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TTER

펜디 아파트는 왜 망했을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7호

f3fd0ba411b03.jpg


펜디 아파트는 왜 망했을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어월드 | 텔유레터 87호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지드래곤이 앉아 있는 이 의자, 가격이 무려 12억이라고 합니다. 그림은 4,800만 원, 옆에 놓인 지구본도 65만 원이라고 하고요. 집은 150억 원대의 초고가 주택, 나인원 한남입니다.


생활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집값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나 소품 하나하나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집을 TV에서 보여주는 이유도 바로 그 화려한 내부를 보는 재미 때문이겠죠.


실제로 하이엔드 인테리어가 들어간 집에는 수천만 원짜리 가구, 억대 그림, 특별 제작된 조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명품 브랜드가 마음먹고 아파트를 지으면 어떨까요?

7860223ebe033.jpg

ⓒ design.co.kr

실제로 요즘은 아예 명품 브랜드가 직접 집을 짓는 시대입니다. 가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건물의 구조부터 실내 설계, 인테리어, 식기류까지 브랜드가 책임지는 거죠.


세계적으로 이런 ‘명품 브랜드 아파트’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까사, 불가리 레지던스, 포르쉐 디자인 타, 벤틀리 멘션, 심지어 부가티까지. 이런 브랜드들이 만든 집이 부호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도 그런 명품 아파트가 등장하려 했습니다. ‘포도 바이 펜디 까사’라고 불리는 <포도 프라이빗 레지던스 서울 – 인테리어 바이 펜디 까사 언베일린 액셀런스>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 전반을 독점 담당했다는 점인데요. 펜디가 건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서 세대별 실내 디자인을 큐레이팅했고, 실제 분양 시 모든 세대에 펜디 까사의 가구부터 카펫, 침구, 조명, 식기류까지 풀 패키지로 빌트인 제공할 것을 내세웠어요.


가격은 세대당 200억 원 이상. 딱 29세대만 분양한다고 했고, 그 대상자도 자산 수준을 따져서 선별한다고 하니 말 그대로 ‘선택받은 사람을 위한 집’이었던 거죠.


그런데 국내 최초의 명품 레지던스이자 아시아 최초의 펜디 까사 하우스였던 포도 바이 펜디가 건설 중단에, 공매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소위 망했다는 건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주제는 펜디 레지던스의 몰락과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 확인해주세요!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https://youtu.be/j7ubX338OhE?si=cIyFyL2vxCwaE2RN


포도 바이 펜디 까사가 망한 이유

펜디 아파트가 망한 이유.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안 팔려서 였어요. 빨간 딱지가 붙었다고 생각하시면 쉬울텐데, 이야기는 이 프로젝트의 시행사(개발사)인 골든트리개발에서부터 시작돼요. 이 업체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이름이 포도라서 펜디 아파트를 ‘포도 바이 펜디 까사’라고 부르는 거죠.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한국경제

2020년, 포도가 펜디를 들여오기 위해 토지를 알아봅니다. 그런데 큰 사업 많이 한다고 해서 몇 천억씩 들고 있는 부동산 업체는 드물단 말이죠? 당연히 대출을 합니다. 1800억을 대출해서 과거 아모레퍼시픽 강남사옥이 있던 자리인 논현동 114번지를 1520억에 매입해요.


이 대출을 ‘브릿지론’이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입니다. 이자가 저렴한 본 대출, ‘PF’라는 대출을 받기 위해 거쳐가는 대출이죠. 그런데 이 대출은 우리가 받는 일반적인 대출이랑 달라요. 우리가 받는 대출이 신용등급에 소득에 직장 등등 따지고 따져서 나오는 돈이라면요. 브릿지론은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주는 대출입니다. ‘지금 대출 1,800억 해줄게. 그런데 너 그 아파트 다 분양시키면 6,000억이네? 그럼 충분히 갚겠다’ 하면서요.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모멘스투자자문

그래서 이렇게 커다란 규모의 건설업에 주로 등장하는 형태인데요. 이 브릿지론은 이름 그대로 사업 초기에 잠깐만 빌리는 용도로, 금리가 높다는 게 특징이에요.


이렇게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한 시행사는 공사를 시작하고 분양을 시작합니다. 각종 뉴스가 막 떠드는 시기가 이맘때 즈음이에요. 이제 분양이 시작되면 계약금과 중도금 등 시행사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죠. 이 돈으로 앞서 받은 대출의 이자도 갚고요.


자 그럼, 이제 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한 금융기관은 시행사에 신뢰가 생기고 아까 받았던 고금리 브릿지론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하는 PF대출로 돌려주게 됩니다. 즉, 일반 대출이 신용도와 소득 등을 본다면 PF대출은 특수한 상황에서 미래 가치를 보고 내주는 대출인 거죠.


포도 바이 펜디 까사에 발생한 문제가 이 지점입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가 압구정 에테르노를 매입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으실 거예요. 그 전 에테르노 청담을 분양할 때는 가수 아이유씨가 매입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죠. 이외에도 유명인들이 고급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항상 뉴스가 뒤따릅니다.


그런데 누군가 포도 바이 펜디 까사를 매입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요. 펜디 아파트는 안 팔렸습니다. 당연히 브릿지론 대출이자를 갚지도 못했고, 금융기관 입장에선 PF대출로 넘겨줄 이유가 없어요.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금융기관 입장에선 빨간 딱지를 붙이게 된 거고, 그 결과로 공매에 나오게 된 겁니다.

현장에 나가봐도 공사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 구역 전체가 멈춰 있는 느낌이 나죠.



안 팔린 이유

포도 바이 펜디 까사의 공매 사태를 두고, 많은 언론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에요. 최근 몇 년 사이 금리는 급격히 올랐고, 부동산 시장 전체가 움츠러든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시장 분위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유를 두 가지로 나눠 봤는데요.


