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상 최악의 엽기 살인도구 타이레놀 | 텔유레터 107호 | 텔유어월드 | 세모브
1982년 시카고,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특이한 점은 사망자들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었다는 점이었죠. 세 가족이 모두 사망한 한 집을 제외하면 나머지 피해자끼리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심지어 범죄 현장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살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요.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일리노이주의 한 집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평생 미제로 남게 될 사건의 살인도구, 타이레놀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youtu.be/peL6OkbMr_g?si=jflLO-kapUH7bLFy
사건의 전말
1982년 9월 29일 정오가 되기 직전, 시카고 북서부에 있는 도시 알링턴 하이츠의 소방서에 방송이 울렸습니다. ‘3구역 코드 1 발생’ 구급차 요청이었는데요. 환자는 27세 남성 애덤 재너스.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길래 하루 쉬는 중이었다고 하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합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건강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죠. 실제로 감기 말곤 아파본 적도 없다고 하고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망한 겁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6시, 애덤의 부인과 동생도 연달아 쓰러집니다. 몸을 떨며 동공은 확장되고 호흡은 빠르고 얕게 유지하는 증상을 보였죠. 소방서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건강 관리 부서 수간호사인 헬렌 젠슨을 현장에 파견합니다.
보직이 보직인 만큼 냉장고를 먼저 수색한 헬렌 젠슨. 독극물 관련해서 의심을 해봤던 건데요. 힌트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됩니다. 현장 조사 도중 우연히 발견한 타이레놀과 영수증. 구매 일자가 사건 당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 약이 벌써 여섯 알이 빠져 있었다고 해요.
반나절만에, 혼자서 약을 여섯 알 먹었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수상하잖아요? 타이레놀은 즉시 수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게 곧바로 진행된 독성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죠. 캡슐 안에 치사량의 세 배에 달하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거든요.

ⓒ time magazine
그리고 같은 시기. 시카고 인근의 다른 가정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사건 당일, 혹은 직전 ‘타이레놀’을 복용했다는 사실뿐이었죠.
사건이 알려지자 시카고 일대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경고 방송이 TV와 라디오, 신문에 쏟아졌고,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 북동부 600만 인구 전체가 불안에 떨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찾아가 알리고 TV로 경고하는 것 뿐이었고요.
당연히 존슨앤존슨 본사에도 비상이 걸렸어요. 당시 타이레놀은 미국 진통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국민 약’이었거든요. 쉽게 말해서 존슨앤존슨의 최고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만약 제조 공정에서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나면 기업 자체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존슨앤존슨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신의 한 수를 놓게 됩니다. 약 3100만 병에 대한 리콜 조치. 전례 없는 최대 규모의 회수였습니다. 무료로 제품도 교환해주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요. 그 금액이 당시 금액으로 1억달러 수준이었다고 하니까요. 이때 타이레놀의 시장 점유율이 30%에서 7% 수준까지 떨어지게 됐는데요. 어떻게든 이 누명을 벗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존슨앤존슨은 사활을 걸고 수사를 주도합니다. 그 결과, 오염된 제품은 제조 공장에서 나온 직후가 아니라 시중에 유통된 뒤 누군가 의도적으로 캡슐을 분리하고 청산가리를 주입한 후 다시 조립해 진열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데요.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걸까요?
용의자 특정
항공사 승무원 폴라 프린스.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기 전날,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다음 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약국 계산대 뒤에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한 남성이 목격됐는데요 신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목은 한 통의 편지에 집중돼요. 시카고의 한 은행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하는 협박 편지가 도착거든요. 로버트 리차드슨이라는 남자가 쓴 편지였는데요. 뭐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이름은 가명이었고 정황과 필적을 따라 특정한 용의자는 제임스 루이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 nbc news
그렇게 가장 유력한, 동시에 FBI가 지목한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제임스 루이스. 생각보다 더 범인인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사실상 살인 전적이 있던 건데요. 과거 세무사로 일하며 금전 분쟁을 겪은 고객이 살해된 사건에 유력하게 연루된 당시. 현장에서 그의 머리카락과 위조 수표 등이 발견됐지만, 당시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증거 효력이 상실되면서 기소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루이스의 자택에서는 독극물 관련 서적과 범행 계획을 의심케 하는 메모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루이스가 범인, 사건은 끝인 거 아니냐?’ 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정작 타이레놀 살인과 직접 연결되는 ‘결정적 물증’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사건 당일 시카고에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고요. 결국 그는 살인 혐의가 아닌 ‘편지 협박’ 혐의로만 유죄 판결을 받고 1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에도 FBI는 수십 년 동안 그를 추적했지만, DNA 검사까지 진행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2023년, 제임스 루이스가 사망하면서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죠.
