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성지에서 마사지 천국으로 | 텔유레터 105호 | 세모브 | 브랜딩 텔유어월드
오전 10시, 한 호텔의 지하 1층. 무려 4천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보면 마사지샵 간판이 줄지어 선 이 동네. 시골이라기엔 너무 화려하고, 도시라기엔 산세가 너무 깊은데요. 바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입니다. 아리랑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실 조금 위험한 돈으로 먹고 사는데요. 지역경제의 90%가 도박으로 유지되거든요. 이 동네의 연 매출은 무려 1조 4천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혹시 그동안 다녀봤던 동네들 중에 어디가 가장 독특하셨나요? 저는 단연코 사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약 세시간, 차 하나 없는 도로를 지나서 도착해 보면 숨겨진 궁전을 발견한 것처럼 번쩍번쩍한 동네가 나오는데요. 새벽 시간임에도 불 꺼진 상가 하나 없고 차량들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새벽 2시쯤 도착해서 오전 10시까지 마감과 오픈을 지켜봤는데요.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평일 새벽이었음에도 카지노 안은 사람들로 거의 가득했고요. 심지어 개장 시간에는 무려 입장번호가 4300번대까지 불렸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동네,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강조자막) 과장 안 보태고 부동산의 90%가 전당포와 마사지샵, 숙박업소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10%에 최소한의 식당과 편의점이 자리합니다. 병원, 약국부터 그 흔한 파리바게트, 메가커피, 치킨 가게 아무것도 없고요.
그래서일까요? 막상 그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형편 없는지 최근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형적인 형태의 상권, 강원랜드는 도대체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됐을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직접 다녀와서 느껴본 강원랜드, 정선의 로컬 브랜딩입니다.
영상으로 준비했으니,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M4gDwPjULWo
강원랜드란?
강원랜드. 가장 먼저 궁금한 점은 ‘왜 하필 강원도에 있느냐’입니다. 카지노라고 하면 아무래도 휘황찬란한 번화가가 떠오르는데요. 이렇게 강원도 산골짜기에 카지노가 생긴 이유, 조금 독특해요.
강원랜드는 1998년 6월 29일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난방과 산업 연료를 책임지던 석탄 산업이 강원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점차 우리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더 사용하게 되면서 석탄산업 자체가 침체되고 탄광이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래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체가 돼서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죠. 이때 함께 제정된 법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고, 이 법에 따라 강원랜드는 벌어들이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개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어요. 현재는 매출액의 13%, 그동안 납부한 총 금액은 2조 5천억에 달한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아무리 도박장이라곤 해도 사실상 지역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요. 이게 항상 모순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수익성을 극대화하자니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가능 업소로서 도박 중독자 증가가 우려되고, 그 반대의 경우엔 지역사회의 쇠퇴가 우려되니까요. 그래서 베팅 한도를 30만 원으로 정해두고 월간 출입 가능 일수를 인당 15일로 제한하는 게 이런 모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마사지 천국 사북
그런데요. 그럼에도 카지노 특수가 가져온 사북읍의 모습은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동네 일대에 전당포와 마사지 업소, 숙박업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형적 상권이 형성돼 있어요.
특히 과거엔 일명 ‘쪽박걸’, ‘앵벌이’라면서 강원랜드에서 돈을 탕진한 여성들이 하룻밤 숙소와 다음날 입장권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해서는 안 될 매매를 하는 경우가 성행했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이런 형태의 성매매는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북읍 상가 자체에 의심되는 정황이 보입니다.

ⓒ 일요신문
한 기사에 따르면 2017년에도 이미 일대가 유흥업소 천지였다고 해요. 조그마한 동네에 유흥 간판만 총 203개였다고 하니까요. 완전히 도박 관광객만을 노린 특수업종 일색인 거죠.
그리고 최근, 직접 마주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마사지 업소였습니다. 아무래도 카지노 근처라서 전당사 같은 대부업은 그렇다고 해도, 마사지 업소가 유독 많은 게 의외였거든요. 심지어 강원랜드 마감 시간인 오전 6시경에는 손님들을 태우러 온 택시들과 함께 각 숙박업소의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는데요. 그 사이에 다른 동네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던 마사지업소 차량도 함께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많이 발달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안마업. 국내에선 맹인 안마사가 아니라면 불법인데요('안마'가 아닌 일부 '테라피' 등의 마사지는 합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북읍은 시각장애인이 몰려 있는 동네라는 걸까요?
