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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38 | 시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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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38

혹시, 아침 식사 하시나요? 요즘 들어 아침 거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옛날엔 ‘한국인은 밥심’이라면서 꼭 국에 계란 후라이까지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케이스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아침 10분은 오후 1시간과 같다고 했나요. 아무튼 워낙 바쁘다 보니 아침 식사가 최근엔 사라지는 추세죠.


그래서 동시에 떠오르는 식습관 문화가 있습니다. ‘시리얼’인데요. 이미 관리 좀 한다는 연예인들부터 인플루언서들은 그래놀라를 쌓아 놓고 먹는다고 하고요. 최근 저속 노화 트렌드나 웰니스 뭐 이런 유행에도 건강식 시리얼이 대세라고 합니다.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게, 최근에 오리온에서 중국 시리얼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중국 시장에서 시리얼의 그 규모가요. 무려 2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갈수록 요리해 먹을 시간은 부족하고 동시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제품을 찾는 모양새죠.


그런데, 지금 유행하는 이 시리얼들, 대부분 ‘그래놀라’ 제품들이잖아요?


아마 지금 ‘시리얼’ 했을 때 그래놀라 딱 떠오르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시리얼은 누가 뭐래도 콘푸로스트첵스초코 이런 녀석들이 생각난단 말이죠. 그래서 원래는 호랑이 기운 솟아나는 그 켈로그 제품들이 훨씬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추세가 역전된 거예요. 최근 유행하는 ‘그래놀라’. 대부분 이 사자네 제품입니다. 옛날엔 맛없다고 외면받던 사자가 건강식으로 다시 대결 구도를 펼치고 있는 거죠.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에선 포스트가 ‘압도적 업계 1위’였던 켈로그를 위협하는 모습도 꽤나 보여주는데요.


포스트, 사실 켈로그 제품을 베껴서 먼저 출시해 버린 브랜드라고 합니다. 켈로그는 사실 성욕을 억제하려고 만든 한 의사의 발명품이고요.

오늘 주제는 시리얼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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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k8WLst43A8Q&pp=ygUJ7IS466qo67iM


켈로그와 포스트

‘식욕이나 성욕 자체가 질병을 부른다’. 19세기 말 시리얼이 탄생하던 시기 미국에서의 인식입니다. 당시엔 식습관과 건강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요. 이런 생각에서 탄생한 게 시리얼이었어요.



켈로그

시리얼의 시작은 켈로그였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시리얼 향기 나는 존 하비 켈로그. 영양, 의학박사였는데요. 미시간주에서 배틀크릭이라는 요양소를 운영했어요. 요즘 소위 이단이라 불리는 재림 교,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의 신자였는데, 그 신념에 따라 자연 요법과 건강식 실험을 지속했죠.

배틀크릭 요양원 | 켈로그 | 포스트 | 텔유레터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 세모브 | 텔유

ⓒmedical heritage library

그런데 존 하비 켈로그가 목표로 삼은 건 단순 건강식이 아니었어요. 소화도 잘되고,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무려 환자들의 ‘성욕’을 억제하는 음식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성욕이 질병을 부른다고 생각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달까요. 아무튼 그래서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재료가 곡물이었고, 그중에서 옥수수로 반죽을 만들어 연구했는데요. 반죽을 해놓고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반죽이 다 말라비틀어져 딱딱해졌고, 부서졌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많은 반죽을 버릴 수는 없으니, 그대로 살려보려 하는데요. 그렇게 탄생한 게 시리얼의 초기 형태 콘플레이크였어요. 이 콘플레이크는 요양원 환자들에게 아주 인기를 끌며 배틀크릭 요양원의 대표 식단으로 자리하게 돼요.



포스트

그리고 여기서 포스트가 등장하는데요. 켈로그가 운영하던 그 배틀크릭 요양원의 환자였습니다. 과도한 사업 실패와 스트레스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켈로그 박사의 콘플레이크를 먹고 건강을 회복하죠.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거 된다’고요.

그 길로 요양원을 퇴원한 포스트는 곧바로 똑같은 요양원을 차리고, 콘플레이크를 상업화시켰어요. 혁신을 개발하기보단 ‘모방’에 집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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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그래서 포스트는 배틀크릭 요양원에서의 경험을 모조리 따라해요. 사업 전략 자체가 철저히 켈로그를 모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리얼 제품을 제작하고, 켈로그가 제공하던 커피 대용 음료까지 그대로 따라 했죠.


다만, 포스트가 켈로그보다 더 뛰어난 점이 있었다면 바로 ‘마케팅’이었습니다. 포스트는 신문과 잡지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시리얼을 단순히 건강식이 아니라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아침 식사로 포지셔닝했어요. 그래서 켈로그가 요양원 급식으로 머물러 있을 때 포스트는 이미 미국 곳곳에 ‘시리얼’이라는 키워드를 퍼뜨리고 있던 거죠.



켈로그

같은 시기, 켈로그에서는 내부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형과 함께 요양원을 운영하던 윌 키스 켈로그는 콘플레이크를 상업화 시키고 싶었거든요. 동생의 주장은 달콤한 맛의 콘플레이크가 대중적인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반대로 형은 건강을 위해 만든 제품이니 달게 만드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고요.


그래서 1906년, 윌 키스 켈로그는 따로 독립해서 배틀크릭 토스티드 콘플레이크 컴퍼니(Battle Creek Toasted Corn Flake Company)를 설립했고, 시리얼 사업을 본격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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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oo

동시에, 포스트의 사업 성공을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윌 키스 켈로그 역시 마케팅에 큰 비중을 싣습니다. 가족, 건강을 강조한 광고를 만드는가 하면 신문과 잡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갔죠.



