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6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동전은 왜 원형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이젠 잘 안 쓰지만 어릴 적 까까 사먹을 때 필수로 들고 다니던 일명 짤짤이 ‘동전’. 지폐는 지갑에 쏙 들어가지만 동전 지갑이 따로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머니가 묵직~해지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다 종이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동전은 왜 금속일까요? 그리고 왜 하필 원형일까요? 마지막으로 왜 모든 동전에는 위인, 대통령 등의 인물이 디자인 되어 있을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동전입니다.
왜 인물 디자인이 들어갈까?
평평하고 동그란 지금의 동전.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어요. 애초에 화폐라는 요소가 정립되기 전엔 물물교환부터 시작해서 조개껍데기나 예쁜 돌멩이 등을 이용해서 경제 거래가 이뤄졌죠. 그런데 이게 조개껍데기를 더 좋은 거라고 하는지, 돌멩이를 더 좋은 거라고 하는지 동네마다 다른 거예요. 이게 우리동네 사람들끼리 거래할 땐 상관 없었는데, 점점 마을이 커지고 옆 동네 사람들이랑 거래를 트기 시작하니 매번 분쟁도 심해지고 헷갈리고 문제가 빈번했어요. 심지어 왕국이 건립됐을 때까지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죠.
그래서 왕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원전 7세기, 소아시아 리디아의 왕 알리아테스 2세가 동전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리디아는 금과 은이 풍부한 지역이었거든요. 그래서 금과 은이 섞인 특수한 금속(이걸 전자라고 합니다)을 사용해서, 크기와 무게가 똑같은 작은 금속 조각을 만들고 거기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겼죠. 최초의 동전이 탄생한 거예요.

ⓒ위키백과
당시에 새겼던 그림은 대부분 사자나 황소 같은 동물의 형상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돈에 웬 동물을?’ 싶으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 동물들이 당시 왕국의 상징이자 권력을 나타내는 의미를 지녔다고 해요. 이게 기존의 화폐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그림이 새겨져 있는 동전은 국가에서 그 가치를 보장해줬기 때문이죠.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요? 이 문화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 화폐 디자인에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로화,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의 일부 화폐를 제외하면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화폐에는 인물이 디자인 되어 있어요. 역사적 인물이나 위인 또는 대통령을 화폐에 새겨 넣죠. 이 디자인들이 모두 리디아 왕국에서 탄생한 첫 화폐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대 동전에 인물 디자인이 들어가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리디아 왕국의 이유처럼 권위, 신뢰의 상징으로 국가가 보증한다는 의미가 첫째고, 지속적인 프로파간다 효과를 보고자 하는 게 둘째예요. 화폐는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니 일상적 반복 속에 끊임없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거죠. 특히나 독재정권에서는 이런 목적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죠.
- 프로파간다: 어떤 이념이나 사고방식 등을 홍보하거나 설득함, 또는 그러한 것들을 주입식 교육을 통해 어느 하나의 철칙으로 여기는 것.
그리고 그 다음. 사실 이게 현대 화폐에선 진짜 이유가 될 텐데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시각적 복잡성’을 활용하는 거예요. 도안에 들어가는 인물을 보면 약간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가 있죠? 이런 디자인적 요소가 얼굴의 입체감을 더 잘 살려서 위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위키백과
그럼 인물이 없으면 위조가 쉽냐? 비교적 그렇다고 해요. 인물에 비해 풍경은 디테일이 복잡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칭적이지 않고 입체감이 덜해 위조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인물이 들어가지 않는 유로화가 위조지폐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합니다.
지폐는 종이, 동전은 금속인 이유
그리고 동그란 원형 디자인. 이 디자인은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동전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자리 잡혔어요. 어떻게 보면 동전이 원형인 이유와, 굳이 지폐가 아닌 금속으로 동전을 만든 이유가 겹친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생각해보면,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도 있을 정도로 온 세상이 네모 천지인데 유독 이 동전만 동그랗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원가가 올랐네 자재가 비싸네 하는데 굳이 종이보다 비싼 금속으로 동전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가지 않나요?