통계청의 ‘시도별, 장애유형별, 장애등급별, 성별 등록 장애인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전국 약 25만 명 중에 강원도엔 고작 9,415명이었고요. 제가 방문한 날 기준으로 오픈런 인원 4300명 중 단 5%만 마사지샵에 간다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 215명이 사북읍에 상주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사북읍 전체 인구가 4,100명 수준이라는 점을 놓고 보자면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수치죠.
이렇다 보니 이 중엔 불법 업소들도 즐비해 있을 거라는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마사지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성매매에 대한 의혹도 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들어가본 한 마사지샵. 타이, 아로마, 1시간 코스, 2시간 코스 등 익숙한 옵션들이 보였고요. 조금 독특했던 건 각 호텔로 출장 마사지를 환영이라고 하며, 한국인 관리사와 태국인 관리사를 골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부분.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솔직히 쫓겨날 각오로 한 질문인데, 마사지 말고 다른 것도 하냐는 물음에 멋쩍은 웃음과 함께 ‘그건 관리사와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상상은 보고 계신 여러분께 맡기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신안 노예 사건과 관련해서 태평염전 측이 했던 주장 ‘임차인과 임차인이 고용한 노동자간 문제다’ 라고 일축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과거를 보고 현재를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요. 실제로 2009년 부터 강원랜드 주변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로 13명이 불구속 입건된 일이 있었고요. 2018년에 올라온 한 기사를 보자면요. 사북읍의 불법 성매매는 알 사람은 모두 아는 상태였습니다. 고객 A씨는 마사지사들이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며, 강원랜드 주변 마사지 업소는 모두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는데요. 이때 업소 관계자가 말하길, 손님과 마사지사가 따로 성매매를 하는 건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고 하죠.
상권과 소비자의 상관관계
3-1 심리학 관점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사북은 이런 기형적인 형태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된 걸까요? 우선 심리학적 관점입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경은 개인의 행동에 핵심적으로 작용합니다. 사회심리학에도 situationism, 상황주의라며 인간의 행동이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 상황적/환경적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 조선일보
세계 심리학계를 통틀어 최대의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는 앨버트 반두라 교수의 ‘도덕적 이탈’ 이론에 따르면요.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외면하기 위해 많은 방식으로 양심의 가책을 벗어나려 한다고 합니다.
이 이론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탈의 과정이 정당화인데요. 불법 성매매 업소가 즐비한 동네에 가서는 ‘여기선 다 이래’, ‘여기선 이래도 돼’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죠. 평소라면 유흥 쪽에 눈길도 안 줄 사람도 해당 동네에 방문하게 되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또, 쉽게 번 돈은 쉽게 씁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걸 두고 하우스 머니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도박이나 카지노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그 돈을 노력의 대가로 여기지 않아서 씀씀이가 커지고 위험한 소비를 더 쉽게 선택하게 되죠. 도박이라는 특성 상 우리 뇌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카지노에서 나와 도박 외적으로 다른 걸 즐길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웬만한 유흥거리는 눈에 차지 않을 테고요.
3-2 회색지대 경제
이어서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자면요. 사실 해외 카지노들이나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도박산업과 유흥 산업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색지대 경제’라고 부르는데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영역 또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영역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마사지 업소처럼 사실상 반합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떠오르고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sin city, 죄악의 도시라고 불리며 화려한 쇼와 성인 오락산업으로 번성한 게 대표적이죠.

ⓒ www.visitlasvegas.com
마카오는 밤문화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정도로 그 중심은 카지노지만 붙어 있는 유흥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고요. 강원랜드의 경우엔 심지어 다른 카지노들처럼 번화가도 아니고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으니 그 폐쇄성 덕분에 불법적인 문화가 곪아가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3-3 정선은 관광지인가?
