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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푸글렌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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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푸글렌 | #34

한국은 유독 해외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뭐 들어왔다 하면 몇 시간 줄 서는 건 기본이고, 오픈런에 난리도 아니죠. 그럼, 해외 브랜드는 다 잘 될까요?


오늘 주제가 될 카테고리는 ‘카페’인데요. 적어도 카페 시장에선 아닙니다. 해외 좋아한다면서,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카페 시장에서 절대 강자라고 부를 수 있는 브랜드는 메가커피, 컴포즈 커피, 빽다방 이 국산 저가커피 3대장뿐이거든요.

저가커피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조선일보

심지어 이 3대장은 얼마나 소비층이 단단하냐면요. 팀홀튼 같은 해외 저가 커피가 한국에 들어올 때 말로는 ‘프리미엄’ 전략이라면서 비싸게 들어왔는데요. 메가커피랑 경쟁하는 걸 좀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국내 시장에 입점하는 해외 브랜드 중에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부분입니다. 꼭 카페 얘기가 아니라도요. 기본적으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각국의 기업들이 이미 그 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판매 라인을 다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해외 어디든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진출하기는 쉽지가 않아요.


물품에 한정된 얘기긴 하지만, 해외에서 물건이 너무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는 바람에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것 같다 싶으면 매기는 반덤핑관세라는 세금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국산 마늘 시세가 500원인데, 중국산 마늘이 100원에 수입되면 아마 다들 중국산을 먹을 거예요. 그러면 국내 마늘 농사짓는 분들이나 판매하시는 분들이 쫄딱 망하겠죠?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세금을 붙인다는 말입니다.

반덤핑관세 | 덤핑방지관세 | 덤핑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기재부

카페 얘기로 돌아와서, 아무튼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 중에 가성비를 내세우는 건 잘 없을 거라는 거예요. 커피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근 몇 년간 한국에 들어온 카페들은 대부분 스페셜 티 커피니, 프리미엄이니 하면서 비싼 녀석들인 거고요.


비싼 카페가 겉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한국은 역시 녹록지가 않습니다. 작년 한 해 카페 오픈이 5,293개였는데 문 닫은 곳이 무려 4,090개고요. 카페가 5년 동안 살아남는 생존율은 고작 34.9%죠. 근 10년간 카페 폐업률은 181%가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3대 커피라며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정말 말 그대로 난리가 났던 블루보틀. 2021년에 영업이익 10%를 달성하며 잘 나가나 싶더니, 이후엔 2년 연속으로 4%대를 기록하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죠. 블루보틀의 하락세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오늘 이야기의 중간 부분에서 다뤄보기로 하고요.

블루보틀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하입비스트

이런 와중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즐기던 커피가 대부분 미국에서 온 거였다면, 이번엔 커피의 본고장 유럽에서 왔는데요. 무려 유럽 전체를 통틀어 3대 커피라고 불리는 브랜드죠. 푸글렌인데요. 유럽을 대표하는 커피, 푸글렌은 카페의 무덤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상으로도 준비 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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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DM5USLhO8eQ



한국에서는 왜 프리미엄 커피가 잘 안될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커피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불리는 건 유일하게 저가 커피 브랜드들뿐이죠. 여기에 이미 해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기본적으로 고급 커피는 돈이 안 됩니다. 아니, 돈 되게 만들기까지가 정말 어려워요. 모든 사업, 브랜드의 목적은 곧 ‘이윤 추구’인데 저가 커피가 더 쉽게 수익이 된다는 거죠.


고급 커피라고 하면, 솔직히 매일 소비하긴 쉽지 않은데요. 당장 우리 삶을 2분할로 해서, 일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 평일과 주말로 나눈다면, 고급 커피는 대부분의 분들이 주말에 소비하실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급 카페들은 ‘주말에 발길이 닿는 장소’ 즉, 번화가에 위치해야 하고 여유도 즐길 수 있게 규모도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임대료가 만만치 않죠. 개인이 운영할 땐 일손도 모자라고 자본도 모자라니까 매장을 늘리게 되면 그 리스크는 배로 커지고요. 물론 자본이 받쳐주는 매일유업폴 바셋 같은 예외도 존재하지만 말이죠.