첫 번째, ‘펜디’라는 이름에 이유가 있지 않나 합니다. 차라리 에르메스처럼 초 프리미엄 브랜드가 붙었다면,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았을 텐데 펜디는 사실 애매합니다. 고급이긴 한데, 누구나 선망할 만큼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아니라는 거죠.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페칭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아파트를 실제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냥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이미지 또한 민감하게 따지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아이유씨와 손흥민 선수가 에테르노 청담과 압구정을 샀을 때 뉴스가 쏟아졌다고 했죠. 당연히 시행사의 언론홍보 전략이었겠지만, ‘아이유가 매입했다, 손흥민이 계약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 순간, 해당 매물의 추가 분양에 엄청난 메리트가 생깁니다. 셀럽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승시키죠. 보도가 나왔을 때 에테르노에 대한 예술적인 느낌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서울신문

그러면, 아이유씨가 200억짜리 ‘펜디 아파트’를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가격은 비슷한데 외려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일반적일 겁니다. 펜디가 와닿지 않는다면, 루이비통 아파트라고 생각해보면 그 사치스러움은 배가 되고요. 브랜드가 오히려 셀럽의 이미지를 저해 시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펜디 까사는 유명인이 분양 받았다는 뉴스는 본 기억이 없어요.


실제로 뉴스기사 AI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를 통해서 지난 1년간 각 언론사에서 낸 기사들을 보자면요. 에테르노 청담 키워드로 검색했을땐 아이유, 손흥민, 송중기,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사들이 연관어로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반면, 펜디 아파트를 키워드로 잡았을 때는 사람 이름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빅카인즈 / 펜디 아파트 키워드

이게 아마 이미지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름값에 비해 실제 연예인, 셀럽들의 관심이나 거래가 없었던 점, 그 자체가 이 아파트의 실패 이유라고 볼 수도 있겠죠.



안 팔린 두 번째 이유

그리고 두 번째 이유. 한국은 초고급 공동주택이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포도 바이 펜디의 세대 수는 딱 29세대였어요. 우연일까요? 그럴 리가요. 최근 하이엔드 공동주택들을 보자면 대부분 29세대입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어요. 대한민국의 분양 제도에 따르면, 공동주택이 30세대 이상이 되는 순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고, 그와 동시에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나라에서 ‘이 가격 이상은 못 받아요’ 하고 선을 긋는 거죠. 당연히 초고가 주택을 만들려는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조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급 주택 프로젝트는 일부러 29세대 이하로 설계합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게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요. 세대 수가 작다는 건, 그만큼 단지 내 복지 시설이 작아진다는 뜻이거든요.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직방

호텔식 서비스나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고 해도, 세대 수가 적으면 운영 규모도 작고, 결국 입주자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 시 유의하는 부분 중에 세대 수가 큰 요소로 자리할 정도니까요. 그러니까 의도는 럭셔리였지만, 스케일은 작고, 경험은 제한적인 이상한 조합이 되어버리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잠재 수요층은 자연스럽게 ‘고급 빌라’보다는 아파트’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아파트는 세대 수도 많고 관리도 체계적인 데다가, 주변 시세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강남권에서 고급 아파트 하나 가격이 오르면, 그 주변 아파트도 도미노처럼 주르륵 오르거든요. 고급 빌라엔 없는 ‘시세 연쇄 상승’이라는 매력이 있는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 이런 초고급 공동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대 수 제한을 조금 풀고, 대형 레지던스 단지를 만들어 아파트로 향하는 수요를 일부라도 받아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고급 아파트 수요가 과열되지 않고, 고급 레지던스 시장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겠죠.



부동산에 미친 나라

그리고 실제로 고급 레지던스 시장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보이는데요. 앞서 잠깐 언급했던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초고급 공동주택들은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적은 세대 수로 기획되고 그만큼 복지 수준이 작을 수밖에 없다고 했죠? 이게 겉으로 보기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런 취지가 아예 틀린 건 아니지만요. 이 제도엔 치명적인 함정이 있어요.


건설사들이 낮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팔고 싶지 않으니, 신규 고급 주택 공급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공급이 막히면, 돈이 어디로 갈까요? 이미 존재하는 고가 아파트들로 몰리겠죠. 결국 새로 짓는 고급 주택은 공급이 줄고, 기존 아파트만 더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럼 그 아파트들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요?


바로,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입니다. 공직자 재산공개를 보면 다른 자산은 몇 천만 원인 경우가 많지만, 부동산은 수십억 단위로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죠. 즉, 분양가 상한제가 겉으로는 서민 보호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자산가들만 보호해주는 제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산 가치는 결국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로 결정 되는 건데, 추가 공급이 막히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엔드 레지던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고자산가들의 수요를 돌려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레 줄면서 서서히 가격 하락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실현 불가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겠죠.


다만 확실한 건 암울한 우리 나라 부동산의 현실입니다. 국가 자체가 부동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정책도 자꾸 부동산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게 되는 거예요.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이런 뉴스도 나왔었죠.

펜디 | 펜디까사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각 언론사

서울시가 싱크홀 발생 위험이 있는 지역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 이유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이게 말이 될까요? 생명과 안전보다 부동산 가치가 더 중요한 나라가 된 겁니다.


그래서 오늘 드리고 싶은 질문은 평소와 조금 다른데요. 여러분들이 서울에 20억 대의 아파트를 소유 중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싱크홀 발생 위험 지역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나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중한 의견 댓글로 남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채널은 브랜딩 스튜디오 텔유어월드에서 운영 중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시는 분들,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은 아래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와 이메일 주소는 영상 더 보기 란에 첨부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콘텐츠 디렉터, 리오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