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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53 보도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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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53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보도블럭은 왜 다들 지그재그로 깔리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색깔이 나뉘어 있어서 한 색만 고르는 규칙을 부여하고 안 밟기 놀이가 국룰인 보도블럭. 실수로 실패하면 ‘다음 판이 진짜’라면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곤 했죠. 아무튼 갑자기 그 옛날 생각이 나서 바닥을 유심히 봤는데요. 그때랑은 다른 호기심이 들더라고요. 보도블럭은 왜 안 예쁘게 지그재그로 놓았을까요?보도블럭 |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 텔유 | 텔유어월드

ⓒ우리학교신문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보도블럭입니다.



보도블럭

매일 밟고 다니는 보도블럭, 혼자 마음속으로 색깔 있는 거 밟겠다고 게임 하는 게 아니라면 사실 자세히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요.


보도블럭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지그재그로 깔려 있습니다. 저는 옛날에 이게 깔끔하게 까는 게 너무 어려워서 일부러 어긋나게 맞춘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 포장에 있어서 중요한 게 ‘멋’이 아니더라고요.


보도블럭은 ‘헤링본 패턴’을 기반으로 합니다. 청어의 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흑백요리사에서 청어 뼈를 발라 내기 어렵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이 패턴은 특유의 내구성과 안정성이 있습니다.

보도블럭 |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 텔유 | 텔유어월드ⓒ위키원

보도블럭을 일렬로 깔면 힘이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블럭이 벌어지거나 들뜨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지그재그로 맞물려 있으면 무게가 여러 방향으로 분산돼서 블럭이 단단히 고정됩니다. 덕분에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도 쉽게 깨지거나 밀려나지 않죠. 게다가 이 패턴 덕분에 보도블럭이 조금 손상되더라도 전체를 다시 깔 필요 없이, 필요한 부분만 간단히 교체할 수 있어요.


헤링본 패턴은 사실 보도블럭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어요. 대표적으로 실내 마루 바닥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나무 마루를 헤링본 패턴으로 깔면, 보도블럭과 마찬가지로 힘이 분산돼서 뒤틀림이나 들뜸을 방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오래 사용할수록 가구 무게나 온도 변화에도 형태가 유지되죠.보도블럭 |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 텔유 | 텔유어월드

ⓒ두현창호

패션에서도 헤링본 패턴은 빼놓을 수 없어요. 트위드 재킷이나 울 코트 원단을 자세히 보면 ‘V’자 모양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 역시 직물의 내구성을 높이고, 구김이 적게 생기도록 하기 위해 헤링본 조직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보도블럭은 자연스레 발이 많이 닿는 부분이니, 각종 밀림에 있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거예요.



근데 왜 울룩불룩 생겼어?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서운하죠. 짧게 보도블럭의 블럭에 대해 알아보자면요. 가장 익숙한 녀석, 아마도 이 인터로킹 블럭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는데요.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게임의 특수와 함께 호황을 맞았습니다. 당시엔 흔했던 비포장 도로를 모두 보도블록으로 포장해야 했거든요. 또한 분당, 일산, 평촌, 부천 등 신도시 건설로 주택이 무려 200만호나 개발되며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 ‘정통’ 보도블럭으로 자리잡은 거예요.

보도블럭 |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 텔유 | 텔유어월드

ⓒ동아산업(주)

그래서 인터로킹 블럭은 왜 이렇게 울룩불룩 생겼느냐? 그건 ‘퍼즐’을 떠올리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인터로킹 블록은 서로 맞물려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블록을 말합니다. 즉, 더 높은 안정성을 위해 사용하는 거죠. 이쯤 되면 ‘그냥 시멘트로 매끈하게 깔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실제로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 도로는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고, 한 부분이 망가지면 넓은 면적을 뜯어내야 하거든요. 반면 블록은 부분적으로 교체가 가능하니까 사후 관리에 효율적인 거죠. 그리고 하나 더, 블록 사이에 틈이 있어서 빗물 배수에도 유리하고요.


어떤가요? 평소에 관심 두지 않던 보도블럭을 까는 것부터 그 하나하나의 생김새까지. 오늘도 새로운 시야 장착에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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