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TTER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5 | 볼캡

3d5533cec2adb.png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5 볼캡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텔러비님은 혹시 '볼캡 머리부분에 왜 이렇게 줄이 있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제가 평소에 모자 쓰는 걸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모자를 쓰고 출근했는데 괜히 냄새 한 번 맡았다가 짜증이 확 나서 이놈의 모자는 왜 이딴 식으로 생겼나? 궁금증이 생겼어요. 모자 디자인,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오클리

여러 사례를 조사해보니 대부분의 디자인에는 그에 맞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상당수가 '기술' 또는 '문화'였어요. 아, 기술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불편'을 해소하는 정도는 되고요. 그리고 문화는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죠. 그런데 우리 일상 속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디자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어떨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볼캡입니다.



야구모자

볼캡야구모자라고도 하죠. 근데 저는 이 말이 어렸을 땐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말이겠거니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실제로 베이스볼 캡(baseball cap)을 줄여서 볼캡이라고 했다는데… 아니 베캡도 아니고 풋볼, 발리볼, 배스킷볼 구기류 종목들은 다들 볼로 끝나는데 이걸 볼캡이라고 줄여버리면 어떻게 아느냔 말이에요. 아이고 갑자기 제가 흥분을 조금 해버렸는데, 아무튼. 음, 네.


이름 그대로 볼캡은 야구로부터 탄생합니다. 그러니까, 야구 없이는 탄생하지 않았을 디자인이라는 거예요.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서요. 당시 야구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때도 역시 야구선수들은 모자를 쓰고 있었죠.


그런데 이 당시만 하더라도요. 'hat'과 'cap'을 구분하지 않았어요. 아, 굳이 말하자면 'cap'이라는 형태가 없었기에 모든 모자가 'hat'이었죠.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시기 야구선수들은 'hat'을 쓰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US History Scene

그걸 가장 잘 보여줬던 팀이 바로 뉴욕 니커보커스였는데요. 1849년, 야구 유니폼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팀 모자도 맞췄어요. 그런데 보시면 다들 밀짚모자를 쓰고 있죠? 옷도 불편해 보이고요.


당연히 불편했던 선수들은 점점 더 하고 실용성 있는 옷차림을 찾게 돼요. 우선 모자가 변했습니다. 야구선수들이 모자를 쓰던 이유는 햇빛 때문에 생기는 눈부심 때문이었는데요. 밀짚모자처럼 360도나 되는 커다란 챙이 필요 없었죠. 그래서 1860년대 '브루클린 엑셀시어스'라는 아마추어 팀이 앞쪽으로만 긴 챙을 제작해 쓰기 시작한 게 현대 볼캡의 시초가 됐어요. 'cap'이 등장한 거죠.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Americal Civil War Forums

여기서 오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볼캡엔 왜 패널이 있냐는 문제 말이죠.


이 모자라는 게,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히 잘 벗겨졌단 말이에요? 특히 'hat' 형태의 모자들은 원래가 머리에 밀착시켜서 쓰는 게 아니라 '얹는' 느낌이라 벗겨지는 것에 대한 해결책이 목끈 정도였는데요.


새로 나온 'cap' 형태의 모자는 야구선수들이 쓰는 게 그 목적이었잖아요? 격하게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고, 달려서 슬라이딩을 해도 안 벗겨지는 모자가 필요했어요. 그러니까 사용자 머리에 딱 맞는 모자를 만들어야 했던 거예요.


그런데 기존 모자 만들듯이 윗부분을 이렇게 만들다 보면 아무래도 둥근 머리 두상에 핏하게 맞진 않았습니다.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핫트랙스

두상은 곡선 형태를 띠고 있으나, 평평한 원단은 자연스럽게 둥근 형태를 형성하지 못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주름이 생기고 뜨는 문제가 발생했죠. 특히 머리에 딱 맞는 모자를 만들기 위해 원단을 억지로 당기거나 접다 보면 원단 소비가 늘어나서 경제적이지도 못했고요. 무엇보다 머리에 밀착되지 않아 격렬한 움직임 중에는 쉽게 벗겨지기가 일쑤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패널 구조예요. 패널은 각각의 천 조각을 곡선 형태로 재단한 후 연결해서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인데요. 이 구조가 여러 디자인적 장점을 제공했거든요.