ⓒ플래시게임 천국
두 질문에 모두 대답이 되는 이유가 바로 ‘자주 사용해서’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카드를 많이 사용하지 않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금액대는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버스를 탈 때도, 자판기를 이용할 때도 비교적 적은 금액을 소비했단 말이죠. 그래서 그 적은 비용을 담당하는 화폐는 많은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화폐의 이동 빈도가 잦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지폐로 만들면 잘 찢어지겠죠? 화폐 가치가 낮은 금액대의 지폐라면 더더욱 험하게 다뤄질 거고요. 훼손률도 높을 겁니다. 그래서 생산 단가는 금속이 더 높더라도, 금속으로 동전을 만드는 게 경제적이라는 거죠.
동 to the 그 to the 라미
동시에 자주 사용하게 되니 다각형 디자인은 실용성이 떨어졌습니다. 금새 마모되면서 가치가 훼손됐거든요. 각이 살아 있으면 찔리기도 하면서 불편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초기의 동전들이 마모되고, 마모되다 보니 결국 남은 건 원형 뿐…. 이라면서 자연스럽게 원형 디자인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일보
그리고 원형의 특별한 장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원형은 동일한 둘레를 가진 도형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같은 양의 금속으로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형태가 원형인 거죠.
외에도 원형은 금속을 균일하게 압축하기도 쉬운 형태로, 금속 주조와 압인 공정이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도형이라고 하고요. 금형에 가해지는 압력도 고르게 분산시켜 금형 자체의 마모와 손상을 줄이고, 이게 자연스럽게 금형 교체 주기를 길어지게 해서 유지비수 비용도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죠.
- 압인(coining): 강철판과 같은 재료를 밀폐된 금형 안으로 강하게 눌러 금형과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가공 방식이다.

ⓒ코리아스탬프
그러고 보면 원형인 이유, 금속인 이유 대부분이 다 돈 때문인 것 같아요. 하긴 돈의 존재 이유가 뭐겠어요. 누가 뭐래도 ‘경제’인데, 제일 경제적인 형태로 만들어야겠죠?
동전이 무시당하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경제 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화폐라는 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동전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진 않잖아요? 관심을 자주 주지 않는 녀석인데, 오늘 내용이 새로운 시야 장착에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
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6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동전은 왜 원형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디자인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이젠 잘 안 쓰지만 어릴 적 까까 사먹을 때 필수로 들고 다니던 일명 짤짤이 ‘동전’. 지폐는 지갑에 쏙 들어가지만 동전 지갑이 따로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머니가 묵직~해지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다 종이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동전은 왜 금속일까요? 그리고 왜 하필 원형일까요? 마지막으로 왜 모든 동전에는 위인, 대통령 등의 인물이 디자인 되어 있을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동전입니다.
왜 인물 디자인이 들어갈까?
평평하고 동그란 지금의 동전.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어요. 애초에 화폐라는 요소가 정립되기 전엔 물물교환부터 시작해서 조개껍데기나 예쁜 돌멩이 등을 이용해서 경제 거래가 이뤄졌죠. 그런데 이게 조개껍데기를 더 좋은 거라고 하는지, 돌멩이를 더 좋은 거라고 하는지 동네마다 다른 거예요. 이게 우리동네 사람들끼리 거래할 땐 상관 없었는데, 점점 마을이 커지고 옆 동네 사람들이랑 거래를 트기 시작하니 매번 분쟁도 심해지고 헷갈리고 문제가 빈번했어요. 심지어 왕국이 건립됐을 때까지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죠.
그래서 왕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원전 7세기, 소아시아 리디아의 왕 알리아테스 2세가 동전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리디아는 금과 은이 풍부한 지역이었거든요. 그래서 금과 은이 섞인 특수한 금속(이걸 전자라고 합니다)을 사용해서, 크기와 무게가 똑같은 작은 금속 조각을 만들고 거기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겼죠. 최초의 동전이 탄생한 거예요.
