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모브 | 텔유레터 | #49
혹시 ‘진짜 부자들은 부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러면 부자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요? 일반적으로 ‘명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아마 대부분 에루샤라고 하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부터 프라다, 디올, 구찌 등 그 백화점 1층에 으리으리하게 자리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코코IT
그런데 사실 진짜 부자들은 이런 브랜드를 주로 소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자면요. 최근 이런 브랜드들을 명품이라고 하기보단 ‘사치품’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들이 속속 등장하는데요. 디올 원가 6만원 사태부터 해서 ‘명품은 로고 값이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분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거든요.
그래서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건, 사치품이 아니라 ‘명품’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럭셔리 브랜드를 말할 때 최고로 치는 에루샤 중에서 에르메스가, 자동차에서는 롤스로이스가 항상 최고로 인지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아요. 아마 초등학생한테 물어도 그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품질은 에르메스와 롤스로이스가 최고라고 답할 거거든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런 인식 자체가,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좋은 품질, 장인정신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품질은 최고인 그런 브랜드를 원하는 거예요.
잠깐, 그러면 궁금한 점. 그럼 로고가 아예 없는 품질만 좋은 명품 브랜드는 어떨까요? 예를 들면, 품질은 엄청나게 좋은데 생긴 건 유니클로랑 똑같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이 제품을 천 만 원에 판다고 하면 인기가 있을까요?
ⓒ유튜브: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웬만한 분들은 아마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불티나게 팔리는 천 만 원 짜리 유니클로, 있습니다. 그것도 초 부호층들을 대상으로요. 주로 백화점 2층이나 3층에 자리하는 브랜드, 로로피아나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땅콩의 조현아 부사장이 입고 나왔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이재용 회장도 즐겨 입는다고 하죠.
뿐만 아니라 벌써 3년이 된 2022년 3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집회가 열렸는데요. 이날 푸틴이 로로피아나 패딩을 입고 나와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만큼 재벌들의 사랑을 받는 로로피아나, 그런데 실질적으로 명품 3대장이라고 하면 항상 이견 없이 에루샤가 꼽히잖아요? 로로피아나는 찐 부자들의 브랜드라고도, 명품 중 명품이라고도 하는데 왜 그 라인에 끼지 못했을까요?
오늘 주제는 로로피아나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apUao7ImtYs?si=hoceRsXu26c4IZko
로로피아나
로로피아나, 19세기 초부터 이탈리아 섬유 산업의 중심지 트리베로에서 원단 장사를 하던 가문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그렇게 집안 자체적으로 원단 장사를 한지 약 100년지 지난 1924년, 창립자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브랜드를 런칭했고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고품질 의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품질 좋은 원단으로 샤넬과 아르마니, 입생로랑 등 각종 럭셔리 브랜드에도 납품하며 세계 최고의 원단 공급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의 임기 중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단 말이에요? 한 마디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류 생산 비용이 급격히 줄었어요. 공장도 적극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쪽으로 옮기고, 원단 선택에서도 가성비를 먼저 따져서 마진을 늘리게 된 거죠.

ⓒ헬스조선
그래서 이때, 고급 원단을 제공하던 업체인 로로피아나는 자연스럽게 위기를 맞이하게 됐는데요. 로로피아나는 여기서 아예 브랜드의 방향을 틀어버려요. 바로 원단 브랜드에서 의류 브랜드로 변신한 건데요. 로로피아나는 원단 하나만큼은 정말 세계 그 누가 와도 자신이 있단 말이에요? 이 부분은 잠시 후에 다뤄보기로 하고요. 아무튼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저렴한 원단을 사용하겠다며 로로피아나를 외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서요. 로로피아나는 다른 브랜드들이 외관, 디자인에 집중할 때 오로지 ‘품질’ 하나에만 올인하는 옷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품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당시 명품 브랜드들이 대놓고 로고 플레이와 마케팅에 집중할 때, 정 반대의 길을 걸은 거죠. 철저하게 최상급 원단으로 ‘보는 명품’이 아니라 ‘입는 명품’을 만들었달까요.
원단이 대체 어떻길래?
계속 원단 원단 하는데, 로로피아나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 바로 원단입니다. 애초에 태생부터 가문 자체에서 원단을 다뤘으니까요.
이 대표적인 예로, 비쿠냐 울이라는 소재가 있는데요. 전 세계의 천연섬유 중 가장 곱다고 알려진 소재예요. 그래서 이 비쿠냐가 뭐냐면 안데스 산맥에 사는 낙타과의 동물인데, 로로피아나가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물입니다. 털이 너무 보드라워서 개체 수가 5-6,000마리 까지 줄어든 적이 있던 멸종 위기종이었거든요.

