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수입금지한 신안군 현 상황 | 텔유레터 103호 | 세모브 | 브랜딩 텔유어월드
미국이 신안과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신안 일대 염전에서 노동착취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에 대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CBP가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건데요.

ⓒ America immigration council
여기서 명시된 '강제노동'이라는 개념이요. 단순 인권 침해가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 내용입니다. 이게 무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강제징용을 표현하는 개념이죠.
혹시 ‘염전노예’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마 이젠 모르는 분이 없으실 것 같아요. 신안은 그간 염전 노예 사건으로 말이 많았습니다. 제일 유명한 건 2014년 밝혀진 전남 신안군 신의도 사건이죠.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씨(48)가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씨(63)를 만났고,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단돈 30만원에 홍씨의 염전으로 팔려간 일.
그리고 시각장애인 김씨(40)가 카드 빚을 지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가출한 뒤에 노숙생활을 했는데 역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를 만나 이번에도 홍씨의 염전으로 100만원에 팔려간 일.
이 둘은 염전 생활하는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도망도 못 치게 감시 당하면서 매질을 당하는 등 사실상 고문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발소 가는 길에 겨우 편지 한 장 부쳐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들어오라’며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한 게 성공해 구출했죠.
심지어 신안의 인권유린은 염전 노예 사건만이 아닌데요. 2013년에는 신안군 흑산도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마을 주민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죠. 가해자는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새우잡이 어선 섬노예 사건, 2018년엔 실종 25년만에 찾은 아들이 신안에 팔려간 사건도 있었고 같은 해 인간극장에서는 평생 주민등록증도 없이 일하는 인부와 cctv가 노출돼 논란이 있기도 했죠.
21년도에는 임금을 줬다가 바로 다른 지역에서 인출해 버리는 노동 착취 사건이 있었고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던 2022년,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직접 미국 국무부에 관련 보고서를 송달했고 한국은 즉시 2년동안 인신매매 방지 2등급 국가로 추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수입금지령까지 이어진 건데요.
이런 와중 신안군은 꾸준히 ‘퍼플섬’이라는 등 이미지 리브랜딩을 시도 중입니다. 지난 5년간 퍼플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신안 기사가 1200개에 달할 정도로 진심이죠. 아니, 신안은 노예 관련해서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는 게 가장 좋은 이미지 쇄신이 될 텐데 왜 굳이 이런 특이한 수를 쓰는 걸까요? 혹시, 강제 노동을 없앨 생각이 없는 걸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반복되는 염전노예, 신안의 로컬 브랜딩입니다.
영상으로도 재미있게 준비했으니, 하기 링크 참조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Bfcc6VD_Ko
태평염전이란?
이번에 미국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역은 과거에 사건이 집중됐던 신의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등록문화유산 제360호로 지정된 ‘태평염전’인데요. 체험 관광 프로그램까지 떡하니 운영 중인 곳이죠.
태평염전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1953년 민간 주도 개발 사업으로 조성돼서 무려 약 140만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염전 부지로 체험 프로그램, 염전 박물관, 기념품 샵까지 운영되며, 신안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지도 상으로 봐도 섬 전체를 가로지를 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지도
미국 수입 제한으로 타격 입는 브랜드?
그러니까 이 커다란 부지에서 생산된 소금 모두에 미국은 수입 금지령을 내린 건데요. 태평염전은 국내 천일염 생산의 무려 6%나 차지하는 곳이라 관련해서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됩니다. 사실 태평염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수출량은 2023년 기준 연간 7~8톤 수준으로 1억 원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하지만요. 그만큼 내수용으로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겠고 그걸 원재료로 쓰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해석해볼 수 있거든요.
실제로 태평염전 홈페이지에서 보면 기타 대기업의 원재료나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는데 이 모든 제품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태평염전 홈페이지
그럼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살펴보자면요.
우선 태평염전의 자체 브랜드 섬들채, 천일염이나 함초소금 살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다만 국내 유통 중심 브랜드로 보이고요.
해외로 수출되는 게 확인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샘표였습니다. 샘표의 ‘한여름 눈꽃 굵은 소금’이라는 제품의 패키지를 보면요. 버젓이 이렇게 써 있습니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태평염전 장인들이 엄격하게 만듭니다”라고요.