우선 인위적이더라도 둥근 형태가 형성되니 머리 곡선에 자연스레 밀착됐고요. 낭비되는 원단이 적어서 경제적이었습니다. 처음엔 보기 안 좋았던 봉제선들은 오히려 모자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줬고요.


그래서 연구 끝에 등장한 게 바로 여섯 개의 패널, 6패널 구조인데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좌우가 어느 정도 대칭하잖아요? 그래서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두고 모자의 윗부분, 크라운을 나눴습니다. 그래서 둘, 넷, 여섯, 여덟 짝수로 패널을 기획했는데요. 뭐, 네 조각으로 만들기엔 원형의 구현이 부족했고, 여덟 조각으로 만들기엔 과했다고 해요.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newfilmmaker

우선, 네 조각으로 만든 구조는 원형의 구현에 한계가 있었어요. 네 개의 패널로 머리를 감싸려면 각 조각의 크기가 커지게 되고, 머리의 곡률에 제대로 맞지 않아 모자가 뜨거나 밀착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접합선도 적어서 전체적인 핏감이 불안정해졌고요.


반대로 여덟 조각으로 구성된 구조는 과도하게 세분화되어 만들기가 복잡했어요. 선이 많아 곡선을 세밀하게 구현할 수는 있었지만, 제작 과정부터 비용까지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형의 두상에 밀착시키기엔 훌륭했지만 제작 효율성에 비해 실질적인 이점이 크지 않았어요.


결국, 여섯 조각으로 구성된 6패널 구조가 가장 이상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육각형은 자연에서 안정성과 효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도형이란 말이죠? 머리의 곡선을 표현하는 데도 적합했습니다. 6패널은 조각의 크기와 접합선의 분포가 균형을 이루어 머리 곡면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동시에 제작하기에도 괜찮았고요. 접합선이 균등하게 분포되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착용감 또한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볼캡이라고 하면 대부분 6개의 패널로 이루어져 있고, 볼캡의 근본이라고 하면 6패널 볼캡인 거죠.



다양한 패널 캡

자, 그럼 바로 이어지는 문제, 볼캡 정수리에는 꼭 이런 단추가 있는데요. 탑버튼이라고 합니다. 이건 뭘 의도한 디자인일까요?


사실 좀 싱거운데요.


볼캡을 처음 만들던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당시만 해도 봉제 기술은 수작업에서 기계 봉제로 넘어가는 그 과도기에 있었습니다. 손이 더 정확하냐 기계가 더 정확하냐 싸우고 있을 때라는 거죠. 그러니까 봉제 기술이 지금만큼 정교하게 자리하지 않았습니다.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

즉 당시 사용된 실과 바늘, 기계의 정밀도가 낮았기 때문에, 봉제선이 만나는 중심 부분은 특히 약한 지점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봉제 중심에 보강과 장식을 겸한 단추 형태의 '버튼'을 추가하게 된 거예요. 심미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게요.

볼캡 | 디자인 | 일상의 것들 | 텔유레터 | 텔유

ⓒSSG

봉제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한 지금은 그래서 이런 탑버튼이 없어도 충분히 모자 생산이 가능하지만요. 일종의 아이덴티티라고 할까요? 없으면 괜히 서운한 느낌도 들고, 생산하는 브랜드들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굳이 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쓰고 있는 모자에는 탑버튼이 달려 있나요? 그리고 그 모자는 패널이 몇 개인가요?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볼캡 디자인, 아마 육안 상 보이는 그 패션 디자인 말고는 생각해본 적 없으실 텐데요.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 콘텐츠 디렉터 리오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