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유리는 왜 초록빛일까? | 텔유레터 102호 | 일상의 것들 | 브랜딩 텔유어월드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고층 아파트나 회사 건물을 보다가 “왜 창문이 다 초록빛이지?” 하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까 계속 보이더라고요. 진짜 다 그래요. 투명한 줄 알았는데 옆에서 보면 어쩐지 청록빛이 감돌죠.
그런데 이게…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주제는 바로 ‘창문 유리의 초록빛’입니다.
창문이 색을 갖게 된 이유
유리는 기본적으로 모래, 정확히 말하면 규사를 녹여서 만듭니다.
그런데 이 규사에는 미량의 철분이 들어 있어요. 바로 이 철 성분이 가시광선 중 일부 파장을 흡수하면서 유리가 아주 은은하게 초록빛을 띠게 되는 거죠.
얇은 유리는 잘 안 보이는데요, 유리가 두껍거나 겹겹이 사용되면 그 색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아파트에 많이 쓰이는 ‘복층유리’ 같은 건 두 장, 세 장씩 겹치니까요. 빛이 안쪽 유리를 통과했다가 다시 반사되면서, 그 초록빛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겁니다.

ⓒ Freepik
그럼 왜 하필, 이 초록빛 유리를 쓸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장 싸고, 가장 기본이라서요.
철분을 제거한 유리는 훨씬 투명하지만, 그만큼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도 높습니다. 반면 철분이 포함된 기본 유리는 별도 가공이 없어서 싸고, 대량 생산도 쉬워요. 그래서 건축설계 단계에서 별도로 ‘저철분 유리’로 명시하지 않는 한, 그냥 기본값으로 초록빛 유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익숙하니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니까요.
한 번 그게 표준이 되고 나면 유통망, 시공, 소비자 인식까지 다 같이 굳어집니다. 이쯤 되면 이건 가격이 아니라 ‘문화’라고 해야겠죠.

ⓒ GLAShern
기능도 조금은 있어요
그럼 초록 유리는 단점만 있는 걸까요? 사실 꼭 그렇진 않아요. 이 철분 유리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약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실내 가구가 햇빛에 탈색되는 걸 조금 늦춰주고, 여름철 열기도 어느 정도 막아주죠.
하지만 이런 효과는 부수적입니다.
진짜 단열이 필요하면 ‘Low-E 코팅 유리’처럼 전문 기술이 들어간 유리를 써야 하고요. 초록빛이 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능성까지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 와이케이
유럽은 다를까요?
예, 다릅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고급 주택이나 상업 건물에 ‘무색 유리’ 또는 ‘저철분 유리’를 더 자주 씁니다. 그 이유요? 단순히 미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투명한 유리는 채광이 훨씬 좋고, 실내 공간이 더 넓고 깨끗해 보이는 효과가 있거든요.
이런 차이점을 알고 나면, 같은 유리인데도 지역마다 색이 다른 이유가 조금은 납득되죠.

ⓒ 유리상자 - 티스토리
우리는 왜 이걸 '투명'이라고 여길까?
재미있는 건, 우리는 초록빛 유리를 보고도 그게 초록빛이라고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왜냐면 처음부터 계속 그렇게 봐왔기 때문이죠.
마치 콘센트가 벽 하단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듯, 창문이 초록빛이라는 것도 사실은 ‘익숙함’이라는 렌즈를 통해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놀랍지 않으세요?
우리가 늘 ‘투명’하다고 믿었던 그 창문도, 알고 보면 초록빛 유리가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거예요.

