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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옥색은 왜 유행했을까? | 텔유레터 100호 | 일상의 것들 | 브랜딩 텔유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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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90년대에 유행했던 옥색’ 도대체 왜 유행했었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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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블로그 '인테리어 필름(공감)'

90년대 주방을 떠올리면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옥색 싱크대입니다. 당시에는 거의 모든 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촌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기피대상 1호로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옥색, 도대체 왜 유행했었을까요?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옥색입니다.


옥색, 이름부터 자연 광물인 ‘비취(Jade)’에서 유래했듯,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귀함과 고결함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고려시대 청자는 대표적으로 옥색 계열의 유약을 사용하며 귀족과 왕실의 권위를 나타냈습니다. 선조들에게 옥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상적이고 고결한 색’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옥색이 우리 생활 속에서 유행한 건 미국이 먼저였는데요. 1920년대 아르누보의 럭셔리 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파이어킹 제다이트 식기, 194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의 검정과 옥색 조합, 1950년대 전후 경제 호황의 낙관주의, 1960년대의 ‘애시드 에스테틱(Acid Aesthetic)’과 사이키델릭 디자인 등 20세기 전반과 중반을 관통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서서히 대중의 취향이 변형되었고죠. 특히 1960년대 미국에서는 욕실과 주방 인테리어에 옥색이 대대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영화 <샤이닝> 속 옥색 욕실은 그 시절의 미감과 모던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한국에도 퍼지기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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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chPlay

그리고 다음 이유는 비용. 1990년대 한국 주방에서 옥색 싱크대가 폭발적으로 유행한 배경에는 기술적, 경제적 요인이 숨어 있습니다. 당시 싱크대는 주로 PB판(Particle Board)에 표면 필름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색상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안료 기술과 표면 가공 공정이 현재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과 생산 편의성이 색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b33f36be180ce.jpgⓒ 네이버 블로그 '소중한 나와 네가 머무를 공간'

옥색은 생산 단가가 낮고, 국민 정서상 ‘위생적이며 편안한 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색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옥색이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하얀색은 관리가 어렵고, 다른 색상은 비용이 높거나 낯설었기 때문에 옥색은 불가피하면서도 최적화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엔 옥색이 촌스럽게 느껴질까요? 그건 색상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집단 기억과 문화적 코드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할 것 같은데요. 특히 MZ세대에게 옥색은 이전 세대의 흔적, 혹은 태어나기 전 과거의 사진 속에 머물러 있는 색으로 인식됩니다. 너무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던 색이라 오히려 멀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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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 Archive

이렇게 옥색은 그 자체로는 결코 촌스러운 색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때는 귀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그리고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트렌디한 색’이었죠.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색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이 변했고, 옥색은 더 이상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지 못하게 된 거죠.


지난번 자주색 변기와 화장실 타일을 다뤘던 글이 다시금 떠오르는데요. 말도 안 될 정도로 유행했던 색들, 앞으로 다시 또 유행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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