그리고 흔히 정선은 ‘관광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관광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경, 풍물 따위를 구경하고 즐긴다’라는 뜻인데요. 즉, 단순히 어디 하나를 ‘방문’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포괄적으로 지역 자체를 보고 즐긴다고 해석이 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동네가 관광지보단 단순 ‘방문지’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어요. 방문객들의 관심사가 강원랜드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거든요.

ⓒ G1방송
여기서 한 지역 상권을 아주 단순화시켜서 ‘관광지구’, ‘업무지구’, ‘주거지구’로 나눠보고 싶은데요. 이 구분에 따라 형성되는 상권이 아주 달라집니다. 우선 관광지구라면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파는 가게나 지역적 특색이 보이는 식당이 많겠고요.
주거지구라면 베이커리, 카페, 미용실, 세탁소, 병원, 약국, 은행 등 생활 편의시설이 대부분이겠죠. 회사가 몰린 업무지구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위한 식당, 회식이나 접대를 위한 술집 등이 밀집돼서 한 자치구의 최대 번화가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당연하게도 지역별 소비자에 맞춰서 상권이 형성되고요. 이 상권이 꾸준히 잘 되고 안정적이려면 또 당연하게도 해당 지역별 소비자들이 ‘안정적’으로 유지/유입돼야 합니다. 저희 채널에 지난 성수동 영상 댓글 중 ‘뭐로 흥해야 안 망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잠깐 그 이야기를 해보자면 성수동은 현재 관광지구에 가까운 복합 문화지구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광지구와 조금 다른 점은, 팝업스토어의 특성 상 유행하는 시즌과 비시즌이 있고 그에 따라서 발길이 닿는 소비자층의 취향이나 색이 너무나 쉽게 변한다는 점이겠죠. 이런 점에서 위태로운 부분이 있어 보이는 거고요.
그래서 업무지구의 색을 잡아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2022년 김회재 의원실에서 제공됐다는 자료 ‘1인당 평균 총급여액 지자체 순위’를 보면 성동구가 8위에 랭크되어 있고요. 그 외 다른 자료들을 봐도 평균 소득이 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즉, 구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 김회재의원실
그리고 최근 들어 디자인업계 회사들이 성수동으로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특성, 지금의 트렌디한 느낌 살려 가면서 소위 힙한 직장인들을 타겟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발전한다면 장기적으로 홍대처럼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임대료는 조정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럼 다시 강원랜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강원도 정선군은 주거지구라기엔 사북읍 전체 인구보다 강원랜드 방문자가 더 많고, 업무지구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관광지구라기엔 강원랜드라는 랜드마크 한 군데 ‘방문’에만 집중되어 있죠. 그나마 이중 가장 가까운 게 관광지구인데, 관광업이라고 삼을 만한, 카지노 외에 민간 경제에까지 소비자들을 유혹할 요소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여요. 그 요소가 마사지뿐이라는 게 더 큰 문제가 되는 중인 거고요.
정선 회생방안: k-hit 프로젝트
그래서 지금 정선군은 카지노 외에 다른, 정말 ‘관광’이라 부를만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차라리 정선을 명확한 규제와 통제 속에서 국내 유흥 엔터 산업의 핵심지로 한국의 마카오,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구축하는 방법은 어떨지 생각이 드는데요.
강원랜드 측도 이 부분을 고려한 건지, 단순 수익성 개선을 위한건지는 몰라도 최근 ‘제2 카지노 영업장’을 조성한다는 계획과 함께 ‘k-hit’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상생, 대한민국 대표 복합 리조트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상 로컬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리브랜딩이 될 수도 있겠죠.
