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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33 몽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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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33 몽클레르


"어른들의 비교 문화가 아직 정서가 자리 잡히기 전인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게 또 악순환으로 저출생 원인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하고요."


혹시, 겨울옷 준비하셨나요? 주로 어떤 거 입으세요? 롱패딩? 숏패딩? 아니면 얼어 죽어도 코트목도리?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추위에 약해서 코트에는 손이 잘 안 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자꾸 겨울 아우터에 눈이 회까닥 돌아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 패딩을 많이 입나?’ 하고 둘러보다가 느낀 게 있습니다. 애들이고 어른이고 할 거 없이, 아니 특히 어린이들이 유독 몽클레어 패딩을 많이 입더라고요.


그런데 몽클레어 패딩이 예쁘긴 예쁜데, 제가 노스페이스 등골브레이커 세대라 그런지 납득이 잘 안됐습니다. 그 당시에도 히말라야 윗급, 소위 ‘신계’ 브랜드에 놓던 게 캐나다구스랑 몽클레어였거든요. 15년 전쯤 그 노스페이스가 유행할 때는 값이 비싸서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나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 당시 노스페이스에서 제일 비싼 라인이었던 히말라야가 대략 70만 원 정도 했었어요. 요즘 많이 보이는 몽클레어 키즈라인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 기준 거의 100백만 원이 시작이고요. 헛웃음이 나오는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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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cler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애들 입히기엔 너무 비싸요. 몽클레어 같은 명품 패딩을 한창 쑥쑥 크는 애들한테 입힌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죠. 돈 좀 버시는 분들이 듣기엔 웬 헛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실제로 어린 나이에 명품, 비교 뭐 이런 걸 알아버리는 바람에 생기는 사회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다룰 이 브랜드가 이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실 정식 명칭은 몽클레어가 아니라 ‘몽클레르’라고 해요. 오늘 주제는 몽클레르입니다.


글에 앞서,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재미있는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652bb75d46ad6.jpghttps://www.youtube.com/watch?v=KkllpM76WWQ


패딩은 침낭을 찢고

몽클레르, 시작부터 럭셔리한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패딩 브랜드도 아니었고요. 사업가인 르네 라미용이 친구 안드레 뱅상과 함께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서 1952년 창립한, 텐트와 침낭 브랜드였죠. 브랜드 이름은 사업을 시작한 그르노블 근처의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르몽’이라는 지역의 앞 글자를 따서 몽클레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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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Advisor

그리고 텐트와 침낭을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했잖아요? 당시 전쟁 직후 빈곤했던 서민층의 저렴한 여가 생활로 캠핑이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스레 가성비 좋은 저렴한 제품들로 판매 라인업이 구성됐는데요. 몽클레르는 이렇게 가성비 텐트 침낭 브랜드에서 럭셔리 패딩 브랜드가 되기까지 두 번 변신합니다.


첫 번째 변신. 먼저 패딩 브랜드가 돼야겠죠? 설립 2년 차, 몽클레르에 한 산악인이 찾아옵니다. ‘리오넬 테라이’라는 인물인데요. 그는 대뜸 ‘너희 직원들 작업복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도 똑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입던 작업복은 사실 침낭을 개조해서 만든 자켓이었거든요. 회사 자체적으로 만든 자켓이지 팔던 제품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렇게, 최초의 퀼팅다운 패딩이 탄생합니다.


라는 내용이 유명하지만… 이건 사실이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내용 자체가 거짓이라는 게 아니라 ‘최초’는 아니었거든요. 먼저 퀼팅은 ‘두 옷감 사이에 충전재를 넣고 박음질해서’ 옷을 만드는 기법인데요. 패딩에 있는 그 ‘팩’들 있죠? 한마디로 그 남성분들 군대에서 접하셨을 깔깔이 같은 옷을 두고 퀼팅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법은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누비옷’, ‘누빔’이라면서 솜을 넣어 많이들 지어입던 방식이거든요.


