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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 구멍 사이즈의 주인은? | 텔유레터 108호 | 일상의 것들 | 브랜딩 텔유어월드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방충망 구멍 사이즈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여름날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꼭 벌어지는 일이 하나 있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데, 문득 창틀에 모기 한 마리가 방충망에 찰싹 붙어 있는 걸 보게 되죠.

오늘은 정말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방충망의 그 홈. 생각해 보면 더 작은 벌레들은 충분히 들어올만한 사이즈인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직조된 걸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방충망입니다.



제일 짜증나는 건 뭐다?

방충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세기 중반 미국 남부에서입니다. 당시 미국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시기였고, 동시에 황열병, 말라리아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이 도시 전체를 위협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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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70년대 미시시피강 인근 도시들에서는 황열병이 반복적으로 대유행했고,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로 창문에 금속 그물망을 설치한다는 아이디어가 등장합니다. 초기의 방충망은 철사나 구리선을 엮어 만든 것이었고, ‘Wire Window Screens’ 혹은 ‘Fly Screens’라 불렸습니다. 1870년대 후반, 시카고의 건축업자들이 이 금속망을 창호 설계에 통합하기 시작하면서 상용화에 가까워집니다. 1887년에는 윌리엄 베일리(W. V. Bailey)라는 인물이 “방충망 제조기계 및 설치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면서, 현대 방충망 제조의 기술적 기초가 마련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전환점은 ‘위생’이라는 개념과의 연결이었습니다. 1900년, 미국 육군 군의관 월터 리드(Walter Reed)가 황열병의 전파 원인이 모기라는 것을 입증하면서, 미국 질병통제당국은 방충망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방충망은 개인의 편의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공중보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고, 병원과 학교, 군 시설, 열대 식민지 건물 등에서 필수 설비로 확산되었습니다. ‘위생적인 창문(Hygienic Window)’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내 기준은 너야

방충망은 그렇게 ‘모기를 막는 구조물’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 기준은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죠.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가정용 방충망은 대부분 망눈 간격이 약 1mm 내외로 제작됩니다. 이때 망눈의 밀도를 표현하는 단위가 바로 ‘메쉬(mesh)’인데, 방충망에는 주로 16메쉬에서 18메쉬 정도가 사용됩니다. 여기서 16메쉬란, 1인치(2.54cm) 길이의 정사각형 안에 가로·세로 각각 16개의 선, 총 256개의 사각형 구멍이 나 있는 구조를 뜻합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그물은 더 촘촘해지고, 구멍 크기는 작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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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지인

예를 들어, 16메쉬 알루미늄망의 경우 구멍 하나의 실제 지름은 약 1.2mm 안팎, 스테인리스망은 좀 더 촘촘해서 1.0mm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용 방충망은 ‘모기가 통과할 수 없는 최소한의 크기’를 기준으로 설정됩니다.


일반적인 모기의 몸길이는 3~6mm 정도지만, 중요한 건 몸통의 지름, 즉 방충망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가로폭입니다. 이 지름이 평균적으로 1.2mm 내외로 측정되기 때문에, 방충망은 그보다 살짝 작거나 비슷한 크기의 구멍으로 설계되며, 통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거예요.



전부 모기였다

대한민국에서도 방충망은 단지 제품이 아니라, 건축 구조물로 공식 정의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감염병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방충망 규격이 국가표준(KS F 4536)으로 제정되었죠. 미국의 18×16메쉬, 일본의 20메쉬, 유럽 일부 국가의 17×15메쉬 등 표현은 다르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지키는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기를 막을 수 있는 크기”, 즉 1mm 전후의 구멍 간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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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the living

기후에 따라 예외는 있어요. 열대 지방에서는 초소형 모기류(노-see-ums)를 막기 위해 24~30메쉬 이상을 적용하거나, 방충망살충제를 코팅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거의 동일합니다. 해충 차단과 환기의 균형점으로서 1mm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기준입니다.


어떤가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방충망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 조금은 새롭게 느껴지셨나요? 모기가 싫었던 건 우리나 선조들이나 같았다는 건데요. 이제 날씨가 조금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모기가 많아질 듯한데, 창문을 열고 모기 한 마리를 보게 된다면 1mm의 설계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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