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모브 | 텔유레터 | 버버리 | #34
혹시, 명품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해요. 그리고 다들 비슷할 것 같아요. 이게 비싸서 그렇지 아마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대도 싫어하시는 분은 없을 것 같은데요. 구매 여부를 떠나서 명품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3대 명품이라면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에루샤’**라고 부르는 건 이제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죠. 오늘 주인공인 버버리는 아예 ‘바바리코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카테고리 자체의 주인이 되는가 하면,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져서 그렇지 부자 순위를 매겨보면 루이비통의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거든요.

ⓒ인터넷 커뮤니티
그리고 근 몇 년간 이 명품 소비 수준이 하늘을 찔렀어요.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라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이 45%나 늘었다는 기사도 있었죠. MZ세대가 명품의 주 소비층이 됐다니, 어쩌니 하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SNS를 보면 나 빼곤 명품 하나씩 가지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사치 소비가요. 명품을 넘어서, 그러니까 이제 한 번 소비하면 그래도 꾸준히 들고 다니든지 입고 다니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치품을 넘어서 일회성 ‘행위’로 까지 넘어갔죠. 오마카세부터 고급 호캉스를 밥 먹듯이 다니는 그런 한 번의 소비로 끝나는 행위들이요.
그래서 그간 많이들 눈도 높아지고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을 텐데요. 최근 이 사치 시장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경기가 안 좋아서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1% 수준이라고 하는데, 실질 물가는 비싸단 말이죠? 지난 6월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 대비 56%나 높고,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두 배나 비싸다고 해요.

ⓒ한국은행
그렇다고 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사치품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요. 안 그래도 못 살겠는데 이 명품들은 멈출 줄을 모르고 날이 갈수록 비싸지거든요. 오죽하면 2년 전에 샤넬 가방 산 사람이 지금 당장 그 가방 중고로 가져다 팔아도, 안전 투자 저축하겠다고 삼성전자 주식 산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을 정도니까요. 뭐 물론 삼성 주식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명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명품이 너무 비싸지니까 사람들이 아예 구매할 엄두가 안 나서 매장에 발도 못 들이는 중이고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줄고 있겠죠? 그런데 소위 에루샤 정도 되는 브랜드들은 가격이 또 워낙 비싸서 그 주요 소비자층에 ‘진짜’ 부자들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진짜 힘들어하는 브랜드는 소비층 대부분이 중산층인 중저가 명품인 거죠. 중저가라는 말이 웃기지만요. 항상 비교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중저가 명품들이 급격히 몰락하는 중입니다. 이 중심에 있는 오늘의 주인공. 주가가 무려 70%, 한화로 9조 원이 1년 만에 증발했는데요.
오늘 주제는 버버리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https://www.youtube.com/watch?v=iaTnVE__d1c&pp=ygUJ7IS466qo67iM
럭셔리 군복 브랜드
버버리. 1856년 토마스 버버리가 창립한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입니다. 버버리가 탄생하던 19세기 중반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절정에 달했는데요. 강철, 석탄, 의류 등 산업혁명과 함께 일자리가 많아지니 여윳돈이 생긴 사람들이 점점 여가생활을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당시 여가생활이 뭐가 있겠어요. 다 밖에 나가서 하는 것들이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승마, 사냥, 낚시 이런 야외 활동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요. 야외 생활이 잦아지니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실용성 있는 옷을 찾기 시작했거든요? 왜, 항상 영국 신사를 묘사할 때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을 그리잖아요? 그만큼 영국은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인데, 당시 방수라고 하면 무거운 고무로 만든 옷 밖에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비 오는 날 입는 옷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등장하는 한 사람. 이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게 토마스 버버리입니다. 토마스 버버리는 1879년 ‘개버딘’이라는 방수 소재를 개발했는데요. 말 그대로 혁명이었습니다. 개버딘은 지금도 레인코트의 원단으로 쓰이는 가벼운 소재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 개발이 영국에서 가장 필요로 한 산업혁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다육십오
심지어 워낙 실용적이고 좋으니까, 군대에서도 눈독 들이는데요. 의외로 버버리는 이 군대에서의 모습이 지금 명품이 되는 데에 엄청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군대 얘기를 잠깐 해볼 텐데요. 다른 나라였다면 뭐 세계대전에 쓰였겠지만 여긴 영국이잖아요? 영국은 19세기 후반 다른 전쟁이 있었습니다. 보어 전쟁이라는 건데요. 짧게 설명하자면, 현 남아공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보어인들과 영국인들이 벌인 전쟁입니다.