그러면 퀼팅 ‘다운’. 그러니까 “같은 퀼팅이라도 그 안에 거위나 오리털 충전재를 넣은 게 처음인 거 아니냐?"라고 하신다면 그마저도 1936년에 에디 바우어(eddie bauer)라는 사람이 ‘스카이라이너 다운 자켓’이라며 선보였던 옷이 있었고요. 즉, 몽클레르는 퀼팅 다운 패딩을 처음 만들었다고 하기보단, 이 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최초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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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IE BAUER

퀼팅 다운 패딩, 이하 그냥 ‘패딩’이라고 통일할게요. 아무튼 이때부터 이 패딩이란 게 등장하니 당연히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산악인부터 일반인들까지 너무 따뜻하고 가볍고 편하니까요. 당시 가장 어렵다고 여긴 ‘K2’ 등반에도, 알래스카 등반에도, 그리고 1968년 프랑스 그로노블 동계 올림픽 땐 프랑스 스키팀 공식 유니폼으로도 몽클레르가 함께합니다.


심지어 80년대 들어서는 샹탈 토마스(Chantal Thomas)라는 디자이너가 합류해서 지금의 몽클레르를 있게 한 통통 튀는 스타일을 입혔는데, 이게 이탈리아의 ‘파니나리’라 불리는 영앤리치 집단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려요. 그렇게 이탈리아를 접수한 몽클레르는 ‘행복하게 부자가 되며 잘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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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끝나면 좋았겠지만요. 세상만사가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습니다. 녹록지 않죠. 몽클레르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요. 바로 ‘방수’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이키, 노스페이스와 같이 정말 ‘기능성’에 집중한 패딩들이 줄줄이 출시되기 시작해요. 그야말로 비상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아까 말했던 두 번의 변신 중 첫 번째의 이야기입니다.



얘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브랜드가 아닌데

그렇게 쇠퇴의 길을 걷게 된 몽클레르는 두 번째 변신을 시도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패딩 브랜드. 잘 쳐줘서 ‘멋쟁이 패딩 브랜드’였다면, 이제 ‘명품’ 패딩 브랜드로 발돋움한 거죠.


자 그럼 두 번째 변신.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레모 루피니’인데요. 지금의 CEO인 사람이요. 레모 루피니는 아까 그 파니나리들이랑 같은 세대로 자란 이탈리아 청년이었는데요. 아버지 회사에서 일도 해보고 자기 사업도 해보다가 나중엔 컨설턴트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때 맡은 회사가 몽클레르였는데 망해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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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cler

그래서 루피니는 아예 몽클레르 브랜드를 통째로 사버립니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15년 전 노스페이스 신화를 보고 자란 남자가 커서 노스페이스 컨설턴트가 됐는데 망해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남자는 노스페이스의 그 전성기, 고점을 봤잖아요? 그러니까 ‘이거 분명히 살릴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 거죠.


루피니는 몽클레르를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부자들의 문화를 공략하죠. 당시 부자들은 스키를 즐겼는데요. 있으신 분들이라 그런지 1차로 스키 타고 2차로 친목을 도모하는(?) ‘애프터 스키’라는 사교 문화가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애프터 스키에 입고 가는 옷, 루피니는 바로 그 옷에 주목한 건데요. 스키복을 그대로 입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좀 더 신경 쓴 느낌을 원하는, 따뜻하고 편하긴 한데 뭔가 좀 럭셔리하고 유니크한 그런 느낌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으니, 이 니즈를 꿰뚫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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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cler

그래서 디자인 작업에 가진 자원을 다 쏟아붓습니다. 그동안의 몽클레르가 ‘나이키보단 예쁘고 샤넬보다 못생긴‘, ‘샤넬보단 성능이 좋고 나이키보단 떨어지는’ 이런 애매한 브랜드였다면, 이제 확실히 명품 쪽으로 포지션을 정한 거예요. 이렇게 되니 디자이너 고용을 미친 듯이 했는데요. 이때 디자이너로 일한 사람이 무려 톰 브라운이고, 사카이, 퍼렐 윌리엄스, 버질 아블로, 준야 와타나베도 함께 작업을 했죠. 그렇게, 이 전략이 제대로 통해서 몽클레르는 두 번째 변신을 마치고 ‘명품 패딩 브랜드’가 됩니다.



한국은 왜 이렇게 명품을 좋아할까?