ⓒ위키백과
당시에 새겼던 그림은 대부분 사자나 황소 같은 동물의 형상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돈에 웬 동물을?’ 싶으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 동물들이 당시 왕국의 상징이자 권력을 나타내는 의미를 지녔다고 해요. 이게 기존의 화폐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그림이 새겨져 있는 동전은 국가에서 그 가치를 보장해줬기 때문이죠.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요? 이 문화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 화폐 디자인에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로화,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의 일부 화폐를 제외하면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화폐에는 인물이 디자인 되어 있어요. 역사적 인물이나 위인 또는 대통령을 화폐에 새겨 넣죠. 이 디자인들이 모두 리디아 왕국에서 탄생한 첫 화폐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현대 동전에 인물 디자인이 들어가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리디아 왕국의 이유처럼 권위, 신뢰의 상징으로 국가가 보증한다는 의미가 첫째고, 지속적인 프로파간다 효과를 보고자 하는 게 둘째예요. 화폐는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니 일상적 반복 속에 끊임없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거죠. 특히나 독재정권에서는 이런 목적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고 있죠.
그리고 그 다음. 사실 이게 현대 화폐에선 진짜 이유가 될 텐데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시각적 복잡성’을 활용하는 거예요. 도안에 들어가는 인물을 보면 약간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가 있죠? 이런 디자인적 요소가 얼굴의 입체감을 더 잘 살려서 위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위키백과
그럼 인물이 없으면 위조가 쉽냐? 비교적 그렇다고 해요. 인물에 비해 풍경은 디테일이 복잡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칭적이지 않고 입체감이 덜해 위조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인물이 들어가지 않는 유로화가 위조지폐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합니다.
지폐는 종이, 동전은 금속인 이유
그리고 동그란 원형 디자인. 이 디자인은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동전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자리 잡혔어요. 어떻게 보면 동전이 원형인 이유와, 굳이 지폐가 아닌 금속으로 동전을 만든 이유가 겹친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생각해보면,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도 있을 정도로 온 세상이 네모 천지인데 유독 이 동전만 동그랗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원가가 올랐네 자재가 비싸네 하는데 굳이 종이보다 비싼 금속으로 동전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가지 않나요?
ⓒ플래시게임 천국
두 질문에 모두 대답이 되는 이유가 바로 ‘자주 사용해서’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카드를 많이 사용하지 않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금액대는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버스를 탈 때도, 자판기를 이용할 때도 비교적 적은 금액을 소비했단 말이죠. 그래서 그 적은 비용을 담당하는 화폐는 많은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화폐의 이동 빈도가 잦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지폐로 만들면 잘 찢어지겠죠? 화폐 가치가 낮은 금액대의 지폐라면 더더욱 험하게 다뤄질 거고요. 훼손률도 높을 겁니다. 그래서 생산 단가는 금속이 더 높더라도, 금속으로 동전을 만드는 게 경제적이라는 거죠.
동 to the 그 to the 라미
동시에 자주 사용하게 되니 다각형 디자인은 실용성이 떨어졌습니다. 금새 마모되면서 가치가 훼손됐거든요. 각이 살아 있으면 찔리기도 하면서 불편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초기의 동전들이 마모되고, 마모되다 보니 결국 남은 건 원형 뿐…. 이라면서 자연스럽게 원형 디자인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일보
그리고 원형의 특별한 장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원형은 동일한 둘레를 가진 도형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같은 양의 금속으로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형태가 원형인 거죠.
외에도 원형은 금속을 균일하게 압축하기도 쉬운 형태로, 금속 주조와 압인 공정이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도형이라고 하고요. 금형에 가해지는 압력도 고르게 분산시켜 금형 자체의 마모와 손상을 줄이고, 이게 자연스럽게 금형 교체 주기를 길어지게 해서 유지비수 비용도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죠.
ⓒ코리아스탬프
그러고 보면 원형인 이유, 금속인 이유 대부분이 다 돈 때문인 것 같아요. 하긴 돈의 존재 이유가 뭐겠어요. 누가 뭐래도 ‘경제’인데, 제일 경제적인 형태로 만들어야겠죠?
동전이 무시당하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경제 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화폐라는 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동전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진 않잖아요? 관심을 자주 주지 않는 녀석인데, 오늘 내용이 새로운 시야 장착에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