그럼, 보어인이 대체 누구냐? 이 남아공은 당시에 원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는데, 네덜란드가 잠깐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점령당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사이에 영국이 남아공을 취해버립니다. 그러면 그 남아공에 살고 있던 네덜란드계 사람들이랑 타 백인 민족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을 ‘보어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들과 벌인 전쟁이 보어전쟁이고, 그게 지금의 버버리를 있게 해준 첫 무대였죠.

ⓒWarfare History Network
아무튼, 이렇게 전쟁을 겪으면서 버버리는 점점 군복이 됩니다. 코트를 만들었는데, 단추 대신 끈으로 허리를 묶게 하고, 손목에도 흙이 들어가지 않게 끈을 달아 놓았죠. 어깨에는 견장을 착용할 수 있게 천을 덧대어 놓고요. 그렇게 우리가 아는 형태의 트렌치코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만든 옷을 군복으로 자주 입고 하다 보니, 어떤 소속감 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토마스 버버리는 브랜드 고유의 무늬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게 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인데요. 원래 스코틀랜드에서는 각 클랜, 가문마다 체크무늬로 그 소속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서 영국군, 버버리만의 소속감을 체크무늬로 디자인하게 된 거죠.
이 정도가 되니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군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워낙 입소문을 타니, 왕실의 눈에도 띄게 돼요. 이 왕실에서 일화가 유명한데요. 당시 에드워드 7세가 신하에게 코트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하는데, ‘내 버버리를 가져와라’라고 말했다고 하죠. 이때부터 코트=버버리가 공식으로 자리 잡혀 바바리코트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군대에선 장교들이 즐겨 입고 왕실에서도 입은 버버리. 자연스럽게 명품으로 자리 잡았어요. ‘전쟁 때 사랑받은 아이템은 전쟁 이후 민간에 유행한다.’ 이 공식이 버버리에도 적용된 거죠.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서부터 버버리는 민간 시장에도 유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유행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어요. 협찬도 아닌데 연예인이나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가 하면, 해외에서도 영국에 출장 나갔다 온다? 버버리 코트 사오는 게 국룰이었을 정도로요. 막말로 군복 납품만 했는데 버버리는 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몰락하는 중저가 럭셔리
그런데 앞서 말했듯, 현 시장에서 럭셔리 소비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말이 둔화지 사실상 거의 몰락한 수준이에요. 원인은 무분별한 가격 인상이고요.
초반에, 샤넬 백 샀던 사람이 삼성전자 산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했었잖아요? 샤넬 백은 2019년 대비 무려 91%가 올랐습니다. 최근 대선 때 테슬라가 연일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상승한 게 60%였어요. 91% 상승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치인 거죠. 심지어 샤넬만 그런 게 아니라 루이비통도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나머지 명품들 가격도 못해도 50% 정도는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요즘 이 문제가 제대로 터지고 있는 거예요. 왜냐면 이 명품들의 주요 소비층이 중산층이거든요. 여유가 있긴 해도 서민층이라는 거예요. 상류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분들도 계실 텐데 이건 루이비통의 CFO, 최고재무관리자인 장 자크 기오니(Jean-Jacques Guiony)가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We don’t sell most Louis Vuitton products to the rich, it is to people who have money and indulge themselves.”
“우리는 대부분의 루이비통 제품을 부자들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서 사치 부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고요. 월가에서도 ‘럭셔리 산업은 초상류층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질 고객이 누군지 잊었다’라며 결국 중산층이 그들의 주요 고객이라는 기사를 냈죠.
실제로, 찐부자들은 로로피아나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말처럼 부유층은 부를 잘 드러내지 않는 옷을 산다고 알고 있잖아요?

ⓒ인터넷 커뮤니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명품은 중산층이 소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명품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는 바람에 이젠 중산층이 구매할 수 없는 정도까지 가버렸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용기 내서 사볼 만했는데 이젠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거죠.
그런데, 사실 샤넬이나 루이비통처럼 그 명품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리고 올리면서 아예 타겟층을 진짜 부자들로 맞춰버릴 수도 있지만요. 그 아랫급 중저가 명품들이 문제입니다. 초상류층의 발길은 그쪽으로 안 닿거든요.
