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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테무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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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브 | 텔유레터 | 테무 | #36

아마 SNS 계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봤을 광고. ‘999원 있냐’고 물어보는가, 하면 룰렛을 돌리면 몇십 퍼센트씩 할인해주는 쿠폰까지. 세상 추첨이라곤 절대 안 되는 나한테도 교묘하게 당첨을 주는 이 고마운 룰렛… (진짜 좀 고마운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 룰렛으로 나온 쿠폰 사용해보신 분도 계실 거고, 그냥 꺼버린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이 쿠폰에는 함정이 있죠. 할인해준다면서 얼마 이상 구매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을 때도 있고, 친구를 초대해야 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기도 하고요. 그래서 괜히 정 떨어져서 테무 안 쓰시는 분도 있죠. 너무 저렴한 가격 때문에 꾸준히 쓰고 있는 분도 계시죠?

룰렛  | 테무 | 세모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 | 텔유레터

ⓒ테무

상황이야 어떻든, 다들 쇼핑하는 건 좋아하실 거예요. 그리고 요즘엔 겨울옷 쇼핑 많이들 하실 텐데요. 항상 계절이 바뀌면 ‘작년엔 도대체 뭘 입었지?’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매번 홀린 듯 검색창에 필요한 제품을 입력하곤 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가성비 쇼핑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요즘 최애 브랜드는 유니클로예요. 품질도 나름 괜찮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옷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거든요. 테무에서 저렴하게 사서 한두 번 입고 마는 옷들도 있죠.


그런데, 최근 이런 기사를 봤어요. 사실 몇 년 전 부터 들어오긴 했는데 애써 외면해왔던 주제입니다. ‘의류 폐기물’이요. 유엔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옷 만들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비행기나 배에서 나오는 양보다 두 배나 많다고 하고요. 심지어 5,000원 내지는 만 원 짜리 흰색 면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약 2,700L로 한 사람이 3년 넘는 시간 동안 마실 양과 같다고 하죠.


매년 생산되는 옷은 약 1,000억 벌에 그 중 버려지는 옷은 약 330억 벌이고요. 너무 무분별한 의류 생산과 소비가 남발한다는 건데, 어떤 나라들은 아예 이 의류 폐기물 때문에 쓰레기 섬이 됐을 정도예요.


이런 와중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중국산 초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니 차라리 유행이면 더 좋을텐데요. 이건 유행도 아니고 하나의 ‘놀이’처럼 보이죠. 소위 테무깡, 알리깡이라며 구분 없이 소비를 하고 ‘별로다’ 싶으면 바로 버려집니다. 기존 SPA 브랜드들은 한 번 구매하면 어느 정도 입고 다니긴 해도요. ‘테무에서 산 OO’이라는 말이 하나의 밈이 될 정도로, 저품질의 물건을 저렴하다며 과하게 소비하는 게 문제로 꼽히고 있죠.


의류 폐기물로 망가져가는 지구, 그리고 패스트 패션의 초신성 플랫폼

오늘 주제는 테무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영상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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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cob7rWuoIN0&pp=ygUJ7IS466qo67iM


너 친구 많아?

테무. 14억 인구 중국에서 무려 최고 부자인 황정이 설립한 기업입니다. 황정은 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머리로 주목받던 엘리트였어요. 특히 코딩에 재능이 있었죠.

황정 | 테무 | 세모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 | 텔유레터

ⓒ조선일보

시간이 흘러 황정은 중국에서 엘리트 학교라 불리는 저장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이어서 미국에서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학업까지 마친 황정은 당시 스타트업이던 구글에 입사하기로 해요.


2004년, 황정이 입사한 해 구글은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2006년 구글의 중국 시장 진출에 담당자로 임명되며 핵심 역할을 수행했죠.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했습니다. 하지만 황정의 몸 속엔 사업가의 피가 흘렀죠.


황정의 사업 스승인 두안용핑이 당시 중국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는 ‘온라인 커머스’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기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격변하는 세상이었거든요.


그렇게 1년의 시간이 더 흘러 2007년 구글을 퇴사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오쿠넷’을 설립해서 3년 만에 2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합니다. 이어서 2010년에는 소비자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판매 대행 회사를 설립하는 등 ‘연쇄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되죠.


그리고 다음 순서로 탄생한 게 대망의 ‘핀둬둬’. 테무의 모기업입니다. 이제 창업 전문가가 된 황정은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는데요. 시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친구나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양을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그런 모습에서 착안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모으다’라는 뜻의 핀과 ‘많이’라는 뜻의 둬둬를 합친 핀둬둬를 설립해요.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록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한 거죠. 동시에 중국인들의 카톡 ‘위챗’에서 사업을 시도했는데요. 물건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공동구매’할 사람들을 모아서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핀둬둬  | 테무 | 세모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 | 텔유레터

ⓒ핀둬둬

즉,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소비자들 입장에선 내가 사려는 물건의 가격이 실시간으로 저렴해지는 모습을 보니까 중독될 수밖에 없었어요.


