말 혹시 들어 보신 적 있나요? 금산분리란, 말 그대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라는 원칙으로, 목적이 분명합니다.
ⓒ 데일리임팩트
첫째, 금융회사가 산업 자회사를 소유하면, 대출을 몰아주거나 위험을 키울 수 있고 둘째, 산업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면, 소비자 돈으로 자기 사업을 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조는 금융업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잖아요? 이 금산분리 법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 돈을 엄한 데 쓸 수 있다는 거죠.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도입에 따른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존재가 가능하나, 그럼에도 금산분리 문제로 인해 한국투자 측이 카카오와 동일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더 의심 가는 정황이 많이 포착되고, 소비자 입장에선 예의주시 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서는 상조 업계가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아마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뱅크런 사태처럼 집단 해약이 벌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오해가 있을까 한 마디 더 하자면요. 오늘 다뤘던 보람상조가 유독 더 특이한 케이스이고 유명한 브랜드라 그렇지 이미 폐업한 업체들이나 지금은 믿음직스러운 브랜드들 역시 어디로 돈을 돌려서 한탕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당장 믿을만한 상조 회사를 찾고 싶다고 하신다면 그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인지, 선수금은 어떻게 보전하고 있는지, 자금 흐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 꼼꼼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무엇보다 상조 업계 특성과 이런 부분을 잘 파악해서 관련 법이나 규제가 등장하면 좋을 텐데요. 여러분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아예 금융기업이 대출 상품과 엮어서 상조 상품을 판매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상조’라는 서비스 자체가 안 좋은 건 아니니까요.
그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