예를 들면 LVMH 그룹은 지금 약 30% 정도 주가가 빠진 상태인데,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 군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40%나 하락했고, 버버리는 무려 70%나 하락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버버리는 미국의 S&P500과 비슷한 영국의 FTSE100에서 퇴출당하는가. 하면 최근엔 몽클레르에 인수되는 게 아니냐는 기사도 나왔죠.
그러니까 LVMH는 배짱으로 버틴다고 해도 케링그룹이나 버버리는 당장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란 거예요. 그리고 LVMH는 앞으로 초상류층을 타겟하고 싶은 것 같고, 아직 타격도 엄청 크진 않으니 버틴다고 해도요. 그 이하 브랜드들은 결국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그래서 버버리를 필두로 구찌, 생로랑, 페라가모 등의 브랜드는 가격을 인하하기로 합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내린다는 건 그 업계에서 진짜 수치스러운 일이라 몰래몰래 가격을 내리고 있죠.
그런데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최근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하에 전 세계적으로 관세가 높아질 거라고 전망되잖아요? 심지어 중국에는 관세를 60%까지 관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는데요.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특히 중국엔 더 강하게 대응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죠. 그런데 저는 이게 중국만 긴장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BBC
세계무역기구 기준, 중국산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다양해요. 특히,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조달했더라도 중국에서 최종 조립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중국산으로 규정된다는 건데요. 물론 FTA에 따라 그 규정이 달라질 순 있어도,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이라면 웬만해선 각오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중국은 유독 그런 공장들이 많잖아요? 그 말인즉, 중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당연히 또 경기가 안 좋니 어쩌니 하면서 명품 소비에 대한 열기는 더 식겠죠.
떠오르는 중고시장과 듀프소비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다들 지갑을 닫는 추세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 거지 명품이 싫어진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 자연스레 중고 시장이 엄청나게 급성장 중인데요. 최근 2년 사이, 명품 쇼핑 사이트 결제 금액은 59%가 감소했지만, 중고명품 플랫폼 결제 금액은 124%나 증가했죠. 소비 심리가 변하고 있습니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걸 중요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중고 시장의 성장은 꼭 명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인데요. 꼭 새 제품을 살 필요가 없는 물건이면 어차피 요즘 중고 시장도 잘돼있으니, 중고로 사 버리는 거죠.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사용자 수는 작년보다 300만 명이 넘게 늘었다고 합니다. 중고는 아니지만 저가 몰 다이소의 경우엔 날이 갈수록 날개를 달고 있어서 올해 매출 4조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요.

ⓒ 각 브랜드
또 최근 소비 추세라고 떠오르는 말이 있는데, 듀프소비입니다. DUPE, 복제를 뜻하는 단어 DUPLICATE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는 모방품을 듀프라고 했었는데요. 요즘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여요.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을 뜻하죠.
‘그런 제품이 어디 있냐?’ 싶으실 수도 있지만, 사실 명품 품질이라고 대단할 거 없습니다. 아까도 나왔던 이 남자 장 자크 기오니가 최근 실적 발표 때, ‘지금 가격이 비싸진 건 순수하게 제품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는데요.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죠. 최근 디올 원가 8만 원 사태. 6만 원인가 8만 원인가 헷갈리는데 아무튼, 24시간 밤샘 작업 강요에 불법 이민자 고용으로 원가 절감을 시켰다고 지금 밀라노 검찰에서 조사 중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가성비 있게 좋은 걸 쓰자는 심리가 강해졌죠. 유니클로x르메르의 협업 등 가성비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가 함께 제작한 옷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요. 다이소 화장품이 샤넬 제품이랑 비슷하다면서 품절 대란이 일기도 하고요. 이런 눈을 한 단계 낮춘 소비가 유행입니다.
이런 소비 스타일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애초에 능력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니 자기합리화하는 거라고요. 뭐 그 말씀도 맞을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말이죠.
똑같은 말을 1년 새 9조가 증발한 버버리가 들으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이 경제 수준이 낮아져서 자기합리화하는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나의 소비 흐름도 판매자 시각에서 보는지, 구매자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경기, 비싸지는 명품, 이에 성장하는 중고 시장과 가성비 제품들. 텔러비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소비를 즐기시는지 궁금합니다. 답장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읽어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세모브 | 텔유레터 | 버버리 | #34
혹시, 명품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해요. 그리고 다들 비슷할 것 같아요. 이게 비싸서 그렇지 아마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대도 싫어하시는 분은 없을 것 같은데요. 구매 여부를 떠나서 명품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3대 명품이라면서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에루샤’**라고 부르는 건 이제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죠. 오늘 주인공인 버버리는 아예 ‘바바리코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카테고리 자체의 주인이 되는가 하면,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져서 그렇지 부자 순위를 매겨보면 루이비통의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였거든요.