그리고 미국 한인마트의 대명사 한아름마트 홈페이지를 보면요. 같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 내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와이마트에도 입점되어 있는 게 확인되고요.
풀무원의 경우도 시간이 오래 지나긴 했지만 2009년 작성한 블로그에 태평염전 천일염을 사용한다는 언급이 있는 걸 보면 공급망이 열려는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비슷한 식품기업 중에는 CJ제일제당이나 대상 같은 기업도 있는데요.
2010년 즈음 이런 기사가 있어요.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신안에 천일염 공장을 오픈했다고요. 그런데 제일제당은 공장을 신의도에, 대상은 도초도에 세웠다고 하죠. 그런데 자세히 보자면, 도초공장에 대한 설명이 이렇습니다.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모아 세척, 탈수, 건조 등을 한다고요. 그리고 같은 기사에서 CJ제일제당의 신의도 공장도 ‘천일염 생산시설’이라고 하죠. 소금 생산을,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라 원재료를 바탕으로 재가공한다는 뜻입니다.
즉, 이런 구조에서는 그 원재료가 들어오는 염전의 환경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로 CJ의 경우엔 2014년도 사건 당시 강제노동 가해 염주가 CJ제일제당에 소금을 납품한 의혹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이 기업들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직접 ‘태평염전’이라고 표기된 제품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천일염이 들어갈 만한 제품군인 소금이나 종가집 김치 등이 많다는 점. 신안에 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자면, 이들 기업도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겠죠.
추적의 어려움
그런데 사실 수출 문제도 문제지만요. 이런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미국이 수입 금지령을 내릴 동안 도대체 우리나라는 뭘 했길래 처음 사건이 드러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말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이런 걸까요?
사실 신안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중앙일보
첫번째는 추적의 어려움입니다. 신안은 실제로는 1028개의 섬, 대외적으로는 1004섬이라는 별명을 내세울 정도로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어떤 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모두 규명해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23년도 들어서야 경찰서가 문을 처음 열었는데 그마저도 담당 면적이 무려 목포의 13배, 사람이 사는 섬만 81개에 무인도는 947개를 담당해야 하는 수준이죠. 어느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때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태평염전만 놓고 보더라도요. 여기도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인데요. 태평염전은 직접 소금을 생산하기보단 염전을 부동산처럼 임대해주는 형태, 그리고 해당 염전에서 난 소금을 바탕으로 브랜드 사업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평소금이 소속된 삼선개발그룹 산하에 있는 계열사 중 대제개발, 삼선개발, 아이에스 세 군데가 모두 부동산·중개·임대업으로 등록되어 있고 임차인은 대략 20여명 정도라고 하고요.
실질적으로 염전에서 생산을 하는 사람은 각 임차인들이기 때문에 강제노역이나 폭행 등 범죄를 묻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든요. 즉, 누군가 소위 노예를 부리고 있다고 해도 개인일 뿐이라 책임을 태평염전 측에 묻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법률의 미비
그리고 두번째 문제, 그동안 관련해서 법률도 너무 미비했습니다. 기업이 공급망 내에 있는 인권, 환경 침해를 파악하고 예방하라는 공급망 실사법의 부재도 있지만요. 인신매매라는 개념에 대한 법률이 상당히 부족했거든요.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2014년 신의도 사건이 터진 직후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김종철 변호사님이 저술한 ‘인신매매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논문에 잘 드러나 있는데요. 김종철 변호사님은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근절 영웅상을 수상하시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련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로 일해주시는 분입니다.

ⓒ 한국법률신문
아무튼 그동안 사건들을 보면 감금당하고, 일하면서 돈도 못 받고, 도망치면 맞고, 말 그대로 사실상 노예였습니다. 명백히 착취를 목적으로 한 강제노동인데요. 국제사회는 이미 이걸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죠.
대표적인 기준이 바로 팔레르모 프로토콜. 2000년 UN에 채택된 조약으로, 인신매매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착취의 목적을 위해서
2) 협박이나, 폭력이나 다른 강제력을 사용하거나, 납치하거나, 사기하거나, 기망하거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으로
3) 사람을 모집, 운송, 이동, 숨기거나, 인수하는 행위인데
여기서 말한 착취란 성매매나 성적 착취부터 강제노동, 노예상태, 유사노예제도 등을 포함합니다.