시리얼이 미국에 미친 영향

그렇게 두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서며 미국은 시리얼의 맛에 푹 빠지게 돼요.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단 말이죠? 직업을 갖게 되면서 가사 노동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 여성들에게 간편하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아침 식사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시리얼이 등장하기 전 미국 가정에서는 아침 식사가 상당히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었다고 해요. 빵, 계란, 베이컨, 감자 등 전통적인 아침 메뉴를 준비하려면 주방에서 장작불을 피워야 했고 조리해야 할 것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시리얼이 등장하고 나서 그냥 그릇에 부어 담고 우유만 넣어주면 되는 간편한 식단이 생기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심지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까요. 이런 문화로 인해 시리얼이 지금까지 ‘아침’에 소비하는 제품이 된 거예요.



한국에서의 시리얼

그리고 한국으로 와서요. 시리얼이 처음 한국에 등장한 건 1950년대 주한미군을 통해서였습니다. 미국에서 온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시리얼을 아침 식사의 필수품으로 여겼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시리얼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는데요. 그래서 주한미군들은 현지에서 시리얼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했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미군 부대 내 PX에서 시리얼을 소량 공급하기 시작한 게 그 시작이죠.


그래서 시리얼은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만 소비하는 제품이었으니 한국에선 아직 생소했습니다. 일부 고급 아파트 단지나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가끔 보이는 제품인지라 ‘특별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했죠.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그저 먹고사는 것 자체가 어렵던 시절이라 시리얼과 같은 음식은 너무 멀리 있는 개념이었고요. 그래서 1980년대 들어서야 한국 경제가 자리잡히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시리얼의 도입이 이루어졌습니다.


1981년, 농심과 켈로그의 합작투자 계약이 이뤄지고 한국에서 최초로 콘플레이크 시리얼이 생산되기 시작해요. 기존 외국인들만 먹던 음식이라는 특별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공격적인 마케팅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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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특히 1980년대 후반에 방영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라는 켈로그 콘푸로스트 광고가 한국에서 시리얼을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아마 이걸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 같은데, 그만큼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보면 되겠죠?


그리고 농심이 켈로그와 계약하고부터 3년이 흘러 1984년, 포스트도 한국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에선 맥심으로 유명한 동서식품이 포스트와 합작해서 한국에 들여온 거죠. 다만 켈로그보다 몇 년 늦게 시장에 들어오면서 이미 강력한 선점을 이뤄낸 켈로그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당시 포스트는 ‘콘푸라이트’라는 제품명을 사용했는데, 이미 콘푸로스트를 맛본 한국에선 콘푸라이트가 아류라고 인식됐죠.



사자가 호랑이를 이기고 있다

그래서 포스트는 업계 만년 2위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최근 판도가 뒤집혔어요. 사자가 호랑이를 물고 할퀴는 중입니다.


최근 웰니스, 헬스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시리얼 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어요. 과거의 시리얼이 간편한 식사와 동시에 ‘맛있는 간식’, ‘과자’로 인식됐다면 앞으로는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변화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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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뉴스룸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모든 식품 시장에 큰 영향이 갔는데요. 시리얼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죠. 소비자들은 설탕 함량이 높은 기존의 시리얼보다 곡물, 견과류, 말린 과일 등 자연에 가까운 재료로 만들어진 건강식 시리얼을 찾게 됐으니까요.


실제로 첵스초코 같은 달콤한 시리얼 광고가 주를 이루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시리얼 광고 시장은 그래놀라, 스페셜K 등의 건강식 시리얼들이 꽉 쥐고 있단 말이죠? 2020년대 들어서는 아예 시리얼 브랜드 점유율에서 포스트 그래놀라가 13%를 기록하며 첵스초코를 넘고 1위에 안착했을 정도로요. 심지어 포스트 그래놀라는 2022년부터 국내 그래놀라 시장 점유율을 55%나 기록할 정도로 업계에 단단히 못 박아 놓은 수준입니다.


아무튼 이런 그래놀라 같은 건강식 분야에선 포스트가 켈로그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막말로, 옛날에 브랜드가 처음 탄생할 때부터 포스트는 요양원에서의 모든걸 모방해서 건강한 시리얼을 만들었는데 켈로그는 형 말 안 듣고 설탕을 넣어 맛있는 시리얼을 만든 거잖아요? 그래서 서로가 가지고 있던 강점이 달랐는데, 이번 ‘건강’ 트렌드에선 포스트가 한발 앞서 나가는 거예요.



앞으로 판도는?

그럼, 포스트는 현재 상승세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켈로그는 다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걸 해야 할까요?

그 해답은 아마 미래 먹거리와 함께하는 연구 개발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 식량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시리얼은 아마 그 선두에 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곤충 단백질, 대체육, 해조류와 같은 지속 가능한 재료들이 주목받고 있는 현재, 이러한 재료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시리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고 가공하는 데 유연한 시리얼의 특성상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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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

곤충 먹는다고 생각하면 좀 징그럽긴 한데… 아무튼 앞으로도 건강 키워드는 여전할 것 같아요.

이런 점을 보면, 시리얼을 맨 처음 만든 존 하비 켈로그의 ‘건강’을 중시하겠다는 생각이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 사업, 브랜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초기에 그 기반을 잘 다져놓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으로, 다시 여쭤볼게요. 혹시 아침 식사 하시나요? 어제도 오늘도 거르진 않으셨나요? 아침식사를 챙기는 게 몸에 좋다고 하니 시리얼이라도 꼭 챙겨 드시길 바라면서요.


여러분은 어떤 시리얼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시리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즐거우셨다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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