ⓒ인터넷 커뮤니티
그리고 근 몇 년간 이 명품 소비 수준이 하늘을 찔렀어요.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라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이 45%나 늘었다는 기사도 있었죠. MZ세대가 명품의 주 소비층이 됐다니, 어쩌니 하면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SNS를 보면 나 빼곤 명품 하나씩 가지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사치 소비가요. 명품을 넘어서, 그러니까 이제 한 번 소비하면 그래도 꾸준히 들고 다니든지 입고 다니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치품을 넘어서 일회성 ‘행위’로 까지 넘어갔죠. 오마카세부터 고급 호캉스를 밥 먹듯이 다니는 그런 한 번의 소비로 끝나는 행위들이요.
그래서 그간 많이들 눈도 높아지고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을 텐데요. 최근 이 사치 시장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경기가 안 좋아서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1% 수준이라고 하는데, 실질 물가는 비싸단 말이죠? 지난 6월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물가 수준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 대비 56%나 높고,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두 배나 비싸다고 해요.
ⓒ한국은행
그렇다고 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사치품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요. 안 그래도 못 살겠는데 이 명품들은 멈출 줄을 모르고 날이 갈수록 비싸지거든요. 오죽하면 2년 전에 샤넬 가방 산 사람이 지금 당장 그 가방 중고로 가져다 팔아도, 안전 투자 저축하겠다고 삼성전자 주식 산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을 정도니까요. 뭐 물론 삼성 주식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명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명품이 너무 비싸지니까 사람들이 아예 구매할 엄두가 안 나서 매장에 발도 못 들이는 중이고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줄고 있겠죠? 그런데 소위 에루샤 정도 되는 브랜드들은 가격이 또 워낙 비싸서 그 주요 소비자층에 ‘진짜’ 부자들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진짜 힘들어하는 브랜드는 소비층 대부분이 중산층인 중저가 명품인 거죠. 중저가라는 말이 웃기지만요. 항상 비교는 상대적인 거니까요.
아무튼, 전 세계적으로 중저가 명품들이 급격히 몰락하는 중입니다. 이 중심에 있는 오늘의 주인공. 주가가 무려 70%, 한화로 9조 원이 1년 만에 증발했는데요.
오늘 주제는 버버리입니다.
영상으로도 준비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https://www.youtube.com/watch?v=iaTnVE__d1c&pp=ygUJ7IS466qo67iM
럭셔리 군복 브랜드
버버리. 1856년 토마스 버버리가 창립한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입니다. 버버리가 탄생하던 19세기 중반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절정에 달했는데요. 강철, 석탄, 의류 등 산업혁명과 함께 일자리가 많아지니 여윳돈이 생긴 사람들이 점점 여가생활을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당시 여가생활이 뭐가 있겠어요. 다 밖에 나가서 하는 것들이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승마, 사냥, 낚시 이런 야외 활동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요. 야외 생활이 잦아지니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실용성 있는 옷을 찾기 시작했거든요? 왜, 항상 영국 신사를 묘사할 때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을 그리잖아요? 그만큼 영국은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인데, 당시 방수라고 하면 무거운 고무로 만든 옷 밖에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비 오는 날 입는 옷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등장하는 한 사람. 이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게 토마스 버버리입니다. 토마스 버버리는 1879년 ‘개버딘’이라는 방수 소재를 개발했는데요. 말 그대로 혁명이었습니다. 개버딘은 지금도 레인코트의 원단으로 쓰이는 가벼운 소재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 개발이 영국에서 가장 필요로 한 산업혁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다육십오
심지어 워낙 실용적이고 좋으니까, 군대에서도 눈독 들이는데요. 의외로 버버리는 이 군대에서의 모습이 지금 명품이 되는 데에 엄청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군대 얘기를 잠깐 해볼 텐데요. 다른 나라였다면 뭐 세계대전에 쓰였겠지만 여긴 영국이잖아요? 영국은 19세기 후반 다른 전쟁이 있었습니다. 보어 전쟁이라는 건데요. 짧게 설명하자면, 현 남아공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보어인들과 영국인들이 벌인 전쟁입니다.