반면 그동안 한국 법은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했어요. 가장 문제가 됐던 점은 인신매매에 대한 자세한 규정 없이,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는 건데요. 법률은 언제나 해석의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걸 단순히 진짜 사람을 사고 팔고 하는 것만을 처벌할 수 있었다는 거죠. 2023년이 돼서야 인신매매방지법이 발효되어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인식
그래서일까요? 2014년 당시 염전업자가 무려 서른 여섯명이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고작 1년 2개월짜리 징역이었죠. 그리고 이때 기소됐던 가해업자 중 박씨는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 당선돼서 두 차례나 신안군 군의원으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연봉 400만원 수준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신고된 재산은 67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박 씨가 아니라도 당시 경찰, 주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눈감거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조한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김 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우체국을 택했던 이유도 그래서였죠. "부둣가에서 표를 파는 사람들이 안 태워줬다, 전부 한통속이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도 있고요. 사실상 ‘지역 카르텔’에 가까운 형태가 조심스럽지 않게 의심되죠.
심지어 광주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나라에서 가족이 지원 못 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그래도 이 염주들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하니, 해당 지역 내 인식은 대화가 통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 피해자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를 총망라하고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피해자 대부분이 장애인이라는 겁니다. 즉, 범죄가 철저하게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3년 sbs가 보도한 전라남도 염전근로자 근로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요. 일반적인 인구 평균에서 장애인 비율은 8%인데, 염전 노동자 중 장애 의심 비율은 무려 40%에 달하고요(39%). 중졸 이하가 66%, 초졸 이하가 53%라고 합니다. 근무시간은 무려 주당 94시간에 월급은 212만 원이었다고 하죠.

ⓒ 시사IN
그리고 나머지 비장애인 피해자라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판단력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장애’(IQ 71~84, 지능 하위 약 15%)를 가진 분이 대다수인 터라 피해 노출이 쉽다는 게 큰 문제점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좋은 직업을 소개시켜준다는 인신매매 사기의 피해자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죠.
또 사회에 돌아왔을 때 적응 문제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염전에서 구출된 피해자들 중 일부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고요. 장애인 동생이 없는 삶에 익숙해진 누나는 염전 주인에게 연락해서 다시 피해자를 섬으로 보내버린 일도 있었죠. 피해자가 돌아왔을 때 살아갈 터전까지 마련되어야 염전노예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자체, 해수부 너무 섣부른 것 아닌가?
이렇게만 봐도 아시겠지만 염전노예 사태는 단번에 뿌리 뽑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입니다. 발생해선 안 되는 일인 건 맞지만요. 이걸 한번에 해결하는 건 더 힘든 일이라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요.
그런데 국가에서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번 미국의 수입금지 사태를 두고 해양수산부에서는 ‘개선조치를 이미 추진했으며,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들은 모두 강제노동과 무관한 상황이다’라고 합니다. 전라남도에서는 ‘태평염전 임차인과 노동자의 단순 임금체불 사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이미 끝난 일이라는 듯이, 간단히 처리했다는 듯이 언급하는데요.
1000개가 넘는 섬에서 어떤 피해자가 지금도 구타를 당하고 있을지, 강제 노역을 하고 임금도 못 받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 당장도 무허가 직업소개업자가 달콤한 말로 누군가를 꼬드기는 중일 수도 있죠.
국가와 지자체는 다신 섬노예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 걸까요?
심지어 과거 신안군청은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소외된 섬지역에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문제가 생기니 모든 게 신안 잘못인 것처럼 탓하니 안타깝다”라고요.

페이스북
어떤 담당자님이 작성하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네, 억울할 수도 있고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내건 이상,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이 비록 오명일지라도 두 가지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사실을 밝히든지, 아니면 비판을 감내하든지요. 그것이 사회가 말하는 책임감이니까요.
이런 모습 하나하나 쌓여 결국 로컬 브랜딩이 이루어집니다. 사실 브랜딩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오히려 신안군은 정말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과거의 고통을 인정하고 혁신의 이미지를 주는 것. 염전노예의 땅에서 인권의 섬으로 바꿔내는 순간, 모두가 신안을 달리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불투명한 신안의 노동 인권 그리고 미국의 수입 금지령까지.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항상 댓글을 보면 많은 공부가 되고 있으니 꼭 부탁드립니다.