당연히 위챗에서 핀둬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황정은 곧바로 자체 앱을 개발했죠. 동시에, 고객들이 앱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덫을 깔아 놓는데요.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과수원 나무를 키우는 게임이었어요. 핀둬둬에서 쇼핑을 하면 그만큼 물과 비료를 얻을 수 있고, 나무에서 과일이 다 자라면 실제로 과일 구매 쿠폰을 지급하는 형태였죠. 그리고 게임 도중 시간 제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면서 충동 구매를 유도하기도 하고요.


이런 모든 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핀둬둬가 저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핀둬둬는 기존 다른 유통업체들과는 다른 전략을 펼쳤는데, 중간 다리를 지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기존 유통이라 하면 생산자에서 중간 유통자로, 중간 유통자가 판매자로, 판매자에서 다시 중간 유통자로, 그리고 마지막에 고객이 받는 시스템이었는데요. 이 중간 유통 과정을 삭제시킵니다. 판매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물건을 보낸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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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그리고 이렇게 가격이 저렴해지니, 핀둬둬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타겟할 수도 있었는데요. 바로 ‘빈민층'이었어요. 중국은 기본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라서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들은 중산층 이상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데요. 핀둬둬는 워낙 저렴하기도 했고, 애초부터 많은 사용자에게 파는 것이 목적이니 저소득층을 무시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렇게 중국 전체 인구의 6~70%에 달하는 저소득층 역시 핀둬둬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2021년에는 나스닥에도 상장하고,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200조 원을 넘게 됐죠. 하지만 너무 저렴한 물건만 판매하다 보니 매출액은 시원치 않았는데요. 플랫폼의 핵심인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바로 해외 진출이었죠.


그렇게 탄생한 게, 핀둬둬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Team Up, Price Down’의 줄임말 테무(TEMU)입니다. 테무는 미국 시장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요. 자본력으로 승부보기로 합니다.


SNS를 통해 사용자들이 개인 링크를 공유하고, 친구를 가입시키면 한 명당 무려 5달러를 지급하고, 초대 받은 친구가 테무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2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는데요. 이 시스템으로 매달 5천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걸 뒤집어 말하자면, 테무는 최대 5천달러를 급여로 지급하며 미국 SNS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 직원을 고용하던 거죠.


그래서 이때 생긴 트렌드가 ‘테무 하울’. 한국에선 테무깡, 알리깡으로 번진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만큼 샀는데 30달러밖에 안 해요!’, ‘이건 3달러밖에 안 해요!’ 등 제품과 플랫폼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며 바이럴 마케팅이 일어났어요.


이어서 슈퍼볼 광고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으며 미국을 넘어 캐나다, 호주, 한국 등 전 세계를 상대로도 입점했죠.



테무깡이 부추기는 지구 멸망 시나리오?

그렇게 2023년 7월, 한국에 테무가 상륙했습니다. 미국에서 선보였던 금전적 보상 방식은 아니었지만 테무는 쿠폰 뿌리기, 할인 프로모션, 룰렛 이벤트 등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초기 시장을 공략했죠.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중장년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빠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젊은 층까지 확산되어 소비를 유희거리로 삼는 이른바 ‘테무깡’이 유행했죠. 좋은 걸 뽑는 것뿐만 아니라 실패한 옷을 버리는 것마저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는 거죠.

테무깡  | 테무 | 세모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 | 텔유레터

ⓒ테무

이 유희로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이 엄청나다는 게 문제예요. 한국이 인구 수는 세계 29위지만 헌 옷 수출량은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다음으로 세계 5위 수준인데요.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됩니다. 그래서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칸타만토 마켓이나 방글라데시는 지금 말 그대로 쓰레기 산, 쓰레기 섬이 생긴 상황이죠.


이게 칸타만토 마켓은 원래는 세계 최대 수준의 중고 의류 시장이었는데, 갈수록 쓸만한 옷 비중이 줄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테무와 같은 초 패스트 패션이 세계적으로 너무 유행이기 때문이에요. 태우고 또 태워도 남은 옷이 더 많아서 결국 바다와 강으로 버려지고, 해양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졌어요.의류폐기물 | 칸타만토  | 테무 | 세모브 | 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 | 텔유레터

ⓒ구텐탁 코리아

결국, 테무와 같은 초패스트패션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은 우리 소비 문화의 본질적인 문제를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저렴한 가격에 휩쓸려 품질과 지속 가능성을 간과한 소비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와 우리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고요.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기업이 부쩍 많아졌다는 걸 느끼셨을 거예요.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죠. 책임감 있는 소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저렴한 가격보다 가치 있는 소비를, 한 번 입고 버려지는 옷보다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옷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소개한 브랜드 테무를 욕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만, 혹여 무차별적인 소비를 부추긴다면 어느 정도 ‘테무깡’ 유희 문화는 지양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소비를 하고 계신가요? 초 패스트 패션 플랫폼 테무에 대한 생각과, 평소 즐기시는 소비 스타일이 어떠신지 알려주시면 유익한 소통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유익한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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