그럼, 보어인이 대체 누구냐? 이 남아공은 당시에 원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는데, 네덜란드가 잠깐 나폴레옹의 프랑스에 점령당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사이에 영국이 남아공을 취해버립니다. 그러면 그 남아공에 살고 있던 네덜란드계 사람들이랑 타 백인 민족들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을 ‘보어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들과 벌인 전쟁이 보어전쟁이고, 그게 지금의 버버리를 있게 해준 첫 무대였죠.
ⓒWarfare History Network
아무튼, 이렇게 전쟁을 겪으면서 버버리는 점점 군복이 됩니다. 코트를 만들었는데, 단추 대신 끈으로 허리를 묶게 하고, 손목에도 흙이 들어가지 않게 끈을 달아 놓았죠. 어깨에는 견장을 착용할 수 있게 천을 덧대어 놓고요. 그렇게 우리가 아는 형태의 트렌치코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만든 옷을 군복으로 자주 입고 하다 보니, 어떤 소속감 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토마스 버버리는 브랜드 고유의 무늬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그게 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인데요. 원래 스코틀랜드에서는 각 클랜, 가문마다 체크무늬로 그 소속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서 영국군, 버버리만의 소속감을 체크무늬로 디자인하게 된 거죠.
이 정도가 되니 버버리 트렌치코트는 군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워낙 입소문을 타니, 왕실의 눈에도 띄게 돼요. 이 왕실에서 일화가 유명한데요. 당시 에드워드 7세가 신하에게 코트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하는데, ‘내 버버리를 가져와라’라고 말했다고 하죠. 이때부터 코트=버버리가 공식으로 자리 잡혀 바바리코트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군대에선 장교들이 즐겨 입고 왕실에서도 입은 버버리. 자연스럽게 명품으로 자리 잡았어요. ‘전쟁 때 사랑받은 아이템은 전쟁 이후 민간에 유행한다.’ 이 공식이 버버리에도 적용된 거죠.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서부터 버버리는 민간 시장에도 유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유행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어요. 협찬도 아닌데 연예인이나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가 하면, 해외에서도 영국에 출장 나갔다 온다? 버버리 코트 사오는 게 국룰이었을 정도로요. 막말로 군복 납품만 했는데 버버리는 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몰락하는 중저가 럭셔리
그런데 앞서 말했듯, 현 시장에서 럭셔리 소비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말이 둔화지 사실상 거의 몰락한 수준이에요. 원인은 무분별한 가격 인상이고요.
초반에, 샤넬 백 샀던 사람이 삼성전자 산 사람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했었잖아요? 샤넬 백은 2019년 대비 무려 91%가 올랐습니다. 최근 대선 때 테슬라가 연일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상승한 게 60%였어요. 91% 상승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치인 거죠. 심지어 샤넬만 그런 게 아니라 루이비통도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나머지 명품들 가격도 못해도 50% 정도는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요즘 이 문제가 제대로 터지고 있는 거예요. 왜냐면 이 명품들의 주요 소비층이 중산층이거든요. 여유가 있긴 해도 서민층이라는 거예요. 상류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신 분들도 계실 텐데 이건 루이비통의 CFO, 최고재무관리자인 장 자크 기오니(Jean-Jacques Guiony)가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We don’t sell most Louis Vuitton products to the rich, it is to people who have money and indulge themselves.”
“우리는 대부분의 루이비통 제품을 부자들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서 사치 부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고요. 월가에서도 ‘럭셔리 산업은 초상류층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질 고객이 누군지 잊었다’라며 결국 중산층이 그들의 주요 고객이라는 기사를 냈죠.
실제로, 찐부자들은 로로피아나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말처럼 부유층은 부를 잘 드러내지 않는 옷을 산다고 알고 있잖아요?
ⓒ인터넷 커뮤니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명품은 중산층이 소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명품들이 가격을 계속 올리는 바람에 이젠 중산층이 구매할 수 없는 정도까지 가버렸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용기 내서 사볼 만했는데 이젠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거죠.
그런데, 사실 샤넬이나 루이비통처럼 그 명품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리고 올리면서 아예 타겟층을 진짜 부자들로 맞춰버릴 수도 있지만요. 그 아랫급 중저가 명품들이 문제입니다. 초상류층의 발길은 그쪽으로 안 닿거든요.