사실 사기업이었어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유지하려면 지속가능성을 고민했을 겁니다. 근데 여긴 공기업이잖아요. 수익만 보는 게 아니라 지역과의 상생까지 고려해야 하니, 말이 쉽지 진짜 어려운 일이죠.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원랜드 인근 기형적인 상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 동네가 정말 ‘관광지’가 된다면 어떤 솔루션이 어울릴지. 멋진 의견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도박 성지에서 마사지 천국으로 | 텔유레터 105호 | 세모브 | 브랜딩 텔유어월드
오전 10시, 한 호텔의 지하 1층. 무려 4천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보면 마사지샵 간판이 줄지어 선 이 동네. 시골이라기엔 너무 화려하고, 도시라기엔 산세가 너무 깊은데요. 바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입니다. 아리랑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실 조금 위험한 돈으로 먹고 사는데요. 지역경제의 90%가 도박으로 유지되거든요. 이 동네의 연 매출은 무려 1조 4천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혹시 그동안 다녀봤던 동네들 중에 어디가 가장 독특하셨나요? 저는 단연코 사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약 세시간, 차 하나 없는 도로를 지나서 도착해 보면 숨겨진 궁전을 발견한 것처럼 번쩍번쩍한 동네가 나오는데요. 새벽 시간임에도 불 꺼진 상가 하나 없고 차량들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새벽 2시쯤 도착해서 오전 10시까지 마감과 오픈을 지켜봤는데요.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평일 새벽이었음에도 카지노 안은 사람들로 거의 가득했고요. 심지어 개장 시간에는 무려 입장번호가 4300번대까지 불렸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동네,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강조자막) 과장 안 보태고 부동산의 90%가 전당포와 마사지샵, 숙박업소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10%에 최소한의 식당과 편의점이 자리합니다. 병원, 약국부터 그 흔한 파리바게트, 메가커피, 치킨 가게 아무것도 없고요.
그래서일까요? 막상 그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형편 없는지 최근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형적인 형태의 상권, 강원랜드는 도대체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됐을까요?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직접 다녀와서 느껴본 강원랜드, 정선의 로컬 브랜딩입니다.
영상으로 준비했으니,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M4gDwPjULWo
강원랜드란?
강원랜드. 가장 먼저 궁금한 점은 ‘왜 하필 강원도에 있느냐’입니다. 카지노라고 하면 아무래도 휘황찬란한 번화가가 떠오르는데요. 이렇게 강원도 산골짜기에 카지노가 생긴 이유, 조금 독특해요.
강원랜드는 1998년 6월 29일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난방과 산업 연료를 책임지던 석탄 산업이 강원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점차 우리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더 사용하게 되면서 석탄산업 자체가 침체되고 탄광이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체가 돼서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죠. 이때 함께 제정된 법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고, 이 법에 따라 강원랜드는 벌어들이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개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어요. 현재는 매출액의 13%, 그동안 납부한 총 금액은 2조 5천억에 달한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아무리 도박장이라곤 해도 사실상 지역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요. 이게 항상 모순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수익성을 극대화하자니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가능 업소로서 도박 중독자 증가가 우려되고, 그 반대의 경우엔 지역사회의 쇠퇴가 우려되니까요. 그래서 베팅 한도를 30만 원으로 정해두고 월간 출입 가능 일수를 인당 15일로 제한하는 게 이런 모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마사지 천국 사북
그런데요. 그럼에도 카지노 특수가 가져온 사북읍의 모습은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동네 일대에 전당포와 마사지 업소, 숙박업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형적 상권이 형성돼 있어요.
특히 과거엔 일명 ‘쪽박걸’, ‘앵벌이’라면서 강원랜드에서 돈을 탕진한 여성들이 하룻밤 숙소와 다음날 입장권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해서는 안 될 매매를 하는 경우가 성행했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이런 형태의 성매매는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북읍 상가 자체에 의심되는 정황이 보입니다.
ⓒ 일요신문
한 기사에 따르면 2017년에도 이미 일대가 유흥업소 천지였다고 해요. 조그마한 동네에 유흥 간판만 총 203개였다고 하니까요. 완전히 도박 관광객만을 노린 특수업종 일색인 거죠.
그리고 최근, 직접 마주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마사지 업소였습니다. 아무래도 카지노 근처라서 전당사 같은 대부업은 그렇다고 해도, 마사지 업소가 유독 많은 게 의외였거든요. 심지어 강원랜드 마감 시간인 오전 6시경에는 손님들을 태우러 온 택시들과 함께 각 숙박업소의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는데요. 그 사이에 다른 동네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던 마사지업소 차량도 함께할 정도로 관련 산업이 많이 발달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안마업. 국내에선 맹인 안마사가 아니라면 불법인데요('안마'가 아닌 일부 '테라피' 등의 마사지는 합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북읍은 시각장애인이 몰려 있는 동네라는 걸까요?