미국이 수입금지한 신안군 현 상황 | 텔유레터 103호 | 세모브 | 브랜딩 텔유어월드
미국이 신안과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신안 일대 염전에서 노동착취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에 대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CBP가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건데요.
ⓒ America immigration council
여기서 명시된 '강제노동'이라는 개념이요. 단순 인권 침해가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 내용입니다. 이게 무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강제징용을 표현하는 개념이죠.
혹시 ‘염전노예’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마 이젠 모르는 분이 없으실 것 같아요. 신안은 그간 염전 노예 사건으로 말이 많았습니다. 제일 유명한 건 2014년 밝혀진 전남 신안군 신의도 사건이죠.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씨(48)가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씨(63)를 만났고,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단돈 30만원에 홍씨의 염전으로 팔려간 일.
그리고 시각장애인 김씨(40)가 카드 빚을 지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가출한 뒤에 노숙생활을 했는데 역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를 만나 이번에도 홍씨의 염전으로 100만원에 팔려간 일.
이 둘은 염전 생활하는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도망도 못 치게 감시 당하면서 매질을 당하는 등 사실상 고문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발소 가는 길에 겨우 편지 한 장 부쳐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들어오라’며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한 게 성공해 구출했죠.
심지어 신안의 인권유린은 염전 노예 사건만이 아닌데요. 2013년에는 신안군 흑산도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마을 주민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죠. 가해자는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새우잡이 어선 섬노예 사건, 2018년엔 실종 25년만에 찾은 아들이 신안에 팔려간 사건도 있었고 같은 해 인간극장에서는 평생 주민등록증도 없이 일하는 인부와 cctv가 노출돼 논란이 있기도 했죠.
21년도에는 임금을 줬다가 바로 다른 지역에서 인출해 버리는 노동 착취 사건이 있었고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던 2022년,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직접 미국 국무부에 관련 보고서를 송달했고 한국은 즉시 2년동안 인신매매 방지 2등급 국가로 추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수입금지령까지 이어진 건데요.
이런 와중 신안군은 꾸준히 ‘퍼플섬’이라는 등 이미지 리브랜딩을 시도 중입니다. 지난 5년간 퍼플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신안 기사가 1200개에 달할 정도로 진심이죠. 아니, 신안은 노예 관련해서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는 게 가장 좋은 이미지 쇄신이 될 텐데 왜 굳이 이런 특이한 수를 쓰는 걸까요? 혹시, 강제 노동을 없앨 생각이 없는 걸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반복되는 염전노예, 신안의 로컬 브랜딩입니다.
영상으로도 재미있게 준비했으니, 하기 링크 참조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Bfcc6VD_Ko
태평염전이란?
이번에 미국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역은 과거에 사건이 집중됐던 신의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등록문화유산 제360호로 지정된 ‘태평염전’인데요. 체험 관광 프로그램까지 떡하니 운영 중인 곳이죠.
태평염전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1953년 민간 주도 개발 사업으로 조성돼서 무려 약 140만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염전 부지로 체험 프로그램, 염전 박물관, 기념품 샵까지 운영되며, 신안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지도 상으로 봐도 섬 전체를 가로지를 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지도
미국 수입 제한으로 타격 입는 브랜드?
그러니까 이 커다란 부지에서 생산된 소금 모두에 미국은 수입 금지령을 내린 건데요. 태평염전은 국내 천일염 생산의 무려 6%나 차지하는 곳이라 관련해서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됩니다. 사실 태평염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수출량은 2023년 기준 연간 7~8톤 수준으로 1억 원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하지만요. 그만큼 내수용으로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겠고 그걸 원재료로 쓰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고 해석해볼 수 있거든요.
실제로 태평염전 홈페이지에서 보면 기타 대기업의 원재료나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는데 이 모든 제품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태평염전 홈페이지
그럼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살펴보자면요.
우선 태평염전의 자체 브랜드 섬들채, 천일염이나 함초소금 살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다만 국내 유통 중심 브랜드로 보이고요.
해외로 수출되는 게 확인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샘표였습니다. 샘표의 ‘한여름 눈꽃 굵은 소금’이라는 제품의 패키지를 보면요. 버젓이 이렇게 써 있습니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태평염전 장인들이 엄격하게 만듭니다”라고요.