예를 들면 LVMH 그룹은 지금 약 30% 정도 주가가 빠진 상태인데,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 군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40%나 하락했고, 버버리는 무려 70%나 하락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버버리는 미국의 S&P500과 비슷한 영국의 FTSE100에서 퇴출당하는가. 하면 최근엔 몽클레르에 인수되는 게 아니냐는 기사도 나왔죠.
그러니까 LVMH는 배짱으로 버틴다고 해도 케링그룹이나 버버리는 당장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란 거예요. 그리고 LVMH는 앞으로 초상류층을 타겟하고 싶은 것 같고, 아직 타격도 엄청 크진 않으니 버틴다고 해도요. 그 이하 브랜드들은 결국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그래서 버버리를 필두로 구찌, 생로랑, 페라가모 등의 브랜드는 가격을 인하하기로 합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내린다는 건 그 업계에서 진짜 수치스러운 일이라 몰래몰래 가격을 내리고 있죠.
그런데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최근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하에 전 세계적으로 관세가 높아질 거라고 전망되잖아요? 심지어 중국에는 관세를 60%까지 관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는데요. 실현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특히 중국엔 더 강하게 대응할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죠. 그런데 저는 이게 중국만 긴장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BBC
세계무역기구 기준, 중국산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다양해요. 특히,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조달했더라도 중국에서 최종 조립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중국산으로 규정된다는 건데요. 물론 FTA에 따라 그 규정이 달라질 순 있어도,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이라면 웬만해선 각오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중국은 유독 그런 공장들이 많잖아요? 그 말인즉, 중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당연히 또 경기가 안 좋니 어쩌니 하면서 명품 소비에 대한 열기는 더 식겠죠.
떠오르는 중고시장과 듀프소비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다들 지갑을 닫는 추세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 거지 명품이 싫어진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 자연스레 중고 시장이 엄청나게 급성장 중인데요. 최근 2년 사이, 명품 쇼핑 사이트 결제 금액은 59%가 감소했지만, 중고명품 플랫폼 결제 금액은 124%나 증가했죠. 소비 심리가 변하고 있습니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걸 중요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중고 시장의 성장은 꼭 명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인데요. 꼭 새 제품을 살 필요가 없는 물건이면 어차피 요즘 중고 시장도 잘돼있으니, 중고로 사 버리는 거죠.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사용자 수는 작년보다 300만 명이 넘게 늘었다고 합니다. 중고는 아니지만 저가 몰 다이소의 경우엔 날이 갈수록 날개를 달고 있어서 올해 매출 4조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요.
ⓒ 각 브랜드
또 최근 소비 추세라고 떠오르는 말이 있는데, 듀프소비입니다. DUPE, 복제를 뜻하는 단어 DUPLICATE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는 모방품을 듀프라고 했었는데요. 요즘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여요.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을 뜻하죠.
‘그런 제품이 어디 있냐?’ 싶으실 수도 있지만, 사실 명품 품질이라고 대단할 거 없습니다. 아까도 나왔던 이 남자 장 자크 기오니가 최근 실적 발표 때, ‘지금 가격이 비싸진 건 순수하게 제품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는데요. 그게 아니란 게 밝혀졌죠. 최근 디올 원가 8만 원 사태. 6만 원인가 8만 원인가 헷갈리는데 아무튼, 24시간 밤샘 작업 강요에 불법 이민자 고용으로 원가 절감을 시켰다고 지금 밀라노 검찰에서 조사 중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엔 가성비 있게 좋은 걸 쓰자는 심리가 강해졌죠. 유니클로x르메르의 협업 등 가성비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가 함께 제작한 옷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요. 다이소 화장품이 샤넬 제품이랑 비슷하다면서 품절 대란이 일기도 하고요. 이런 눈을 한 단계 낮춘 소비가 유행입니다.
이런 소비 스타일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애초에 능력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니 자기합리화하는 거라고요. 뭐 그 말씀도 맞을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말이죠.
똑같은 말을 1년 새 9조가 증발한 버버리가 들으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이 경제 수준이 낮아져서 자기합리화하는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나의 소비 흐름도 판매자 시각에서 보는지, 구매자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경기, 비싸지는 명품, 이에 성장하는 중고 시장과 가성비 제품들. 텔러비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소비를 즐기시는지 궁금합니다. 답장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읽어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