위기관리
사건 직후 존슨앤존슨은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었죠. 타이레놀 전량 회수에 환급까지.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의약품 리콜이었다고 했었는데요. 존슨앤존슨의 이 수를 신의 한수라 부르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시에tamper-evident packaging이라고, 해석하자면 ‘변조 증거가 명확한’ 포장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죠. 뚜껑 위에 비닐로 덧대어 밀봉하고, 병 입구에도 알루미늄 포일로 봉인해놓고요. 뚜껑 열 때 드득 하면서 뜯겨 나가는 플라스틱 링까지. 이런 락 장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모두 이때 존슨앤존슨이 처음 도입하면서부터였죠.

ⓒ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그래서였을까요? 이런 조치들이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사건 직후 30%에서 7%까지 떨어졌던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오히려 35%까지 끌어올리는데요. 심지어 존슨앤존슨 CEO 제임스 버크는 위기관리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아 미국 대통령 자유메달까지 수상했습니다.
의혹
네, 여기까지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긴 해도요. 기업의 모범적인 위기관리 사례로 평가받는데요. 실제로 존슨앤존슨의 대응은 위기관리 교과서에 수록됐고, 국내에선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사례돋보기’에도 소개된 바 있죠. 실제 대학교 경영학이나 위기관리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의혹도 있습니다. 이건 잘 꾸며진, 완전 범죄라고요. 범인은 존슨앤존슨이고, 이 모든 건 눈속임이었다는 건데요. 생각해 보면 사건 직후 존슨앤존슨 측은 ‘제조 공정에서 청산가리가 사용된 적 없다’고 발표합니다.
내부 증언에 따르면 공장 내 일부 시험 과정에서 소량의 청산가리를 보관하고 있었고, 심지어 보관 장소의 보안도 허술했습니다. 더욱이 존슨앤존슨은 사건 전부터 정기적으로 청산가리 검사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는데, 일반 제약사에서 굳이 청산가리 검사를 루틴으로 할 이유는 거의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일부 관련 인물들은 이걸 두고 ‘제품에 청산가리가 섞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합니다.

ⓒ deadline
또한 사건 직후 공장 조사가 거의 몇 시간 만에 ‘문제 없음’으로 결론 난 것도 석연치 않다는 건데요. 너무 빨랐다는 거죠. 보통 의약품 제조시설 검사는 며칠 이상 걸리는데, 당시 조사 속도를 고려하면 사건 규모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용의자가 직접 수사를 주도했다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있고요.
그렇게 존슨앤존슨이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제임스 루이스도 사망해서 이 사건은 앞으로 평생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늘 다룬 이 내용들, 그리고 자료화면으로 보신 영상들이 더 궁금하시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제 사건: 타이레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사실 이 사건이 하필 타이레놀이라서 더 주목은 받은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이레놀은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운 제품이었거든요. 1955년 존슨앤존슨의 계열사 맥닐 연구소에서 출시한 새로운 진통제였는데요. 원래 당시 진통제 시장에서는 아스피린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스피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왜 우리가 약 먹을 때 식후에 먹으라는 말 많이 듣잖아요? 그 대표주자가 아스피린이었습니다. 위 점막 손상이 너무 심해서 열 내리려다 복통으로 실려가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심지어 어린 아이들이 아스피린을 먹으면 라이 증후군 증상이 여차하면 나타났거든요. 드물지만 아스피린을 먹고 천식이 생기는 환자들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을 타개한 약품이 바로 타이레놀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부작용이 가정 적은 약품으로 공인될 정도로 효능 자체는 조금 약하지만 안정성에서 뛰어나거든요. 특히 의학에 대한 발전이 최근 들어서야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그 안전하다는 특색이 얼마나 귀중했을지 알 것 같은데요.