ⓒ 수정블루베리농장
그럼 앞으로는요?
요즘은 건축자재 시장에서도 투명도 높은 유리, 스마트 글라스, 태양광 유리 등 기능성 유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어요. 특히 저탄소 건축, 에너지 절감 같은 키워드가 중요해지면서 단순히 ‘싸니까 쓴다’는 기준은 점점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당장은, 아파트나 상가처럼 대규모 시공에는 여전히 초록빛 유리가 주류일 거예요. 비용이 더 싸고, 관행도 강하니까요.
그래서, 초록빛 창문은 선택일까? 당연함일까?
어쩌면 우리는 가장 싸고, 가장 익숙하고, 가장 많이 본 유리를
‘그냥 그런 거지 뭐’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창문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기술과 선택의 맥락이 숨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다음에 창밖을 볼 때 그 창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일상 속 물건으로 인사드릴게요.
🐯 콘텐츠 디렉터 리오
창문 유리는 왜 초록빛일까? | 텔유레터 102호 | 일상의 것들 | 브랜딩 텔유어월드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고층 아파트나 회사 건물을 보다가 “왜 창문이 다 초록빛이지?” 하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니까 계속 보이더라고요. 진짜 다 그래요. 투명한 줄 알았는데 옆에서 보면 어쩐지 청록빛이 감돌죠.
그런데 이게…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주제는 바로 ‘창문 유리의 초록빛’입니다.
창문이 색을 갖게 된 이유
유리는 기본적으로 모래, 정확히 말하면 규사를 녹여서 만듭니다.
그런데 이 규사에는 미량의 철분이 들어 있어요. 바로 이 철 성분이 가시광선 중 일부 파장을 흡수하면서 유리가 아주 은은하게 초록빛을 띠게 되는 거죠.
얇은 유리는 잘 안 보이는데요, 유리가 두껍거나 겹겹이 사용되면 그 색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아파트에 많이 쓰이는 ‘복층유리’ 같은 건 두 장, 세 장씩 겹치니까요. 빛이 안쪽 유리를 통과했다가 다시 반사되면서, 그 초록빛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겁니다.
ⓒ Freepik
그럼 왜 하필, 이 초록빛 유리를 쓸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장 싸고, 가장 기본이라서요.
철분을 제거한 유리는 훨씬 투명하지만, 그만큼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도 높습니다. 반면 철분이 포함된 기본 유리는 별도 가공이 없어서 싸고, 대량 생산도 쉬워요. 그래서 건축설계 단계에서 별도로 ‘저철분 유리’로 명시하지 않는 한, 그냥 기본값으로 초록빛 유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익숙하니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니까요.
한 번 그게 표준이 되고 나면 유통망, 시공, 소비자 인식까지 다 같이 굳어집니다. 이쯤 되면 이건 가격이 아니라 ‘문화’라고 해야겠죠.
ⓒ GLAShern
기능도 조금은 있어요
그럼 초록 유리는 단점만 있는 걸까요? 사실 꼭 그렇진 않아요. 이 철분 유리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약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실내 가구가 햇빛에 탈색되는 걸 조금 늦춰주고, 여름철 열기도 어느 정도 막아주죠.
하지만 이런 효과는 부수적입니다.
진짜 단열이 필요하면 ‘Low-E 코팅 유리’처럼 전문 기술이 들어간 유리를 써야 하고요. 초록빛이 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능성까지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 와이케이
유럽은 다를까요?
예, 다릅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고급 주택이나 상업 건물에 ‘무색 유리’ 또는 ‘저철분 유리’를 더 자주 씁니다. 그 이유요? 단순히 미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투명한 유리는 채광이 훨씬 좋고, 실내 공간이 더 넓고 깨끗해 보이는 효과가 있거든요.
이런 차이점을 알고 나면, 같은 유리인데도 지역마다 색이 다른 이유가 조금은 납득되죠.
ⓒ 유리상자 - 티스토리
우리는 왜 이걸 '투명'이라고 여길까?
재미있는 건, 우리는 초록빛 유리를 보고도 그게 초록빛이라고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왜냐면 처음부터 계속 그렇게 봐왔기 때문이죠.
마치 콘센트가 벽 하단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듯, 창문이 초록빛이라는 것도 사실은 ‘익숙함’이라는 렌즈를 통해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놀랍지 않으세요?
우리가 늘 ‘투명’하다고 믿었던 그 창문도, 알고 보면 초록빛 유리가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거예요.
ⓒ 수정블루베리농장
그럼 앞으로는요?
요즘은 건축자재 시장에서도 투명도 높은 유리, 스마트 글라스, 태양광 유리 등 기능성 유리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어요. 특히 저탄소 건축, 에너지 절감 같은 키워드가 중요해지면서 단순히 ‘싸니까 쓴다’는 기준은 점점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당장은, 아파트나 상가처럼 대규모 시공에는 여전히 초록빛 유리가 주류일 거예요. 비용이 더 싸고, 관행도 강하니까요.
그래서, 초록빛 창문은 선택일까? 당연함일까?
어쩌면 우리는 가장 싸고, 가장 익숙하고, 가장 많이 본 유리를
‘그냥 그런 거지 뭐’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창문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기술과 선택의 맥락이 숨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다음에 창밖을 볼 때 그 창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일상 속 물건으로 인사드릴게요.
🐯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