그리고 미국 한인마트의 대명사 한아름마트 홈페이지를 보면요. 같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 내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와이마트에도 입점되어 있는 게 확인되고요.
풀무원의 경우도 시간이 오래 지나긴 했지만 2009년 작성한 블로그에 태평염전 천일염을 사용한다는 언급이 있는 걸 보면 공급망이 열려는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비슷한 식품기업 중에는 CJ제일제당이나 대상 같은 기업도 있는데요.
2010년 즈음 이런 기사가 있어요.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신안에 천일염 공장을 오픈했다고요. 그런데 제일제당은 공장을 신의도에, 대상은 도초도에 세웠다고 하죠. 그런데 자세히 보자면, 도초공장에 대한 설명이 이렇습니다.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모아 세척, 탈수, 건조 등을 한다고요. 그리고 같은 기사에서 CJ제일제당의 신의도 공장도 ‘천일염 생산시설’이라고 하죠. 소금 생산을, 처음부터 하는 게 아니라 원재료를 바탕으로 재가공한다는 뜻입니다.
즉, 이런 구조에서는 그 원재료가 들어오는 염전의 환경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로 CJ의 경우엔 2014년도 사건 당시 강제노동 가해 염주가 CJ제일제당에 소금을 납품한 의혹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이 기업들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직접 ‘태평염전’이라고 표기된 제품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천일염이 들어갈 만한 제품군인 소금이나 종가집 김치 등이 많다는 점. 신안에 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자면, 이들 기업도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겠죠.
추적의 어려움
그런데 사실 수출 문제도 문제지만요. 이런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미국이 수입 금지령을 내릴 동안 도대체 우리나라는 뭘 했길래 처음 사건이 드러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말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이런 걸까요?
사실 신안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중앙일보
첫번째는 추적의 어려움입니다. 신안은 실제로는 1028개의 섬, 대외적으로는 1004섬이라는 별명을 내세울 정도로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어떤 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모두 규명해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23년도 들어서야 경찰서가 문을 처음 열었는데 그마저도 담당 면적이 무려 목포의 13배, 사람이 사는 섬만 81개에 무인도는 947개를 담당해야 하는 수준이죠. 어느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때 파악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태평염전만 놓고 보더라도요. 여기도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인데요. 태평염전은 직접 소금을 생산하기보단 염전을 부동산처럼 임대해주는 형태, 그리고 해당 염전에서 난 소금을 바탕으로 브랜드 사업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평소금이 소속된 삼선개발그룹 산하에 있는 계열사 중 대제개발, 삼선개발, 아이에스 세 군데가 모두 부동산·중개·임대업으로 등록되어 있고 임차인은 대략 20여명 정도라고 하고요.
실질적으로 염전에서 생산을 하는 사람은 각 임차인들이기 때문에 강제노역이나 폭행 등 범죄를 묻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거든요. 즉, 누군가 소위 노예를 부리고 있다고 해도 개인일 뿐이라 책임을 태평염전 측에 묻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법률의 미비
그리고 두번째 문제, 그동안 관련해서 법률도 너무 미비했습니다. 기업이 공급망 내에 있는 인권, 환경 침해를 파악하고 예방하라는 공급망 실사법의 부재도 있지만요. 인신매매라는 개념에 대한 법률이 상당히 부족했거든요.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2014년 신의도 사건이 터진 직후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김종철 변호사님이 저술한 ‘인신매매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논문에 잘 드러나 있는데요. 김종철 변호사님은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근절 영웅상을 수상하시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련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로 일해주시는 분입니다.
ⓒ 한국법률신문
아무튼 그동안 사건들을 보면 감금당하고, 일하면서 돈도 못 받고, 도망치면 맞고, 말 그대로 사실상 노예였습니다. 명백히 착취를 목적으로 한 강제노동인데요. 국제사회는 이미 이걸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죠.
대표적인 기준이 바로 팔레르모 프로토콜. 2000년 UN에 채택된 조약으로, 인신매매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착취의 목적을 위해서
2) 협박이나, 폭력이나 다른 강제력을 사용하거나, 납치하거나, 사기하거나, 기망하거나, 권한을 남용하거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으로
3) 사람을 모집, 운송, 이동, 숨기거나, 인수하는 행위인데
여기서 말한 착취란 성매매나 성적 착취부터 강제노동, 노예상태, 유사노예제도 등을 포함합니다.