ⓒ 메디칼타임즈
그런 브랜드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추락했다는 건 정말 존폐의 위기였겠죠. 역대 최고 수준의 리콜과 리패키징만으로도 최고의 위기관리 사례라고 평가받겠지만요. 만약 정말 존슨앤존슨측의 귀책사유로 문제가 생긴 거였다면, 다른 의미로 더더욱 대단한 위기관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이레놀 사건의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항상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꼭 부탁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신뢰도 높은 브랜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 영상 어떠셨나요? 즐겁게 보셨다면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 업로드 되니,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엽기 살인도구 타이레놀 | 텔유레터 107호 | 텔유어월드 | 세모브
1982년 시카고,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특이한 점은 사망자들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었다는 점이었죠. 세 가족이 모두 사망한 한 집을 제외하면 나머지 피해자끼리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심지어 범죄 현장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살 흔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요.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일리노이주의 한 집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오늘 주제는 평생 미제로 남게 될 사건의 살인도구, 타이레놀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youtu.be/peL6OkbMr_g?si=jflLO-kapUH7bLFy
사건의 전말
1982년 9월 29일 정오가 되기 직전, 시카고 북서부에 있는 도시 알링턴 하이츠의 소방서에 방송이 울렸습니다. ‘3구역 코드 1 발생’ 구급차 요청이었는데요. 환자는 27세 남성 애덤 재너스.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길래 하루 쉬는 중이었다고 하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합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건강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죠. 실제로 감기 말곤 아파본 적도 없다고 하고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사망한 겁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6시, 애덤의 부인과 동생도 연달아 쓰러집니다. 몸을 떨며 동공은 확장되고 호흡은 빠르고 얕게 유지하는 증상을 보였죠. 소방서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건강 관리 부서 수간호사인 헬렌 젠슨을 현장에 파견합니다.
보직이 보직인 만큼 냉장고를 먼저 수색한 헬렌 젠슨. 독극물 관련해서 의심을 해봤던 건데요. 힌트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됩니다. 현장 조사 도중 우연히 발견한 타이레놀과 영수증. 구매 일자가 사건 당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 약이 벌써 여섯 알이 빠져 있었다고 해요.
반나절만에, 혼자서 약을 여섯 알 먹었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수상하잖아요? 타이레놀은 즉시 수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게 곧바로 진행된 독성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죠. 캡슐 안에 치사량의 세 배에 달하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거든요.
ⓒ time magazine
그리고 같은 시기. 시카고 인근의 다른 가정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사건 당일, 혹은 직전 ‘타이레놀’을 복용했다는 사실뿐이었죠.
사건이 알려지자 시카고 일대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경고 방송이 TV와 라디오, 신문에 쏟아졌고,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 북동부 600만 인구 전체가 불안에 떨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찾아가 알리고 TV로 경고하는 것 뿐이었고요.
당연히 존슨앤존슨 본사에도 비상이 걸렸어요. 당시 타이레놀은 미국 진통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국민 약’이었거든요. 쉽게 말해서 존슨앤존슨의 최고 돈벌이 수단이었습니다. 만약 제조 공정에서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나면 기업 자체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어떻게든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존슨앤존슨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신의 한 수를 놓게 됩니다. 약 3100만 병에 대한 리콜 조치. 전례 없는 최대 규모의 회수였습니다. 무료로 제품도 교환해주고요.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요. 그 금액이 당시 금액으로 1억달러 수준이었다고 하니까요. 이때 타이레놀의 시장 점유율이 30%에서 7% 수준까지 떨어지게 됐는데요. 어떻게든 이 누명을 벗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존슨앤존슨은 사활을 걸고 수사를 주도합니다. 그 결과, 오염된 제품은 제조 공장에서 나온 직후가 아니라 시중에 유통된 뒤 누군가 의도적으로 캡슐을 분리하고 청산가리를 주입한 후 다시 조립해 진열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데요. 그럼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걸까요?
용의자 특정
항공사 승무원 폴라 프린스.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기 전날,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다음 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약국 계산대 뒤에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한 남성이 목격됐는데요 신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목은 한 통의 편지에 집중돼요. 시카고의 한 은행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하는 협박 편지가 도착거든요. 로버트 리차드슨이라는 남자가 쓴 편지였는데요. 뭐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이름은 가명이었고 정황과 필적을 따라 특정한 용의자는 제임스 루이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장 유력한, 동시에 FBI가 지목한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제임스 루이스. 생각보다 더 범인인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사실상 살인 전적이 있던 건데요. 과거 세무사로 일하며 금전 분쟁을 겪은 고객이 살해된 사건에 유력하게 연루된 당시. 현장에서 그의 머리카락과 위조 수표 등이 발견됐지만, 당시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증거 효력이 상실되면서 기소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루이스의 자택에서는 독극물 관련 서적과 범행 계획을 의심케 하는 메모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루이스가 범인, 사건은 끝인 거 아니냐?’ 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정작 타이레놀 살인과 직접 연결되는 ‘결정적 물증’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사건 당일 시카고에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고요. 결국 그는 살인 혐의가 아닌 ‘편지 협박’ 혐의로만 유죄 판결을 받고 1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에도 FBI는 수십 년 동안 그를 추적했지만, DNA 검사까지 진행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2023년, 제임스 루이스가 사망하면서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죠.
