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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9 숫자 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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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 | 텔유 레터 #49

안녕하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입니다.

혹시 ‘전화 다이얼 번호판이랑 계산기 숫자판 배열이 왜 반대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이런 일상 속 궁금증이 많은 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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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저는 수학을 참 못해요. 그래서 간단한 계산도 다 계산기를 이용하는데요. 오늘 오랜만에 계산 좀 할 일이 있어서 계산기를 켰단 말이에요? 그런데 아니, 뭔가 불편한 거예요. 보아하니 이 숫자 패드, 제가 평소에 누르던 그 배열이 아니었어요. 전화번호를 누를 때나, 인증번호를 누를 때나 1이 위에 있는 숫자판이 익숙한데 계산기는 역순이더라고요. 평소엔 신경 안 쓰던 부분인데, 갑자기 불편함을 느껴서 궁금해졌습니다. 전화기와 계산기의 숫자 패드는 왜 역순일까요?


일상에서 디자인 감각 쉽게 기르는 시야 훈련법 <일상의 것들>

오늘 주제는 숫자 패드입니다.



숫자 패드 1 : 계산기

계산기와 전화기. 당연히 먼저 탄생한 건 계산기였어요. 그러니까 계산기가 전화기의 역순이 아니라, 전화기가 계산기 숫자패드의 역순인 거죠.


그러니까 숫자 패드의 원조, 계산기의 기원은 금전등록기였습니다. Cash register라고 하는데, 편의점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돈통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금전등록기는 1879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튼시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남자 제임스 리티가 만들었어요. 장사가 점점 잘 되고 매출이 느는 게 분명한데,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였거든요. 그래서 조사해보니 바텐더 직원이 몰래 돈을 횡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계산을 위해 Incorruptible Cashier라는 포스기를 만든 거죠. 이때까진 우리 쿼티 키보드 위에 있는 숫자 패드처럼 일렬로 나란히 자리한 숫자 버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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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erican Table

그리고 산업화가 시작되며, 금융 시장에는 기존 계산에 사용되던 주판보다 더 빠른 도구가 필요했는데요. 당시만 하더라도 일반인들은 계산과 거리가 멀었기에 숫자를 세는 건 금융 시장에서의 역할이었거든요. 그래서 선드스트랜드(Sundstrand)라는 회사가 최초로 현대식 계산기를 만들게 됩니다. 계산기의 탄생에는 ‘화폐 거래’의 특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숫자를 셀 때 십진법을 사용하고, 화폐는 대부분 맨 뒷자리가 ‘0’으로 끝나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계산 식에는 0을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즉,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버튼이 0이었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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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Calculators

그래서 0을 손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시키려고 하는데요. 계산기는 마우스처럼 손바닥 밑에 두고 쓰는 게 아니라 손가락 위쪽에 놓고 쓰는 제품이란 말이죠? 그래서 손가락과 가장 가까운 기기의 최하단에 0이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위로 123456789 순으로 위치하게 된 거죠.



숫자 패드 2 : 전화기

그리고 숫자패드계의 이단아 전화기. 전화기는 사실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죠. 아마 대부분 장식품 용도로만 보셨을 것 같은데, 다이얼식이라고 하죠? 지금의 형태를 버튼식이라고 하고, 그 전에 사용되던 모습은 다이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이얼식 전화기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 배열은 숫자판을 돌리면 스프링 장치에 의해 원위치로 회전하면서 그 접점을 건드려 신호를 발생시키는 방식이었는데요. 그 신호가 수화기 넘어 소리로 들렸어요. 1을 입력하면 삐 소리가 한 번, 9를 입력하면 삐 소리가 9번 울리는 식으로요. 그럼 이런 방식에서는 0을 인식시킬 수가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0 대신 10으로 인식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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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ay

뭐 그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요. 이 다이얼식 전화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화 한 번 하기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숫자 하나 입력할 때마다 다이얼을 한 바퀴 씩 돌리는가, 하면 어디까지 입력했나 까먹는 경우도 많았고요. 한 바퀴를 완전히 못 돌려서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버튼식을 고안하게 되는데요. 이 변화, 1960년대 초 벨 연구소에서 숫자를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버튼식 전화기의 사용과 디자인에 대한 인적 요소 공학 연구’를 시작했어요.


주요 내용은 버튼 배열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이 연구의 주도자 R.L.다이닝거(Deininger)는 다양한 형태의 숫자 버튼 배열을 고안해서 여섯 팀의 실험 참여자 그룹에게 사용 시켜봤는데요. 숫자 배치 순서, 행, 열 등 다양한 구성으로 말이죠. 그래서 실험 참여자들은 각 배열을 사용해서 숫자를 입력하고, 연구팀은 속도와 정확도 등을 체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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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F

그렇게 각 그룹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고, 입력 속도가 빠른 배열이 3x3배열, 2열 가로형, 2열 세로형이었습니다. 모두 1이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작하는 형태였고요. 그리고 이 셋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의외로 2열 가로형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는 3x3형태잖아요? 그건 바로 벨 연구소가 실험 결과와 달리 3x3배열을 선택했기 때문인데요. 최종 결정에 앞서 선택을 좌지우지한 건 바로 전화기 기기 자체의 디자인 문제였습니다. 2열 형태의 가로형이나 세로형은 공간적 차지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이렇게 계산기와는 반대되는 전화기의 숫자 패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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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 System Memorial

그럼 마지막으로, 이런 방식이면 왜 전화기에는 0을 맨 처음에 두지 않았냐는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싱겁게도 다이얼 형태일 때부터 0이 9 다음 마지막에 위치했기 때문에 다이닝거가 고안한 시안들 모두 0이 마지막에 붙어 있다는 주장이 유력해요.


혹시 저 말고도 전화기와 계산기의 숫자 패드가 달라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이 있을까요? 한 단어를 계속 말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게슈탈트 붕괴라고 하듯이요. 그 심리학적 원리는 다르겠지만 아무튼 뭔가 혼란이 느껴졌는데 저 같은 분들이 또 계신지 궁금합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내용이 되셨다면 정말 좋겠네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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