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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문고리가 사라지는 이유 | 텔유레터 98호 | 브랜딩 텔유어월드 | 일상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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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문고리가 사라지는 이유 | 텔유레터 98호 | 브랜딩 텔유어월드 | 일상의 것들


혹시 점점 원형 문고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실 우리는 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으면서도, 그 손잡이가 왜 저런 모양인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는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죠.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흔했던 원형 문고리가 요즘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막대 모양의 레버형 손잡이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문고리 디자인은 왜 변하고 있는 걸까요?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문고리입니다.


빙 빙 돌아가는 문고리처럼

사실 문을 여닫는 장치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존재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빗장과 걸쇠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대부분은 목재나 가죽끈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제작되었죠. 그러나 이러한 장치는 단순히 문을 고정하거나 잠그는 기능에 그쳤고, 문을 여닫는 동작을 ‘제어’하는 기능까지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문고리 | 유니버설디자인 | 디자인 | 브랜딩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 텔유

ⓒ 한국학중앙연구원

17세기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점차 금속 세공 기술이 발달하며, 보다 정교한 문 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산업혁명(18세기 후반~19세기 초)을 기점으로 철과 주석, 황동 등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문 손잡이 역시 기능성과 미적 요소를 갖춘 새로운 형태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19세기, 유럽–특히 아일랜드와 독일-에 최악의 농업 기근이 들었는데요.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이 대표적이죠.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당시 미국이 내세우던 게,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앞세운 ‘모두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었거든요.


유럽과 달리 당시 미국은 도시화와 함께 개인 주택, 공공건물 등 건축 붐이 일었는데요. 아무래도 수많은 이민자가 들어오게 되니 기존에 있던 로컬 주민들 입장에선 보안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고 해요. 그래서 이때부터 문고리에 대한 수요와 연구가 동시에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 미국에서는 주택과 건물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문을 여닫는 장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기존의 단순한 걸쇠나 빗장은 보안과 편의성 면에서 한계가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핀 텀블러 락, 즉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실린더 잠금장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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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thy Lock

1848년, 미국의 발명가 린우스 예일(Linus Yale Sr.)이 초기 핀 방식 자물쇠를 개발하고, 그의 아들 린우스 예일 주니어(Linus Yale Jr.)가 1861년 이를 개량해 현대적인 실린더 락을 완성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문을 열고 잠그는 방식은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뀌었죠.


그런데 이 실린더 락은 회전 운동을 통해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즉, 손으로 잡고 돌려야만 열리는 구조였는데, 이때 가장 간단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형태가 바로 원형 손잡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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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시24

마침 산업혁명 이후 금속 주조와 선삭(회전 가공)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원형 손잡이는 대량생산에 매우 유리했습니다. 생산 공정이 단순해 비용이 낮고, 불량률도 적었죠. 게다가 원형은 표면이 매끄러워 먼지나 오염이 덜 달라붙어 위생적이라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불어온 건축 표준화 바람도 한몫했습니다. ‘패턴 북(Pattern Book)’이라 불리는 주택 설계서가 보급되며, 문고리를 포함한 각종 건축 부속품은 규격화되고 표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손잡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원형 손잡이는 이런 표준화 작업에 가장 적합한 형태였습니다.


더 나아가, 원형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 미학에서 완전함과 조화를 상징하는 형태로 사랑받았습니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집 안의 작은 장식 요소로서의 역할도 했죠. 그 결과, 원형 문고리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당시 사람들에게 사회적 지위와 세련됨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평생 가는 디자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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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살림연구소

그런데 비교적 현대에 들어서는 디자인 트렌드가 조금 변했습니다. 모두을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는데요. 나이 많은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등 누구나 쉽게 문을 열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원형 문고리는 손이나 팔이 없는 사람, 키가 너무 작은 아이나 문고리를 돌릴 힘이 부족한 사람이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ADA(미국 장애인법)을 통해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손잡이를 사용하도록 규정했죠.

그래서 이때부터 주류로 자리잡은 게 레버형 손잡이입니다.

문고리 | 유니버설디자인 | 디자인 | 브랜딩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 텔유ⓒ 철물가이드

레버형 손잡이는 이점이 많았습니다. 혹시 화재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면요. 불이 났을 땐 문 손잡이를 손등으로 체크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원형 문고리를 돌리기 위해서는 손으로 움켜쥐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레버형은 소매나 물건을 이용해 쉽게 밀고 나갈 수 있죠. 힘이 부족하다 해도 체중을 활용할 수 있고요. 이런 이유로 공공건물이나 상업시설의 비상문에는 아예 패닉바나 레버형 손잡이만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고 소박한 문 손잡이 하나에 이렇게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원형 문고리는 사라졌다고 하기보다, ‘모두를 위한 편리함’과 ‘안전’이라는 가치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원형 문고리가 골동품 가게에 전시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레버형 손잡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문 손잡이를 잡을 일이 생기신다면, 지금 이 글을 한 번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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