ⓒHMAP
그래서 로로피아나는 이 털을 확보하기 위해 1994년, 아예 페루 정부와 협약을 맺고 비쿠냐를 해치지 않으며 안전하게 털만 독점으로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지극 정성이었는지 개체 수가 5년 만에 두 배가 늘었고, 지금은 거의 40만 마리에 육박한다고 하죠. 2008년에는 비쿠냐를 위해 땅을 6백만 평을 구입해서 자연보호구역을 만드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에는 무려 2억 6천 평의 땅을 구입해서 비쿠냐 보호구역을 운영 중이고요.
여기까지 보시면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비쿠냐 털은 각 개체당 2년에 한 번씩만 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체에서 나오는 털이 고작 250g밖에 안 돼요. 공정 다 거치면 이마저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수준이고요. 원단 자체가 한정판인 거예요.
그래서 이 비쿠냐로 만드는 제품들은 가격이 사악하다 못해 오히려 신성해보일 정도인데요. 니트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쿠냐의 털이 최소 다섯 마리 분량, 코트를 만드는 데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서른 마리 분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가격은 니트 한 벌에 아무리 저렴해도 150만 원, 코트는 최소 3천만 원에 달하죠. 그야말로 천외천입니다.

ⓒ로로피아나
부자들이 로로피아나를 선택하는 이유
그런데 이렇게나 좋은 원단에, 고퀄리티 제품을 만들면서 로로피아나는 로고 하나 표시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디자인만 놓고 봤을 땐 로로피아나와 유니클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찐부자들이 로로피아나를 소비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 일반인들 같으면 당장 패션 쇼핑용으로 돈을 쥐어준다고 해도 3천만 원씩 주고 심플하게 생긴 코트를 구매하진 않을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명품백 같은 ‘어느정도 과시가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사람 심리라는 게, 내가 이만큼의 소비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리턴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저만 해도 새 옷 사면 누가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타고 다니는 차도 충분히 잘 굴러가는데 괜히 더 멋진 거 타고 싶고 하거든요. 이 부분은 대부분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위 재벌이라는 분들은 다르죠. 오히려 감추고 싶어합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저도 새 옷, 좋은 차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소비를 급격하게 줄인 상태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진짜 원하는 건 좋은 옷 좋은 차가 아니라, 그냥 그것들을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거든요.
그럼 다시 재벌분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분들은 이 능력을 이미 갖췄습니다. 물론 명품 좋아하는 재벌들도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찐부자들은 언제든지 그걸 가질 수 있기에 과시하고 싶은 욕구 자체가 덜한 겁니다. 아니, 아예 없을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정말 부자들은 오히려 감추고 싶어합니다. 동물들의 세계만 봐도, 숫사자의 갈기처럼 ‘외관’이라는 건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갖추게 되는 거잖아요? 만화나 영화에서도 부하들은 문신을 온 몸에 도배해놨는데 오히려 보스는 너무나 깔끔한 사람으로 묘사되듯 진짜 힘을 가진 자들은 겉으로 그걸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게 드러나는 걸 창피하다 여기고 숨기고 싶어하죠.

ⓒ중앙일보
이런 점에서 로로피아나는 그들에게 완벽한 선택지였던 겁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이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티 나지 않는, 브랜드를 알리지 않았을 때 오히려 진정으로 가치 있는 브랜드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엄청난 브랜드임에도 로로피아나는 대중성의 차이로 명품 3대장엔 들어가지 않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2013년 LVMH 산하 브랜드로 들어가게 됐기에, 그 상징성적인 측면에서도 맞지 않겠고요.
로로피아나 팝업
그런데 이런 조용한 럭셔리 로로피아나가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사실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행보죠? 그래서 다녀와봤는데요. 확실히 단순 팝업은 아니었고요. 100주년을 기념하며 브랜드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반 전시형 팝업이었어요.

