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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브랜드 이야기 | 텔유레터 | #28 오데마 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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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사랑방 | 텔유레터 | #28 오데마 피게


텔러비님! ‘양아치, 깡패들이 입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는 끝이다’ 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재밌는 캐릭터로 각색된 일명 ‘문돼’ 잘 알고 계시죠? 톰브라운, 구찌, 몽클레어, 스톤 아일랜드. 가격 꽤나 나가는 명품 브랜드들만 입기로 유명해요. 이런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도 하고요.

문돼 | 문신돼지 | 톰브라운 | 양아치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동아일보


그리고 옷이 끝이 아닙니다. 형님들이 차고 있는 시계도 빠지면 섭섭한데요. 원래는 다들 롤렉스를 유니폼처럼 차고 다니다가, 요새 잘 나간다는 형님들은 다들 이 브랜드로 갈아탔거든요.


어깨 형님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셀럽들까지 이 시계를 찹니다. 태국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탁신 전 총리의 막내 딸, 패통탄은 화려한 디자인의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시계 하나로 포인트 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녀의 선택을 받기도 하고요.

탁신 | 패통탄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탁신, 패통탄 | ⓒ k-tcc.com

국민 아들, 미스터 트롯의 막내 정동원 군이 입학식에 차고 나타나기도 했어요. 시계를 무척 좋아하는 월드스타 , 이번 파리 올림픽을 휩쓴 르브론 제임스스테판 커리, 팝스타 저스틴 비버, 트래비스 스캇, 존 레전드까지. 한마디로 전 세계에 돈 많고 시계 좋아하는 사람들의 원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계, 바로 오데마 피게인데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 차는 시계인데 가격은 얼마나 비쌀까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체감이 조금 되실지 모르겠는데, 2021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 중 2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어요. 1위는 부산의 아파트 부동산 거래였다고 하니 사실상 일반적인 동산 중고 거래품으로는 1등이었던 거죠. 당시 거래 가격은 무려 1억 3,500만 원이었고요. 놀라운 건 이게 새것도 아닌 당근 중고 가격이라는 거죠.

(별개로, 이거 거래하셨던 분들도 ‘혹시... 당근이세요?’ 했을까요?)

당근 | 당근마켓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조선일보


아무튼 이 시계가 중고인데도 이렇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사는 시계라서 그래요. 돈 다발 안아들고 매장에 찾아가도 제품이 없어서 예약 걸어 놓고 나와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매장이라도 많은가 하면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21군데에 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최근 다시 명품 성지의 명성을 되찾고 있는 청담 명품 거리에 국내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비싼 청담 거리에 무려 6층짜리 건물을 올려버렸는데요. 어마무시하죠?


그 위엄답게 오데마 피게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아 랑에 운트 죄네와 함께 BIG 5라는 세계 5대 명품 시계로 자주 엮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BIG 5보단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함께 BIG 3로 자리잡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홀리 트리니티라 불리는 브랜드들이죠. 자동차로 치자면 3대 명차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처럼요.

big3 | 홀리트리니티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https://blog.naver.com/monaco8604/221006034368


실제로 시계 브랜드 순위는 이 3대 명차 브랜드와 양상이 비슷한데, 우리가 아무리 ‘3대’라는 이름으로 이 브랜드들을 묶어놔도요. 일반적으로 롤스로이스가 끝판왕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런 것처럼 시계에서도 웬만해선 파텍필립이 분야 최강자라는 게 정론이잖아요?


그럼 그 다음 문제는 무엇이냐. 나머지 두 브랜드 중에 서열을 가리면 누가 이기냐는 건데요.


전지전능한 챗지피티님께 이 문제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홀리 트리니티, BIG 5, 그중에 파텍필립이 최고가 맞냐’ 이런 얘기들을 먼저 나눴었고요. ‘그럼 이 두 브랜드를 비교하면 어떻냐’라고 물었을 때, 일단 역사부터 대표 모델, 철학 상징 뭐 비교해줬는데요. 이런 얘기 말고, ‘그래서 두 브랜드의 순위를 굳이 매기면 어떠냐’라고 했을 때, 오데마 피게가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보자면 이 로얄 오크라는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요. 아무튼 종합적으로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2등 브랜드는 오데마 피게라는 거네요.


그럼 오데마 피게도 톰브라운처럼 인식이 변할까요?