위기관리
사건 직후 존슨앤존슨은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었죠. 타이레놀 전량 회수에 환급까지.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의약품 리콜이었다고 했었는데요. 존슨앤존슨의 이 수를 신의 한수라 부르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시에tamper-evident packaging이라고, 해석하자면 ‘변조 증거가 명확한’ 포장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죠. 뚜껑 위에 비닐로 덧대어 밀봉하고, 병 입구에도 알루미늄 포일로 봉인해놓고요. 뚜껑 열 때 드득 하면서 뜯겨 나가는 플라스틱 링까지. 이런 락 장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모두 이때 존슨앤존슨이 처음 도입하면서부터였죠.
ⓒ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그래서였을까요? 이런 조치들이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사건 직후 30%에서 7%까지 떨어졌던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오히려 35%까지 끌어올리는데요. 심지어 존슨앤존슨 CEO 제임스 버크는 위기관리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아 미국 대통령 자유메달까지 수상했습니다.
의혹
네, 여기까지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긴 해도요. 기업의 모범적인 위기관리 사례로 평가받는데요. 실제로 존슨앤존슨의 대응은 위기관리 교과서에 수록됐고, 국내에선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사례돋보기’에도 소개된 바 있죠. 실제 대학교 경영학이나 위기관리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의혹도 있습니다. 이건 잘 꾸며진, 완전 범죄라고요. 범인은 존슨앤존슨이고, 이 모든 건 눈속임이었다는 건데요. 생각해 보면 사건 직후 존슨앤존슨 측은 ‘제조 공정에서 청산가리가 사용된 적 없다’고 발표합니다.
내부 증언에 따르면 공장 내 일부 시험 과정에서 소량의 청산가리를 보관하고 있었고, 심지어 보관 장소의 보안도 허술했습니다. 더욱이 존슨앤존슨은 사건 전부터 정기적으로 청산가리 검사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는데, 일반 제약사에서 굳이 청산가리 검사를 루틴으로 할 이유는 거의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일부 관련 인물들은 이걸 두고 ‘제품에 청산가리가 섞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합니다.
ⓒ deadline
또한 사건 직후 공장 조사가 거의 몇 시간 만에 ‘문제 없음’으로 결론 난 것도 석연치 않다는 건데요. 너무 빨랐다는 거죠. 보통 의약품 제조시설 검사는 며칠 이상 걸리는데, 당시 조사 속도를 고려하면 사건 규모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용의자가 직접 수사를 주도했다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있고요.
그렇게 존슨앤존슨이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제임스 루이스도 사망해서 이 사건은 앞으로 평생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늘 다룬 이 내용들, 그리고 자료화면으로 보신 영상들이 더 궁금하시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제 사건: 타이레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사실 이 사건이 하필 타이레놀이라서 더 주목은 받은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이레놀은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운 제품이었거든요. 1955년 존슨앤존슨의 계열사 맥닐 연구소에서 출시한 새로운 진통제였는데요. 원래 당시 진통제 시장에서는 아스피린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스피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왜 우리가 약 먹을 때 식후에 먹으라는 말 많이 듣잖아요? 그 대표주자가 아스피린이었습니다. 위 점막 손상이 너무 심해서 열 내리려다 복통으로 실려가는 일은 다반사였고요. 심지어 어린 아이들이 아스피린을 먹으면 라이 증후군 증상이 여차하면 나타났거든요. 드물지만 아스피린을 먹고 천식이 생기는 환자들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을 타개한 약품이 바로 타이레놀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부작용이 가정 적은 약품으로 공인될 정도로 효능 자체는 조금 약하지만 안정성에서 뛰어나거든요. 특히 의학에 대한 발전이 최근 들어서야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그 안전하다는 특색이 얼마나 귀중했을지 알 것 같은데요.
ⓒ 메디칼타임즈
그런 브랜드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추락했다는 건 정말 존폐의 위기였겠죠. 역대 최고 수준의 리콜과 리패키징만으로도 최고의 위기관리 사례라고 평가받겠지만요. 만약 정말 존슨앤존슨측의 귀책사유로 문제가 생긴 거였다면, 다른 의미로 더더욱 대단한 위기관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이레놀 사건의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일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항상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꼭 부탁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신뢰도 높은 브랜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 영상 어떠셨나요? 즐겁게 보셨다면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 업로드 되니,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