통계청의 ‘시도별, 장애유형별, 장애등급별, 성별 등록 장애인수’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전국 약 25만 명 중에 강원도엔 고작 9,415명이었고요. 제가 방문한 날 기준으로 오픈런 인원 4300명 중 단 5%만 마사지샵에 간다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 215명이 사북읍에 상주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사북읍 전체 인구가 4,100명 수준이라는 점을 놓고 보자면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수치죠.
이렇다 보니 이 중엔 불법 업소들도 즐비해 있을 거라는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마사지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성매매에 대한 의혹도 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들어가본 한 마사지샵. 타이, 아로마, 1시간 코스, 2시간 코스 등 익숙한 옵션들이 보였고요. 조금 독특했던 건 각 호텔로 출장 마사지를 환영이라고 하며, 한국인 관리사와 태국인 관리사를 골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부분.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솔직히 쫓겨날 각오로 한 질문인데, 마사지 말고 다른 것도 하냐는 물음에 멋쩍은 웃음과 함께 ‘그건 관리사와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상상은 보고 계신 여러분께 맡기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신안 노예 사건과 관련해서 태평염전 측이 했던 주장 ‘임차인과 임차인이 고용한 노동자간 문제다’ 라고 일축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과거를 보고 현재를 판단해선 안 되겠지만요. 실제로 2009년 부터 강원랜드 주변에서 성매매 알선 혐의로 13명이 불구속 입건된 일이 있었고요. 2018년에 올라온 한 기사를 보자면요. 사북읍의 불법 성매매는 알 사람은 모두 아는 상태였습니다. 고객 A씨는 마사지사들이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며, 강원랜드 주변 마사지 업소는 모두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는데요. 이때 업소 관계자가 말하길, 손님과 마사지사가 따로 성매매를 하는 건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고 하죠.
상권과 소비자의 상관관계
3-1 심리학 관점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사북은 이런 기형적인 형태로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된 걸까요? 우선 심리학적 관점입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경은 개인의 행동에 핵심적으로 작용합니다. 사회심리학에도 situationism, 상황주의라며 인간의 행동이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 상황적/환경적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 조선일보
세계 심리학계를 통틀어 최대의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는 앨버트 반두라 교수의 ‘도덕적 이탈’ 이론에 따르면요.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외면하기 위해 많은 방식으로 양심의 가책을 벗어나려 한다고 합니다.
이 이론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탈의 과정이 정당화인데요. 불법 성매매 업소가 즐비한 동네에 가서는 ‘여기선 다 이래’, ‘여기선 이래도 돼’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죠. 평소라면 유흥 쪽에 눈길도 안 줄 사람도 해당 동네에 방문하게 되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또, 쉽게 번 돈은 쉽게 씁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걸 두고 하우스 머니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도박이나 카지노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그 돈을 노력의 대가로 여기지 않아서 씀씀이가 커지고 위험한 소비를 더 쉽게 선택하게 되죠. 도박이라는 특성 상 우리 뇌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카지노에서 나와 도박 외적으로 다른 걸 즐길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웬만한 유흥거리는 눈에 차지 않을 테고요.
3-2 회색지대 경제
이어서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자면요. 사실 해외 카지노들이나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도박산업과 유흥 산업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색지대 경제’라고 부르는데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영역 또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영역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마사지 업소처럼 사실상 반합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떠오르고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sin city, 죄악의 도시라고 불리며 화려한 쇼와 성인 오락산업으로 번성한 게 대표적이죠.
ⓒ www.visitlasvegas.com
마카오는 밤문화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정도로 그 중심은 카지노지만 붙어 있는 유흥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고요. 강원랜드의 경우엔 심지어 다른 카지노들처럼 번화가도 아니고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으니 그 폐쇄성 덕분에 불법적인 문화가 곪아가기 딱 좋은 조건입니다.
