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용기에 숨겨진 비밀? | 일상의 것들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6호
혹시 ‘컵라면 용기는 왜 위쪽이 넓은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전 라면을 좋아해요. 아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라면을 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보통은 냄비에 끓인 라면을 먹지만 종종 밖에서나 별미로 먹는 게 컵라면인데요. 어제는 점심에 갑자기 컵라면이 확 당기길래 먹다가 든 생각.
곰곰히 보니 컵라면들은 하나같이 위쪽이 넓더라고요. 그리고 면이 바닥까지 닿아 있지 않은데요. 일부러 많아 보이려고 아래 부분을 띄워 놓는 걸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컵라면입니다.
라면의 탄생
뜨거운 물 붓고, 세상에서 제일 긴 3분을 기다려야 하는 컵라면. 컵라면을 만든 사람이 ‘라면’ 자체를 만든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 설명이 불가피한데요.
1910년 3월 5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태어난 안도 모모후쿠.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일본 땅에 정착하는데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당시 식량 부족으로 미국에게서 밀가루를 제공받으며 지냈어요. 그리고 안도 모모후쿠는 이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기로 합니다.

ⓒHMAP
그러다 1957년, 아내가 튀김을 하는 걸 봤다는 설도, 술집에서 파는 튀김을 봤다는 설도 있지만 아무튼 튀김에 영감을 받아 국수를 튀겨보기로 하는데요. 이렇게 하니 밀가루 속 수분이 빠져 나가 보관에 용이해졌습니다. 그래서 아예 ‘면을 증기로 한 번 익힌 다음 기름에 튀겨서 건조해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 보니, 다음부터는 뜨거운 물만 한 번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수가 만들어졌어요. 라면이 탄생한 거죠.
그렇게 1958년 8월 25일,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 닛신 식품에서 세계 최초의 즉석 라면 ‘치킨 라면’을 출시했습니다. 전설의 시작이었어요.
컵라면의 탄생
즉석 라면이 대성공을 거두며 세상은 더 간편한 한 끼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는데요. 라면을 먹으려면 냄비에 끓이거나 적어도 뜨거운 물을 받을 그릇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1966년, 안도 모모후쿠는 미국 출장 중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미군들이 뜨거운 물을 부을 그릇이 없어 비닐봉지에 면을 넣고 소위 뽀글이를 만들어 먹고 있던 것이죠. 그는 생각했습니다. ‘라면을 더 간편하게, 어디서든 먹을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라고요.

ⓒ 헬스조선
이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이 바로 컵라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컵라면을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요. 초기 컵라면 용기는 쉽게 찌그러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컵의 바닥에는 면이 담겨 있으니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려 압력이 집중되었고, 작은 충격에도 컵이 쉽게 변형되거나 깨지는 일이 많았거든요. 모든 충격을 쿠션 없이 받아내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보지 기술을 사용합니다. 라면을 용기 속에 떠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요. 먼저, 아래로 향할수록 좁아지는 용기를 만든 후 면의 지름을 용기보다 크게 만들어 용기의 중간에 면이 꽉 끼도록 고정시키는 기술이죠. 나중엔 이 기술이 실용신안에 등록되기도 합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이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이 왜 특별하냐면요. 면이 바닥에서 띄워져 있으니 하단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빈 공간에서 충분히 흡수해주고, 위아래 빈 공간의 차이가 줄어들어 내부 압력도 보다 잘 유지될 수 있었거든요.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경우 용기가 내용물을 보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컵라면은 내용물이 용기를 보관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용기와 면의 조합은 세상에서 제일 긴 3분. 그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는데요.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향한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죠?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물은 대류현상에 의해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현상 덕분에 중간보지 기술을 활용한 컵라면은 보다 빨리 익을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연구 끝에 1971년, 최초의 컵라면 ‘컵누들’이 탄생했고 이제는 연간 1,000억 개 이상 판매되는 세계 표준 인스턴트 푸드가 됐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평소에 컵라면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면은 왜 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당연하게 여기는 디자인이지만 그 뒤에는 오랜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컵라면을 있게 해준 것은 하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 기억해 주시길 바라면서 오늘 내용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컵라면 용기에 숨겨진 비밀? | 일상의 것들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6호
혹시 ‘컵라면 용기는 왜 위쪽이 넓은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전 라면을 좋아해요. 아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라면을 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보통은 냄비에 끓인 라면을 먹지만 종종 밖에서나 별미로 먹는 게 컵라면인데요. 어제는 점심에 갑자기 컵라면이 확 당기길래 먹다가 든 생각.