글에 앞서,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텔유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SB_n7UYeMho&pp=ygUh7IS47IOB7J2Y66qo65Og67iM656c65Oc7J207JW86riw


피게와 오데마

오데마 피게. 1875년에 스위스의 르 브라쎄(Le Brassus)에서 쥘 루이스 오데마(Jules Louis Audemars)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Edward Auguste Piguet)가 설립한 고급 시계 브랜드입니다. 이 둘은 같은 지역인 스위스 르 브라쎄(Le Brassus) 출신이었는데, 이 동네가 시계 제작으로 유명한 마을이거든요. 그리고 둘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동네 친구 사이였다고 해요. 둘 다 어려서부터 시계에 관심이 많았고요.

오데마 | 피게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Le Petit Poussoir


그런데 이 둘이 시계를 좋아하긴 하는데, 좋아하는 취향이 달랐어요. 쥘 루이스 오데마의 시계 취향은 주로 시계 특유의 복잡한 구조와 그 기계적 움직임에 있었고,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의 취향은 ‘명품’시계였는데요. 그러니까 단순히 기계, 시간을 보는 수단으로서의 시계가 아니라 부의 상징, 과시,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시 19세기 후반은 스위스 시계 산업에 변화점이 찾아오던 때였는데,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지만 이걸 알리고, 파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단 말이죠.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부유층들은 점점 명품 시계를 찾는 움직임이 있었고, 브랜드의 중요성이 이때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했죠. 시장이 명품을 원하는데, 명품은 기술과 이미지 둘 다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오데마는 무브먼트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집중했고, 피게는 경영, 판매,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웬만한 고급 차량보다 비싸 남성들 사이에서 '그림의 떡', '꿈의 시계'로 불리는 오데마 피게가 탄생한 것이죠.


사실 이거 빼면 시체? 로얄 오크

그렇게 오데마 피게는 고급 브랜드가 됩니다. 처음부터 생산량 자체도 적었어요.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서요. 아무리 산업화되고 여러 기계들이 나와도 수작업을 고집하면서 부유층에 어필했고, 결국 신분이나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죠. 특히 왕족이나 귀족, 그러니까 당시의 인플루언서에게 시계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더 자리 잡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모든 걸 다 떠나서요. 오데마 피게가 오데마 피게일 수 있게 해준 한 제품이 있습니다. 로얄 오크라는 모델인데요.

로얄오크 | 오데마피게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AP


1969년, 일본의 세이코가 최초의 상업용 쿼츠시계 세이코 아스트론을 출시하면서 쿼츠 기술이 빠르게 대중화됩니다. 한마디로 이제 수작업의 스위스 시계보다 더 정확하면서도 저렴한 시계가 우루루 쏟아진다는 거였어요. 고급 시계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를 제외하고는 다들 당연히 더 싼 일본 시계를 찾게 됐죠. 이 때 정말 많은 스위스 시계 회사들이 도산하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는데요. 언제나 영웅은 난세에 등장합니다.


이 쿼츠 파동에 오데마 피게는 ‘스포츠’ 시계로 승부보기로 하는데요. 럭셔리 브랜드에서 갑자기 웬 스포츠시계냐면요.


당시 1970년대는 성공적인 산업화 이후에 많은 부유층이 생겨난 상태였습니다. 신흥 젊은 부자들이 많아졌는데, 이 젊은 부자들은 전통적인 사교활동보단 보다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여가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거죠. 승마나 요트 등 다양한 스포츠나 레저 활동 말이에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시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침 롤렉스 같은 브랜드가 1950년대부터 ‘오이스터’ 같은 고급 스포츠 시계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었으니, 그 고급 스포츠 시계 시장의 문이 조금 열려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오데마 피게가 기획한 게 바로 ‘로얄 오크’입니다. 이젠 오데마 피게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죠.

롤렉스 | 오이스터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Rolex

로얄 오크는 탄생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억 대를 호가하는 로얄 오크가 단 하루만에 디자인됐다는 건 너무 유명하죠? 파텍필립, 오메가 디자이너로 유명한 제랄드 젠타에게 맡겼다는 이야기요. 그런데, 왜 하루만에 디자인 됐어야 했는지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는데요. 1971년 바젤월드 박람회였습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박람회가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발표하고, 바이어들이 제품을 구매해가는 유일한 창구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시계에 있어선 이 바젤월드 박람회가 그중 최고로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데마 피게가 로얄오크를 기획하고 보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디자이너를 재촉한 거죠.