3-3 정선은 관광지인가?
그리고 흔히 정선은 ‘관광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관광은 사전적 의미로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경, 풍물 따위를 구경하고 즐긴다’라는 뜻인데요. 즉, 단순히 어디 하나를 ‘방문’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포괄적으로 지역 자체를 보고 즐긴다고 해석이 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동네가 관광지보단 단순 ‘방문지’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어요. 방문객들의 관심사가 강원랜드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거든요.
ⓒ G1방송
여기서 한 지역 상권을 아주 단순화시켜서 ‘관광지구’, ‘업무지구’, ‘주거지구’로 나눠보고 싶은데요. 이 구분에 따라 형성되는 상권이 아주 달라집니다. 우선 관광지구라면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파는 가게나 지역적 특색이 보이는 식당이 많겠고요.
주거지구라면 베이커리, 카페, 미용실, 세탁소, 병원, 약국, 은행 등 생활 편의시설이 대부분이겠죠. 회사가 몰린 업무지구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위한 식당, 회식이나 접대를 위한 술집 등이 밀집돼서 한 자치구의 최대 번화가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당연하게도 지역별 소비자에 맞춰서 상권이 형성되고요. 이 상권이 꾸준히 잘 되고 안정적이려면 또 당연하게도 해당 지역별 소비자들이 ‘안정적’으로 유지/유입돼야 합니다. 저희 채널에 지난 성수동 영상 댓글 중 ‘뭐로 흥해야 안 망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잠깐 그 이야기를 해보자면 성수동은 현재 관광지구에 가까운 복합 문화지구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광지구와 조금 다른 점은, 팝업스토어의 특성 상 유행하는 시즌과 비시즌이 있고 그에 따라서 발길이 닿는 소비자층의 취향이나 색이 너무나 쉽게 변한다는 점이겠죠. 이런 점에서 위태로운 부분이 있어 보이는 거고요.
그래서 업무지구의 색을 잡아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2022년 김회재 의원실에서 제공됐다는 자료 ‘1인당 평균 총급여액 지자체 순위’를 보면 성동구가 8위에 랭크되어 있고요. 그 외 다른 자료들을 봐도 평균 소득이 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즉, 구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 김회재의원실
그리고 최근 들어 디자인업계 회사들이 성수동으로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특성, 지금의 트렌디한 느낌 살려 가면서 소위 힙한 직장인들을 타겟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발전한다면 장기적으로 홍대처럼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임대료는 조정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럼 다시 강원랜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강원도 정선군은 주거지구라기엔 사북읍 전체 인구보다 강원랜드 방문자가 더 많고, 업무지구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관광지구라기엔 강원랜드라는 랜드마크 한 군데 ‘방문’에만 집중되어 있죠. 그나마 이중 가장 가까운 게 관광지구인데, 관광업이라고 삼을 만한, 카지노 외에 민간 경제에까지 소비자들을 유혹할 요소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여요. 그 요소가 마사지뿐이라는 게 더 큰 문제가 되는 중인 거고요.
정선 회생방안: k-hit 프로젝트
그래서 지금 정선군은 카지노 외에 다른, 정말 ‘관광’이라 부를만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차라리 정선을 명확한 규제와 통제 속에서 국내 유흥 엔터 산업의 핵심지로 한국의 마카오,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구축하는 방법은 어떨지 생각이 드는데요.
강원랜드 측도 이 부분을 고려한 건지, 단순 수익성 개선을 위한건지는 몰라도 최근 ‘제2 카지노 영업장’을 조성한다는 계획과 함께 ‘k-hit’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상생, 대한민국 대표 복합 리조트로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상 로컬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리브랜딩이 될 수도 있겠죠.
사실 사기업이었어도 장기적으로 수익을 유지하려면 지속가능성을 고민했을 겁니다. 근데 여긴 공기업이잖아요. 수익만 보는 게 아니라 지역과의 상생까지 고려해야 하니, 말이 쉽지 진짜 어려운 일이죠.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원랜드 인근 기형적인 상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 동네가 정말 ‘관광지’가 된다면 어떤 솔루션이 어울릴지. 멋진 의견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