곰곰히 보니 컵라면들은 하나같이 위쪽이 넓더라고요. 그리고 면이 바닥까지 닿아 있지 않은데요. 일부러 많아 보이려고 아래 부분을 띄워 놓는 걸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컵라면입니다.
라면의 탄생
뜨거운 물 붓고, 세상에서 제일 긴 3분을 기다려야 하는 컵라면. 컵라면을 만든 사람이 ‘라면’ 자체를 만든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 설명이 불가피한데요.
1910년 3월 5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태어난 안도 모모후쿠.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일본 땅에 정착하는데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당시 식량 부족으로 미국에게서 밀가루를 제공받으며 지냈어요. 그리고 안도 모모후쿠는 이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기로 합니다.
ⓒHMAP
그러다 1957년, 아내가 튀김을 하는 걸 봤다는 설도, 술집에서 파는 튀김을 봤다는 설도 있지만 아무튼 튀김에 영감을 받아 국수를 튀겨보기로 하는데요. 이렇게 하니 밀가루 속 수분이 빠져 나가 보관에 용이해졌습니다. 그래서 아예 ‘면을 증기로 한 번 익힌 다음 기름에 튀겨서 건조해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 보니, 다음부터는 뜨거운 물만 한 번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국수가 만들어졌어요. 라면이 탄생한 거죠.
그렇게 1958년 8월 25일,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 닛신 식품에서 세계 최초의 즉석 라면 ‘치킨 라면’을 출시했습니다. 전설의 시작이었어요.
컵라면의 탄생
즉석 라면이 대성공을 거두며 세상은 더 간편한 한 끼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는데요. 라면을 먹으려면 냄비에 끓이거나 적어도 뜨거운 물을 받을 그릇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1966년, 안도 모모후쿠는 미국 출장 중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미군들이 뜨거운 물을 부을 그릇이 없어 비닐봉지에 면을 넣고 소위 뽀글이를 만들어 먹고 있던 것이죠. 그는 생각했습니다. ‘라면을 더 간편하게, 어디서든 먹을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라고요.
ⓒ 헬스조선
이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이 바로 컵라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컵라면을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요. 초기 컵라면 용기는 쉽게 찌그러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컵의 바닥에는 면이 담겨 있으니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려 압력이 집중되었고, 작은 충격에도 컵이 쉽게 변형되거나 깨지는 일이 많았거든요. 모든 충격을 쿠션 없이 받아내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보지 기술을 사용합니다. 라면을 용기 속에 떠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요. 먼저, 아래로 향할수록 좁아지는 용기를 만든 후 면의 지름을 용기보다 크게 만들어 용기의 중간에 면이 꽉 끼도록 고정시키는 기술이죠. 나중엔 이 기술이 실용신안에 등록되기도 합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이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이 왜 특별하냐면요. 면이 바닥에서 띄워져 있으니 하단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빈 공간에서 충분히 흡수해주고, 위아래 빈 공간의 차이가 줄어들어 내부 압력도 보다 잘 유지될 수 있었거든요.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경우 용기가 내용물을 보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컵라면은 내용물이 용기를 보관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용기와 면의 조합은 세상에서 제일 긴 3분. 그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는데요.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향한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죠?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물은 대류현상에 의해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현상 덕분에 중간보지 기술을 활용한 컵라면은 보다 빨리 익을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연구 끝에 1971년, 최초의 컵라면 ‘컵누들’이 탄생했고 이제는 연간 1,000억 개 이상 판매되는 세계 표준 인스턴트 푸드가 됐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들은 평소에 컵라면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면은 왜 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당연하게 여기는 디자인이지만 그 뒤에는 오랜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컵라면을 있게 해준 것은 하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 기억해 주시길 바라면서 오늘 내용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