자, 그러면 이제 한국으로 와서요. 최근 몽클레르가 부쩍 많이 보이는데요. 사실 뭐 한국은 몽클레르 말고도 명품 소비량이 엄청나거든요. 당장 재작년인 2022년 ‘1인당’ 명품 소비만 봐도 325달러(당시 환율로 약 40만 4,000원)로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때 몽클레르 매출은 2배가 넘게 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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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기사

여기서, ‘대체 한국은 왜 이렇게 명품 소비에 혈안이냐?’는 질문이 많아요. 결국 유독 ‘물질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건데요. 원래 국가가 모름지기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물질주의에서 탈물질주의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말이죠? 그런데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예외적인 국가라는 거예요. 이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의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요.


첫째, 예로부터 외세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아 못살던 시대가 길었기 때문이다.

둘째,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성공’ 등 사회적 지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셋째, 틀에 찍어낸 듯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모두가 함께 받으면서 비슷한 삶을 사는 케이스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자연스레 비교 집단이 커지고, ‘비교’에 익숙해지니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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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형 이미지

뭐, 다 맞는 말인 것 같죠. 여기에 SNS 사용 세계 2위 등 비교에 있어 현대적인 요소들도 가미되어 있겠고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래요. 물질주의에서 탈물질주의가 되는 데에는 경제적 수준의 발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사람의 심리가 변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요즘 교복 위엔 몽클레르를 입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교 문화, 물질주의가 아이들한테까지 가버린다는 겁니다. ‘애들’하니까 출산율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지금 합계출산율0.72죠. 근데 뭐 이 수치를 가지고 문제 삼으려고 꺼내는 얘기가 아니라요. 저출생 문제로 심각한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거든요. 꼭 엮으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와 같이 동아시아 3국으로 꼽히는 중국이랑 일본도 대표적인 저출생 국가입니다. 중국은 인구수가 오히려 너무 많아서 그런 거긴 하지만 1980년도부터 40년 가까이 ‘한 자녀 정책’을 펼쳤고, 일본은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많이 진행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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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IS

이 나라들을 보면, 아이들한테 아주 극진하게 해요. 중국은 우리나라랑 소비 스타일이 비슷한 편이고, 일본은 초등학생 자녀에게 100만 원짜리 가방을 사주죠(뭐 6년 내내 메는 가방이긴 하지만요). 이 두 국가도 출산율은 1명대가 넘습니다. 그런데 출산율 0명대인 한국은 어떨까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거든요.


실제로 지금 한국의 아동 명품 시장은 날이 갈수록 무섭게 성장 중입니다. 신세계백화점만 봐도 몽클레어, 베이비 디올 등 명품 아동 의류 매출이 연간 15% 성장하는가 하면 다른 백화점들도 키즈 브랜드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요. 롯데백화점버버리, 지방시, 겐조, 펜디 등이 있고 현대백화점도 몽클레르 앙팡, 베이비 디올 등 럭셔리 아동복 브랜드 런칭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요. 백화점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벌써 느끼셨을 테고, 아니신 분들은 오랜만에 한 번 가보시면 확실히 체감 되실 거예요. 키즈 명품 브랜드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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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형 이미지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뉴스 기사에도 실린 얘긴데, 동탄의 한 엄마가 4살 딸에게 78만 원짜리 티파니 목걸이, 18개월 딸에게는 38만 원짜리 골든구스 신발을 사줬다고요. 그리고 이종규디올 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띄고 싶어 하고, 몽클레어 겨울 재킷은 10대 청소년의 교복이 됐다’고요.


근데 뭐, 그래요. 좋아요. 우리 애 이쁜 건 당연히 좋고, 능력 돼서 여유 돼서 사는 것도 좋습니다. 근데 진짜 문제는요. 이런 고가의 명품 소비를 ‘공포심’ 때문에, 그저 남들 따라서 등 떠밀려 구매해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동시에 어린 나이에 명품에 눈뜨게 되고, 어른들의 비교 문화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게 또 악순환이 되어 육아 난이도가 상승하니 저출산 원인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하고요.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안 그래도 매년 기록적인 한파라면서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올 겨울엔 아우터 꼭 하나 장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신, 모방 소비보다는 진짜 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 ‘득템’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돌아올 테니 기대해주세요:)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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