폴바셋 | 매일유업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디자인 정글

두 번째 이유는 블루보틀의 예시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루보틀. 2019년 커피계의 애플이라면서 정말 센세이션한 등장을 했던 브랜드인데요. 이젠 자리가 남아돌 지경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가격 비싸고,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편하지도 않으면서 결정적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만큼 희소성이 없어요.


이 희소성. 고급이란 곧 희소성과 연결되는 거란 말이죠? 가지기 쉽지 않기에 더 가지고 싶은 명품이라든지, 돈을 내겠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티켓이나 당장 최근 흑백요리사 셰프들의 식당들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이제 커피를 소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단, 관광 개념이 짙어진 카페들에 있어서 이 희소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막말로 가서 사진 찍고 싶고 해야 하는데, 집 앞에 떡하니 자주 갈 수 있는 곳이면 그런 마음이 안 든단 말이죠.


그러니까 시장에서 너무 쉬우면 감흥이 없어집니다. 블루보틀이 지금 벌써 17개 지점이 있는데, 이게 너무 빨리 많아진 느낌이 있거든요.


재밌게도 스타벅스도 이랬던 경험이 있습니다. 커피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호주에서 커피의 왕 스타벅스는 인기가 없습니다. 장사가 아예 안되는 건 아니지만, 아예 실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호주의 그 커피 문화 자체가 프랜차이즈의 그 정형화된 느낌보단 개인 간 소통을 중요시한다고 해요. 이 문화가 가장 큰 이유고, 그다음으로 꼽히는 게 희소성입니다.

텔유 | 스타벅스 | 호주 | 호주 스타벅스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텔유어월드

스타벅스는 호주에 진출할 때, 2년 만에 무려 87개 매장을 냈어요.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듯이 고급이란 희소성과 연결되는 건데, 스타벅스는 커피계의 고급 브랜드란 말이죠. 고급 브랜드가 고급 딱지를 떼고 나오니 안 그래도 문화 차이로 불리한 스타벅스가 장점마저 떼 버렸던 거죠. 이렇게, 호주에서 무려 스타벅스가 실패했듯이 블루보틀도 지금 우리나라에서 희소성이 없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비꼬는 게 아니라 좋은 뜻으로 한국은 지금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서요. 브랜드 입장에서 소비자 취향을 맞추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요.



코리아, 대체 뭘 좋아하는데?

그러면, 블루보틀도 고전하는 마당에 도대체 한국 입맛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한국에선 ‘디저트’를 내세우는 게 정석입니다. 예전부터 한국에서 성공한 카페들이나 카페 문화에는 꼭 디저트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카페베네는 빙수가 있었고, 탐앤탐스는 프레즐, 그 옛날 캔모아에도 토스트가 있었고요. 아예 설빙이라는 빙수 카페도 등장했습니다.


국내에서 제일 잘나간다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도 이젠 커피 전문점이라기보다 케익 전문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투썸플레이스는 한 술 더 떠서 작년 케익 매출이 역대 최대라면서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가겠다고 ‘디저트 특화’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예고했습니다. 한국이 얼마나 디저트에 진심인지 느껴지시나요?

투썸 | 투썸플레이스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MSN

잠깐 재미 삼아 이 디저트 문화에 관해 얘기해보자면요. 한국의 식문화와도 연관 지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밥과 반찬을 먹는 문화죠. 그리고 밥보다 반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페로 대입시키자면 반찬, 사이드 디쉬가 카페에선 디저트인 거고요. 배 채우는 밥, 맛을 위한 반찬이 카페에선 각성하기 위한 커피와 맛을 즐기는 디저트가 되는 거죠. 이렇게 보면 오래전부터 내려온 식습관에서 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부분은 재미로만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 명문가는 한국에서 살아남을까

자 그러면,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오늘의 주인공이자 커피의 본고장 유럽의 3대 커피라 불리는 푸글렌 커피. 노르웨이 출신인데요. 신기하게도 노르웨이 말고는 세계 유일하게 일본에만 진출했었어요. 그래서 도쿄가면 무조건 방문하는 카페로도 유명했죠. 그리고 푸글렌이 일본 다음으로 선택한 나라가 바로 한국. 최근 2024년 10월 24일 푸글렌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푸글렌 | 푸글렌 서울 | 푸글렌 도쿄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중앙일보

푸글렌은 디저트, 그러니까 반찬이 대단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그런데 이 집, 밥이 기가 막힙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밥이 아니에요.