반면 그동안 한국 법은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했어요. 가장 문제가 됐던 점은 인신매매에 대한 자세한 규정 없이,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는 건데요. 법률은 언제나 해석의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걸 단순히 진짜 사람을 사고 팔고 하는 것만을 처벌할 수 있었다는 거죠. 2023년이 돼서야 인신매매방지법이 발효되어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인식
그래서일까요? 2014년 당시 염전업자가 무려 서른 여섯명이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고작 1년 2개월짜리 징역이었죠. 그리고 이때 기소됐던 가해업자 중 박씨는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 당선돼서 두 차례나 신안군 군의원으로 소속되어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연봉 400만원 수준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신고된 재산은 67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박 씨가 아니라도 당시 경찰, 주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눈감거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조한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김 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우체국을 택했던 이유도 그래서였죠. "부둣가에서 표를 파는 사람들이 안 태워줬다, 전부 한통속이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도 있고요. 사실상 ‘지역 카르텔’에 가까운 형태가 조심스럽지 않게 의심되죠.
심지어 광주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나라에서 가족이 지원 못 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그래도 이 염주들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하니, 해당 지역 내 인식은 대화가 통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 피해자
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를 총망라하고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피해자 대부분이 장애인이라는 겁니다. 즉, 범죄가 철저하게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023년 sbs가 보도한 전라남도 염전근로자 근로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요. 일반적인 인구 평균에서 장애인 비율은 8%인데, 염전 노동자 중 장애 의심 비율은 무려 40%에 달하고요(39%). 중졸 이하가 66%, 초졸 이하가 53%라고 합니다. 근무시간은 무려 주당 94시간에 월급은 212만 원이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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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머지 비장애인 피해자라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판단력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장애’(IQ 71~84, 지능 하위 약 15%)를 가진 분이 대다수인 터라 피해 노출이 쉽다는 게 큰 문제점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좋은 직업을 소개시켜준다는 인신매매 사기의 피해자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죠.
또 사회에 돌아왔을 때 적응 문제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염전에서 구출된 피해자들 중 일부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고요. 장애인 동생이 없는 삶에 익숙해진 누나는 염전 주인에게 연락해서 다시 피해자를 섬으로 보내버린 일도 있었죠. 피해자가 돌아왔을 때 살아갈 터전까지 마련되어야 염전노예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자체, 해수부 너무 섣부른 것 아닌가?
이렇게만 봐도 아시겠지만 염전노예 사태는 단번에 뿌리 뽑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입니다. 발생해선 안 되는 일인 건 맞지만요. 이걸 한번에 해결하는 건 더 힘든 일이라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요.
그런데 국가에서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번 미국의 수입금지 사태를 두고 해양수산부에서는 ‘개선조치를 이미 추진했으며,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들은 모두 강제노동과 무관한 상황이다’라고 합니다. 전라남도에서는 ‘태평염전 임차인과 노동자의 단순 임금체불 사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이미 끝난 일이라는 듯이, 간단히 처리했다는 듯이 언급하는데요.
1000개가 넘는 섬에서 어떤 피해자가 지금도 구타를 당하고 있을지, 강제 노역을 하고 임금도 못 받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 당장도 무허가 직업소개업자가 달콤한 말로 누군가를 꼬드기는 중일 수도 있죠.
국가와 지자체는 다신 섬노예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는 걸까요?
심지어 과거 신안군청은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소외된 섬지역에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문제가 생기니 모든 게 신안 잘못인 것처럼 탓하니 안타깝다”라고요.
페이스북
어떤 담당자님이 작성하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네, 억울할 수도 있고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내건 이상,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이 비록 오명일지라도 두 가지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사실을 밝히든지, 아니면 비판을 감내하든지요. 그것이 사회가 말하는 책임감이니까요.이런 모습 하나하나 쌓여 결국 로컬 브랜딩이 이루어집니다. 사실 브랜딩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오히려 신안군은 정말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과거의 고통을 인정하고 혁신의 이미지를 주는 것. 염전노예의 땅에서 인권의 섬으로 바꿔내는 순간, 모두가 신안을 달리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불투명한 신안의 노동 인권 그리고 미국의 수입 금지령까지.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항상 댓글을 보면 많은 공부가 되고 있으니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