바젤월드박람회 | 로얄오크 | 제랄드젠타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WatchProSite


그리고 등장한 디자인이 지금까지 혁신이라고 불리는 8각형 베젤과 함께 노출된 나사였거든요. 영국 해군의 전함 로얄 오크에서 영감을 받은 창문 모양이라면서요. 아무튼 그렇게 디자이너는 힘들었을지라도 1971년 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진행이 쭉쭉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일단 디자인이 완벽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시계 좀 좋아하시는 분들은 뭔가 이상하다 싶으실 텐데요. 로얄 오크는 1972년에 출시되죠. 오데마 피게가 목표로 한 건 1971년 박람회였고요.


출시가 미뤄진 겁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그 이상과 현실의 차이랄까요. 당시로서는 너무 새로운 디자인이라서 이걸 구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해요(이러면 디자이너는 일을 하루 만에 끝냈다고 좋아할까요? 아니면 왜 괜히 재촉했냐고 회사를 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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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아무튼 그렇게 1년이 더 흘러 1972년 박람회에서 로얄 오크가 출시되고, 처음엔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끼다가도 금방 그 매력에 빠져서 결국 세계 최고가 된 거예요. 평가에 있어서 로얄 오크 라인업은 스포츠 시계 대 스포츠 시계로 붙으면 파텍 필립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다만, 로얄 오크가 너무 뛰어난 탓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로얄 오크 원툴 평가를 받기도 하죠.


오데마 피게의 톰브라운화?

그럼 다시 문신 형님들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요즘 문신 형님들이 롤렉스에서 로얄 오크로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럼 이제 오데마 피게는 옛날 톰브라운같은 이미지가 될까요?


사실 요즘 형님들이 많이 차고 다니셔서 그런지 저는 개인적으로 인식이 조금 나빠지는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살 능력도 없지만요. 근데 잠깐일 것 같아요. 한창 때의 톰브라운은 정말 왜 입나 싶을 정도로 싫었고, 구찌도 조금 그런 이미지를 가져가는가 했는데 요즘엔 형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주춤해서 그런지 너무 예뻐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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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브라운


비슷한 얘기를 해보자면, 아마 남자분들은 공감하실 텐테 롤스로이스 한 번씩 꿈꿔보지 않은 남자 몇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거든요. 중후하면서도 그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 너무 멋지잖아요? 진짜 막 부의 상징인 것 같고 말이죠. 그런데 작년에 압구정에서 마약하고 27세 여성분을 쳐서 사고 낸 일명 ‘롤스로이스남’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괜히 코인 부자, 조폭, 불법 사이트 총판 등 이런 느낌이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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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물론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럭셔리 자동차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꿈의 대상이고 부의 상징이긴 하지만, 이런 사건들로 인해 그 브랜드를 소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저 사람은 성공해서 저런 걸 가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요즘엔 '성공'의 기준이 많이 변화한 것도 큰 이유일 거예요. 과거에는 어떤 직업을 가지거나 기업가로서 성공을 이뤄낸 사람이 부를 누린다는 이미지가 강했죠. 이제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불투명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도 부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게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압구정롤스로이스남 | 롤스로이스남 | 텔유 | 텔유레터 | 세모브 | 세상의모든브랜드이야기

ⓒ네이버 뉴스


그래서인지 이제는 단순히 비싼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러워하거나 존경하는 시선보다는, "저 사람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이 생기게 된 거죠. 이런 흐름에서 사람들이 고가 브랜드나 부의 상징을 대하는 태도도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어려워진 시대랄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롤스로이스나 오데마 피게의 위상이 떨어질 거냐? 그건 아닐 거예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오데마 피게나 롤스로이스 정도 되는 브랜드는 존재 자체로 ‘부’를 상징하잖아요? 시계/자동차는 제품 자체도 고관여 제품이라 가격도 톰브라운이나 구찌 같은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르고요. 이런 브랜드는 애초에 깎아 내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깎아집니다. 막말로, 싸구려 양아치가 막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오데마 피게는 대출 좀 내서 차고 다닐 수 있는 과시용 명품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사용자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가 변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텔러비님은 오데마 피게가 앞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 것 같나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콘텐츠 디렉터 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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