푸글렌 커피. 노르딕 커피라고도 해요. 북유럽 커피의 대명사라는 말인데요. 최근 스페셜 티 커피 시장에서 이 북유럽 커피가 추세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이 원두를 볶는 로스팅 방식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커피 원두의 색이 아마도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갈색? 고동빛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노르딕 커피는 거의 노란색입니다. 황갈색이에요.


이 색깔 얘기를 왜 하냐면 색이 곧 커피 맛이랑 직결됩니다. 색이 연해지면 커피도 연해진다는 거예요. 그러면 왜 북유럽에서는 이렇게 연한 커피를 마시느냐? 여기도 식문화 때문입니다. FIKA라는 건데요. 스웨덴에서 유래된 커피 문화입니다.

FIKA | 스웨덴 | 북유럽 커피 | 커피 문화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Eden Workplace

예로부터 스웨덴은 평등을 중요시하고 수평적인 사회, 그러니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해요. 그리고 겨울이 길고 낮이 짧으니, 실내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게 일상적이었죠. 이런 삶에 커피가 너무 잘 어울렸던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자주’ 마셨는데요. 당연히 쓰고 진한 커피를 매번 마실 수는 없으니 연해져서 지금의 노르딕 커피가 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포지션은 이게 저가 커피와 완전히 대척점을 이루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잠 깨기 위한 ‘각성’이 소비 이유 1순위인 저가 커피와는 반대되는, 소통과 여유를 1순위로 둔 노르딕 커피인 거죠. 이 부분이 한국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지금 보시는 곳이 바로 푸글렌 서울인데요. 꼭 커피 관광을 나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이 매장 내 분위기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한국인데도 작은 대화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진 공간이었거든요. 아까 다뤘던 그 FIKA문화 있잖아요? 그게 쉽게 생각해서 보자면, 미국의 것과는 또 다른 북유럽 특유의 스몰토크 문화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 문화가 직원분들에게까지 모두 입혀진 건지, 그 브랜딩이 너무 치밀하게 느껴졌어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푸글렌 서울 | 푸글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세모브 | 텔유 | 텔유레터

ⓒ디에디트

그래서 ‘한국에서 푸글렌 커피가 잘 될까?’를 생각해 보자면, 일본 케이스를 먼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일본의 경우엔 푸글렌이 2012년에 도쿄에서 첫 매장을 열었고, 가장 최근엔 2023년 5월 1일에 여섯 번째 매장을 열었단 말이죠? 정말 천천히 매장을 늘려갔어요. 그리고 지금 일본에서는 여전히 푸글렌이 관광 명소로 자리 잡힐 만큼 사랑받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 스타벅스는 2년간 87개, 한국에서 블루보틀은 5년이 채 안 돼서 17개 매장이 생겼고요. 이 차이가 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보자면, 푸글렌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공격적으로 매장을 출점하고 확장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회사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덕분에 그 방향성을 정확히 가져갈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푸글렌이라는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엄청난 느낌은 아니지만,

  • 한국에서 스페셜 티 커피 문화가 아직은 뿌리 내리지 않았다는 점.
  • 푸글렌이 서둘러 출점을 확대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점.
  • 노르딕 커피의 특성을 정확히 살려서 스페셜 티 커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점


등등 을 생각해 보면요. 한국에서도 오히려 대형 자본으로 밀어 넣는 브랜드들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텔러비님의 의견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과포화된 한국 카페 시장 상황과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해외 브랜드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럼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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