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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굴곡 같은 페트병 바닥면? | 텔유레터 110호 | 세모브 | 브랜딩 텔유어월드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페트병 바닥면은 왜 울퉁불퉁한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페트병의 디자인에는 숨은 과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병을 살펴보면, 바닥이 울퉁불퉁한 꽃잎 모양의 굴곡이 있고 작은 다리처럼 돌기가 나와 있습니다. 반면 생수나 주스 병의 바닥은 대개 평평하지요. 왜 같은 플라스틱 병인데도 바닥 모양이 이렇게 다를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페트병입니다.


범인은 바로 너, 탄산

  • 울퉁불퉁한 바닥의 페트병: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 용기
  • 평평한 바닥의 페트병: 생수, 이온음료, 주스 등 비(非)탄산음료 용기


탄산음료를 담는 페트병은 흔히 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간 꽃잎 형태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멋이 아니라 탄산음료의 내부 압력을 견디기 위한 설계라고 하는데요. 탄산음료를 제조할 때 이산화탄소 가스를 용기에 주입하면 병 안의 압력이 약 2.5~3.5기압까지 올라갑니다. 이렇게 압력이 높아지면, 그리고 동시에 만약 병 바닥이 평평한 형태라면 그 평평한 면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볼록 변형된다고 합니다. 즉, 평평했던 바닥이 둥글게 불거져 나오면 병은 더 이상 똑바로 설 수 없겠죠. 결국 탄산이 든 페트병은 내부 압력을 버티도록 설계를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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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즐

탄산용 페트병은 그래서 아예 ‘내압용 페트병’이라고 부릅니다. 탄탄한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일반 페트병보다 약간 두껍고, 단면이 원형이며, 바닥에 특별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구조가 바로 바닥의 다섯 개 돌기입니다. 탄산음료병 바닥에는 대개 5개의 반구형 돌기(둥근 발 모양)가 꽃잎처럼 배열되어 있는데, 이를 가리켜 페탈로이드(petaloid)형 바닥이라고 부릅니다. 울퉁불퉁한 바닥 구조가 내부의 가스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이상적인 형상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업계에서는 탄산음료병을 설계할 때 이 압력을 견디는 바닥 디자인을 중요한 기술적 요소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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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매일



여기서 끝나면 서운하지

또 한 가지, 특정 주스나 차 음료처럼 비탄산이지만 뜨거운 상태에서 병에 채워지는 음료의 페트병은 별도의 내열 설계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탄산과는 다른 이슈로, 뜨거운 내용물이 식으면서 생기는 진공 압력에 병이 찌그러지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인데요. 이 경우에도 바닥은 대체로 평평하거나 약간 오목한 형태이지만, 병 재질을 두껍게 만들거나 병 입구 부분을 결정화 처리(흰색으로 보이는 단단한 목부분)하여 열에 견디게 하는 등 또 다른 디자인 기술이 활용됩니다. 즉, 페트병 디자인은 담는 음료의 특성에 따라 압력, 온도 등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화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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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이렇게 탄산음료병과 생수병의 바닥 모양 차이는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과학적 원리와 실용적 디자인의 만남이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 요소가 아니라 사용 환경과 기능적 요구를 충족하는 해결책이라는 것.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디자인의 고전적 원리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 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물건들의 모양, 재질, 구조에는 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기 마련이라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내용입니다. 탄산음료 페트병의 바닥이나 뚜껑의 설계처럼, 때로는 과학적 제약이 창의적 디자인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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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클립

끝으로, 오늘 마신 음료수 페트병을 한 번 살펴보세요. 바닥을 보고 그 속에 담겼던 음료가 탄산음료였는지, 아닌지 맞춰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요. 탄산이 바꿔놓은 페트병 바닥의 비밀처럼, 우리 주변의 다른 평범한 물건들도 어쩌면 각자만의 숨은 과학과 디자인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을 발견해나가는 즐거움이야말로 일상을 보는 디자이너의 특별한 시선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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