ⓒ신세계백화점
개인적으로는 로로피아나의 가구쪽 컬렉션을 활용해 매장 인테리어가 진행됐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는데요. 브랜드 자체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성격은 아닌지라 구경만 했더라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진짜 ‘명품’, 로로피아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천만 원이 든 카드를 받았다면 이 브랜드에 가서 쇼핑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일단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생각 공유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평소 럭셔리 사치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남겨주시면 많은 참고와 공부가 되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품질에 걸맞는 브랜딩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세모브 | 텔유레터 | #49
혹시 ‘진짜 부자들은 부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러면 부자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요? 일반적으로 ‘명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아마 대부분 에루샤라고 하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부터 프라다, 디올, 구찌 등 그 백화점 1층에 으리으리하게 자리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코코IT
그런데 사실 진짜 부자들은 이런 브랜드를 주로 소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자면요. 최근 이런 브랜드들을 명품이라고 하기보단 ‘사치품’이라고 부르자는 의견들이 속속 등장하는데요. 디올 원가 6만원 사태부터 해서 ‘명품은 로고 값이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분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거든요.
그래서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건, 사치품이 아니라 ‘명품’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럭셔리 브랜드를 말할 때 최고로 치는 에루샤 중에서 에르메스가, 자동차에서는 롤스로이스가 항상 최고로 인지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아요. 아마 초등학생한테 물어도 그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품질은 에르메스와 롤스로이스가 최고라고 답할 거거든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런 인식 자체가,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좋은 품질, 장인정신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품질은 최고인 그런 브랜드를 원하는 거예요.
잠깐, 그러면 궁금한 점. 그럼 로고가 아예 없는 품질만 좋은 명품 브랜드는 어떨까요? 예를 들면, 품질은 엄청나게 좋은데 생긴 건 유니클로랑 똑같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이 제품을 천 만 원에 판다고 하면 인기가 있을까요?
웬만한 분들은 아마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불티나게 팔리는 천 만 원 짜리 유니클로, 있습니다. 그것도 초 부호층들을 대상으로요. 주로 백화점 2층이나 3층에 자리하는 브랜드, 로로피아나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땅콩의 조현아 부사장이 입고 나왔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이재용 회장도 즐겨 입는다고 하죠.
뿐만 아니라 벌써 3년이 된 2022년 3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집회가 열렸는데요. 이날 푸틴이 로로피아나 패딩을 입고 나와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만큼 재벌들의 사랑을 받는 로로피아나, 그런데 실질적으로 명품 3대장이라고 하면 항상 이견 없이 에루샤가 꼽히잖아요? 로로피아나는 찐 부자들의 브랜드라고도, 명품 중 명품이라고도 하는데 왜 그 라인에 끼지 못했을까요?
오늘 주제는 로로피아나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apUao7ImtYs?si=hoceRsXu26c4IZko
로로피아나
로로피아나, 19세기 초부터 이탈리아 섬유 산업의 중심지 트리베로에서 원단 장사를 하던 가문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그렇게 집안 자체적으로 원단 장사를 한지 약 100년지 지난 1924년, 창립자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브랜드를 런칭했고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고품질 의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품질 좋은 원단으로 샤넬과 아르마니, 입생로랑 등 각종 럭셔리 브랜드에도 납품하며 세계 최고의 원단 공급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의 임기 중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단 말이에요? 한 마디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류 생산 비용이 급격히 줄었어요. 공장도 적극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 쪽으로 옮기고, 원단 선택에서도 가성비를 먼저 따져서 마진을 늘리게 된 거죠.
ⓒ헬스조선
그래서 이때, 고급 원단을 제공하던 업체인 로로피아나는 자연스럽게 위기를 맞이하게 됐는데요. 로로피아나는 여기서 아예 브랜드의 방향을 틀어버려요. 바로 원단 브랜드에서 의류 브랜드로 변신한 건데요. 로로피아나는 원단 하나만큼은 정말 세계 그 누가 와도 자신이 있단 말이에요? 이 부분은 잠시 후에 다뤄보기로 하고요. 아무튼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저렴한 원단을 사용하겠다며 로로피아나를 외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서요. 로로피아나는 다른 브랜드들이 외관, 디자인에 집중할 때 오로지 ‘품질’ 하나에만 올인하는 옷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품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당시 명품 브랜드들이 대놓고 로고 플레이와 마케팅에 집중할 때, 정 반대의 길을 걸은 거죠. 철저하게 최상급 원단으로 ‘보는 명품’이 아니라 ‘입는 명품’을 만들었달까요.
원단이 대체 어떻길래?
계속 원단 원단 하는데, 로로피아나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 바로 원단입니다. 애초에 태생부터 가문 자체에서 원단을 다뤘으니까요.
이 대표적인 예로, 비쿠냐 울이라는 소재가 있는데요. 전 세계의 천연섬유 중 가장 곱다고 알려진 소재예요. 그래서 이 비쿠냐가 뭐냐면 안데스 산맥에 사는 낙타과의 동물인데, 로로피아나가 살려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물입니다. 털이 너무 보드라워서 개체 수가 5-6,000마리 까지 줄어든 적이 있던 멸종 위기종이었거든요.
ⓒHMAP
그래서 로로피아나는 이 털을 확보하기 위해 1994년, 아예 페루 정부와 협약을 맺고 비쿠냐를 해치지 않으며 안전하게 털만 독점으로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지극 정성이었는지 개체 수가 5년 만에 두 배가 늘었고, 지금은 거의 40만 마리에 육박한다고 하죠. 2008년에는 비쿠냐를 위해 땅을 6백만 평을 구입해서 자연보호구역을 만드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에는 무려 2억 6천 평의 땅을 구입해서 비쿠냐 보호구역을 운영 중이고요.
여기까지 보시면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비쿠냐 털은 각 개체당 2년에 한 번씩만 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체에서 나오는 털이 고작 250g밖에 안 돼요. 공정 다 거치면 이마저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수준이고요. 원단 자체가 한정판인 거예요.
그래서 이 비쿠냐로 만드는 제품들은 가격이 사악하다 못해 오히려 신성해보일 정도인데요. 니트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쿠냐의 털이 최소 다섯 마리 분량, 코트를 만드는 데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서른 마리 분량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가격은 니트 한 벌에 아무리 저렴해도 150만 원, 코트는 최소 3천만 원에 달하죠. 그야말로 천외천입니다.
ⓒ로로피아나
부자들이 로로피아나를 선택하는 이유
그런데 이렇게나 좋은 원단에, 고퀄리티 제품을 만들면서 로로피아나는 로고 하나 표시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디자인만 놓고 봤을 땐 로로피아나와 유니클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찐부자들이 로로피아나를 소비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 일반인들 같으면 당장 패션 쇼핑용으로 돈을 쥐어준다고 해도 3천만 원씩 주고 심플하게 생긴 코트를 구매하진 않을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에서 명품백 같은 ‘어느정도 과시가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사람 심리라는 게, 내가 이만큼의 소비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리턴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저만 해도 새 옷 사면 누가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타고 다니는 차도 충분히 잘 굴러가는데 괜히 더 멋진 거 타고 싶고 하거든요. 이 부분은 대부분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위 재벌이라는 분들은 다르죠. 오히려 감추고 싶어합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저도 새 옷, 좋은 차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소비를 급격하게 줄인 상태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진짜 원하는 건 좋은 옷 좋은 차가 아니라, 그냥 그것들을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거든요.
그럼 다시 재벌분들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분들은 이 능력을 이미 갖췄습니다. 물론 명품 좋아하는 재벌들도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찐부자들은 언제든지 그걸 가질 수 있기에 과시하고 싶은 욕구 자체가 덜한 겁니다. 아니, 아예 없을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정말 부자들은 오히려 감추고 싶어합니다. 동물들의 세계만 봐도, 숫사자의 갈기처럼 ‘외관’이라는 건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갖추게 되는 거잖아요? 만화나 영화에서도 부하들은 문신을 온 몸에 도배해놨는데 오히려 보스는 너무나 깔끔한 사람으로 묘사되듯 진짜 힘을 가진 자들은 겉으로 그걸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게 드러나는 걸 창피하다 여기고 숨기고 싶어하죠.
ⓒ중앙일보
이런 점에서 로로피아나는 그들에게 완벽한 선택지였던 겁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이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티 나지 않는, 브랜드를 알리지 않았을 때 오히려 진정으로 가치 있는 브랜드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엄청난 브랜드임에도 로로피아나는 대중성의 차이로 명품 3대장엔 들어가지 않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2013년 LVMH 산하 브랜드로 들어가게 됐기에, 그 상징성적인 측면에서도 맞지 않겠고요.
로로피아나 팝업
그런데 이런 조용한 럭셔리 로로피아나가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사실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행보죠? 그래서 다녀와봤는데요. 확실히 단순 팝업은 아니었고요. 100주년을 기념하며 브랜드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반 전시형 팝업이었어요.
ⓒ신세계백화점
개인적으로는 로로피아나의 가구쪽 컬렉션을 활용해 매장 인테리어가 진행됐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는데요. 브랜드 자체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성격은 아닌지라 구경만 했더라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진짜 ‘명품’, 로로피아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천만 원이 든 카드를 받았다면 이 브랜드에 가서 쇼핑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일단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생각 공유해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평소 럭셔리 사치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남겨주시면 많은 참고와 공부가 되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품질에 걸맞는 브랜딩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